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문화재관람료 보전에 국가 예산 31.6% 증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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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문화재관람료 보전에 국가 예산 31.6% 증액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3.11.08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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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논란 ‘문화재관람료’ 폐지됐지만, 국민 혈세로 보전
내년 64개 사찰에만 554억원, 결국 ‘조삼모사’ 방식으로
종교투명성센터 “조계종 압력으로 급박하게 시행된 제도”

올해 5월 폐지된 국립공원 내 64개 전통사찰에 대한 문화재관람료 보전을 위해 올해보다 31.6% 증액된 554억원의 국가 예산이 투여된다. 올해 421억원보다 무려 133억원 증액된 액수로 정부는 예산 요구안을 100% 수용했다.

문화재관람료는 문화재가 보전되어 있는 사찰을 가지 않는 단순 등산객에까지 관람료를 강제 징수해 불법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반복되는 논란에 윤석열 정부는 문화재관람료 문제의 해소를 국정과제를 선정하고, 국가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법까지 바꿨다. 그리고 올해 5월 4일 개정 문화재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조계종 산하 전국 64개 사찰에 대해 비용 지원을 시작했다.

그러나 일반 국민과 사찰 간 직접적인 충돌이 일어나지 않게 된 것은 다행이지만, 근본적으로 사찰을 방문하지 않는 국민에게 문화재관람료 징수 문제가 일소된 것은 아니다. 또 내지 않아도 될 문화재관람료를 세금으로 지원한다는 면에서 보면 결국은 조삼모사 방식이라고 했던 지난 5월 본지 기사는 사실이 되고 말았다. 

사찰들은 문화재청에 신청해 문화재관람료 비용을 받게 된다. 2024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64개 사찰 중 한 개 사찰마다 약 8억6천만원이 지급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런 국가의 문화재관람료 지원은 과연 합리적일까?

지난 1일 발표한 자료에서 종교투명성센터는 “사찰문화재관람료의 무리한 징수가 수년간 사회적 이슈가 되자 사실상 조계종의 실력행사로 법안이 급박하게 통과되어 시행된 제도”라고 전제하면서 “제도의 문제점들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았고 2023년부터 예산이 편성되어 집행됐다”고 혹평했다.

진짜 문제는 문화재관람료 보전 방법이나 기준이 매우 모호한데도 혈세가 무분별하게 투여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종교투명성센터는 “(문화재관람료) 징수의 포기에 따른 손해를 지원한다고 했으나 가격 하락에 따른 소비증가의 탄력성을 측정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실제로 조계종은 관람객 증가에 따른 제반 비용 증가분까지 추가로 청구하고 있다”면서 “관람객 수를 측정할 객관적 방법도 모호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근본적으로 살펴볼 부분도 있다. 문화재관람료 징수와 관련해 일반 국민과 사찰 간 충돌이 있었던 것은 관람료를 징수하는 매표소 위치와도 연관이 상당했다. 

예를 들어 전남 구례지역의 한 사찰은 사찰과 멀리 떨어져 있던 일반도로에서 징수해 반발이 컸다. 도로를 이용해 타지역으로 이동하는 차량에 징수하기까지 했다. 설악산에 소재한 사찰은 역시 사찰과 멀리 떨어진 곳에 매표소를 설치해두고 단순히 케이블카를 이용하기 위한 방문객에까지 관람료를 강제 징수해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문화재관람료를 위해 보전된 비용이 실제로 목적에 맞게 사용되고 있는지 확인할 방안도 적극 강구돼야 한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2019년 조계종이 발표한 자료에서는 문화재관람료의 52%가 ‘사찰 유지보존 비용’에 사용되고, ‘문화재 보수와 매표소 관리’에 30%를 사용하며, ‘종단 운영’ 12%와 ‘승려 양성’에 5%를 쓰고 있다고 공식 확인한 바 있다. 

점검해야 할 부분은 또 있다. 종교투명성센터는 “새로 발생하는 종교문화재 관람객 사업과 형평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고, 새로 종교문화재로 편입돼 관람객을 받게 되는 후발 종교단체는 지원받을 근거가 없어 편향 논란이 야기될 수 있다”면서 “사용처와 산출 근거가 부족한 문화재 관람료 감면 지원예산은 전액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교투명성센터 김집중 사무총장은 “종교단체의 회계 투명성이 갖춰지지 않는 한 해당 지출은 종교계의 쌈지돈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입법단계에서도 허점이 많아 종교 간 갈등도 유발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문화재관람료 감면에 대한 지원은 감액하고 해당 법률도 폭넓은 국민적 합의를 거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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