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씌워주며 함께 걷는 게 사랑이고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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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씌워주며 함께 걷는 게 사랑이고 배려!
  • 이의용 교수(사)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 승인 2023.11.08 2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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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용의 감사행전 (60)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내 컴퓨터와 휴대폰에는 사진들이 많이 저장되어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라는 이름의  폴더에는 기상천외한 장면의 사진들이 들어 있다. 언제 꺼내 봐도 놀랍고 신기하다. 또 “야, 정말 멋지다!”라는 폴더에는 감동적인 사진들이 가득 들어 있다. 우리의 삶에도 이런 장면들이 수없이 펼쳐지지만 그것을 기록하거나 저장해두지 않으니 “훅!” 다 사라질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 삶 속의 사건들을 열심히 기록해두거나 촬영해두거나 다운받아 놓는다. 그 그림,  사진, 메모들에는 동영상 같은 스토리들이 숨어 있다. 그 스토리들이 내 글의 재료가 되고, 강의의 자료가 된다. 

그 중 어느 노부부 사진이 눈길을 끈다. 그들은 등이 맞붙은 벤치에 서로 따로 떨어져 앉아 있다. 아마 서로 다투기라도 한 모양이다. 그런데 비가 쏟아지니 남편이 우산을 펴서 아내를 받쳐준다. 자신은 비를 흠뻑 맞으면서. 사진에 다음 장면을 담지는 못했지만, 아마 곧 가까이 다가 앉아 우산을 함께 쓰며 화해를 시작했으리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사진도 있다. 백악관 안에서 걸어서 이동하는 장면인데 갑자기 비가 온 모양이다. 마침 우산을 든 오바마 대통령이 비를 맞고 가는 직원들을 우산 안으로 불러들여,  어깨를 감싸주며 함께 걸어가는 장면이다. 머리만 우산으로 가렸지 다들 몸은 비에 흠뻑 젖은 모습. 그러나 표정만큼은 너무도 밝고 정겹다. 참 소탈한 대통령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서가 받쳐주는 우산을 혼자 쓰고 가던 우리나라 어느 대통령의 사진도 있다. 그 비서는 비를 흠뻑 맞으며 우산을 들어주고 있다. 같이 쓰고 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어느 날 지하철에서 내려 지상으로 올라왔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들고 가던 작은 가방으로 머리만 가리고 힘껏 뛰었다. 그런데 갑자기 횡단보도에 빨간불이 들어오는 게 아닌가. 옆에 나무도 없고 피할 곳이 없었다. 비를 그대로 맞고 서있는데, 무심하게도 우산을 쓴 이들 중 아무도 함께 쓰자고 권하질 않는다. 그렇다고 같이 써도 되냐고 양해를 구할 수도 없고.... 

얼마 전 아름다운 사진 하나가 우리를 감동시켜 주었다. 비가 많이 쏟아지는 날, 어느 노인이 폐지를 실은 리어카를 힘겹게 끌고 가고 있었다. 그런데 지나가다가 이를 본 어느 젊은 여성이 우산을 받쳐주며 함께 걷는 장면이다. 두 장의 사진이 소개됐는데 뭔가 다정한 이야기라도 나누는 듯한 모습이다. 자신도 한 손에는 시장 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나중에 알려진 이야기는 더 훈훈하다. 그녀는 어느 상가 앞에서 노인을 잠시 기다리게 하더니 현금인출기에서 몇 만원을 급히 꺼내 와 노인에게 건넸다는... 따뜻한 인정에 노인은 얼마나 기뻤을까. 그리고 아버지같은 노인에게 호의를 베푼 그녀는 또 그날 얼마나 기뻤을까. 

우산을 함께 쓰고 가는
사람들의 여러 모습들

생각해보면, 우리의 인생은 우산 함께 쓰기와 닮았다. 남이야 비를 맞든 말든 나 혼자 우산을 쓰고 가는 이들이 있다. 그런가 하면 우산 없는 이에게 슬며시 다가가 우산을 씌워주며 함께 걸어가는 이들이 있다. 과연 나는 어느 쪽인가? 그런데 우산을 함께 쓰고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흥미롭다. 공평하게 우산을 나눠 쓰고 가는 50:50 유형이 있다. 우산을 자기 쪽으로 더 당겨 쓰고 가는 51:49 유형도 있다. 반대로 상대가 비에 맞지 않게 하려고 서로 양보하며 가볍게 실랑이를 벌이는 49:51 유형도 있다. 나는 어느 유형인가?

우산을 함께 쓰고 가기는 하지만, 둘 사이를 비워놓고 양쪽 끝에서 걷는 이들도 있다. 덜 친하거나 서먹서먹한 관계일 때 그렇다. 그런데 사이좋은 사람들끼리는 바짝 붙어서 우산을 함께 쓴다. 비 오는 날, 우산 속의 연인들을 보면 그처럼 행복해 보일 수가 없다. 연인들에게 우산 속은 둘만의 비밀스러운 공간이 된다. 어떤 연인들은 둘 사이의 공간을 조금도 남겨두지 않고 아예 팔로 상대방 허리를 감싸고 하나가 되어 걷는다. 그리고 목적지가 아무리 멀어도 우산을 함께 쓰고 데려다 준다. 오 리든, 십 리든. 

“또 누구든지 너로 억지로 오 리를 가게 하거든 그 사람과 십 리를 동행하고…”(마 5:41) 우산은 참 좋은 배려의 도구다. 우산 없는 이에게 우산을 씌워주며 함께 걷는 게 바로 사랑이고 배려다. 

(사)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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