[기자수첩] 영혼의 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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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영혼의 추수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3.11.15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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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가까운 가족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김천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 곧 아흔을 바라보는 연세에 하늘로 부르심을 받은 할머님은 감사하게도 임종 직전 가족들과 사랑한다는 인사를 나누고 천국에 대한 확신과 소망을 품은 채 평안히 눈을 감으셨다.

그러나 슬픔은 남은 자들의 몫인지라, 장례식장에는 불과 어제까지도 경로당에서 환히 웃으시던 할머님의 부고소식에 놀라 한달음에 달려온 지인들로 가득했다.

이 가운데 기자의 마음을 유독 먹먹하게 만든 만남이 있었으니, 바로 할머님께서 평소 다니시던 시골교회 목사님이셨다. 성도가 다섯 명 밖에 되지 않는 이 작은 교회는 할머님께서 수년간 신앙생활을 이어오신 소중한 터전이었다.

장례예배까지 집도해주신 목사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런데 목사님의 대답이 가슴을 울렸다. “할머님께서 천국에 대한 소망을 품고 떠나시니 제가 더 감사하지요. 이제 우리 교회에 남은 네 명의 어르신 성도들도 천국 가시는 그날까지 꼭 믿음을 지키실 수 있도록 제가 잘 섬겨드려야겠습니다.”

소위 복음의 불모지로 불리는 산골짜기는 목회자들 사이에서도 오지로 통할 만큼 사역이 녹록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이 곳에는 평생 살면서 단 한 번도 복음을 들어보지 못한 어르신도 있을 테고, 삶의 마지막 자락에서 힘겹게 신앙을 이어가는 분도 있으리라.

감사한 것은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예수님을 증거하는 목회자들 덕분에 여전히 그 땅에 교회가 유지되고 기쁜 소식이 흘러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팬데믹 이후 농어촌교회는 존립 자체를 위협받을 만큼 힘든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남아 사명을 감당하고 있는 목회자들 덕분에 오늘도 어디선가는 천하보다 귀한 한 영혼이 추수되는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추수감사절을 맞아 영혼 구원을 위해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는 시골교회 목사님들에게 새삼 감사를 드린다. 작은교회들에 피어나는 희망을 바라보며 더 많은 성도들이 더 큰 관심과 지원으로 동행하는 역사가 일어나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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