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선교대회 앞두고 다음세대 동원 논의
한국교회에서 다음세대가 사라지고 있다. 위기를 느낀 것은 비단 지역교회의 목회자들뿐만은 아니다. 선교지에서 사역하고 있는 선교사들도 다음세대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른다. 수십년을 머나먼 타지에서 피땀 흘려 교회와 학교, 병원 등 선교 자산을 일구어놓았는데 은퇴 이후 이어받을 젊은 선교사를 찾을 수 없어서다.
위기감과 절박함에 일선 선교사들이 직접 차세대 선교 동원 전략을 마련하자며 발 벗고 나섰다. 한인세계선교사회(대표회장:방도호 선교사, KWMF)는 내년 4월 KWMF 선교대회를 ‘차세대 선교 동원’에 중점을 맞춰 개최한다.
KWMF는 지난 3일 고신총회회관에서 대회 준비를 위한 ‘차세대 동원 선교 전략 회의’를 가졌다. 패널로는 송재흥 목사(기성 선교국장), 황홍섭 교수(전국대학교수 선교연합회 선교위원장), 홍경환 목사(통합 해외·다문화선교처 총무), 김충환 목사(합신세계선교회 본부장), 홍영화 목사(KPM 본부장), 최욥 선교사(선교한국 사무총장)가 참여했으며 사회는 김장생 선교사(CCC 해외선교팀장)가 맡았다.
통계보다 심각한 현실
정확한 문제 해결은 정확한 진단에서 시작한다. 회의는 먼저 선교계에 나타난 청년 부족 현상을 살피는 것으로 포문을 열었다.
홍경환 목사는 “한국교회는 짧은 역사에 비해 굉장히 뜨겁게 부흥했지만 그만큼 차갑게 식어버린 현실을 마주했다. 그 이유는 후임들의 공백 현상”이라면서 “중미 지역 같은 경우 선교사 후임자가 특히 부족하다. 현지인들에게 이양을 하면 바람직하겠지만 현지인들이 성숙하지 못하면 이양도 쉽지 않다. 그래서 70세 정년이 됐는데도 선교지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다른 교단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 통계에서 드러난 것보다 젊은 선교사 감소는 훨씬 심각한 실정이다. 김충환 목사는 “한 선교사님을 만났는데 후임이 없어 은퇴를 할 수가 없다고 호소하셨다. 추상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젊은 세대가 실질적으로 한국 선교의 자산을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2030 젊은 선교사가 지원하는 숫자는 눈에 띄게 줄었다. 하지만 기존 선교사가 다시 허입하거나 멤버십 강화 목적으로 가입하는 사례가 늘어 통계로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존 선교 반복은 설득력 없다”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송재흥 목사는 지금껏 해왔던 한국교회의 선교 방식과 젊은 세대 사이의 괴리를 꼽았다. 그는 “한국 선교사님들은 대부분 팀 사역보다는 1인 사역을 하신다. 그렇다보니 다음세대들이 물려받기가 쉽지 않다. 팀 사역을 했다면 팀의 일원으로 들어가 차근차근 배우면 되는데 1인 사역을 물려 받아 혼자서 해나가기는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교회 개척과 물량주의 선교가 주를 이룬 기존 한국선교의 방식들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송 목사는 “젊은 선교사가 없다고 호소하지만 정작 젊은 선교사를 품을 수 있는 다양한 선교 현장이 있는지부터 되돌아봐야 한다. 차세대 선교 동원을 위해서는 선교 현장에서 다양한 모델을 만들어 내야 한다. 젊은이들의 가슴이 뛰게 하는 매력적인 현장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욥 선교사는 청년들을 마주할 기회가 잦은 만큼 청년들의 시선을 대변해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청년들은 질문부터가 다르다. 그들은 ‘무엇이 옳은 일인가’가 아닌 ‘무엇이 의미있는 일인가’를 묻는다. 기성세대는 마땅히 해야 하기 때문에 선교에 헌신했다면 다음세대는 보람과 미학에 대해 질문한다. 당위성을 강조해서 선교하자는 말에 청년들은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다”면서 “청년들을 선교로 이끌기 위해서는 보람과 의미를 찾게 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 시선 맞춘 ‘차세대 동원’
그래도 희망은 있다. 학원복음화협의회가 ‘청년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기독 대학생 중 14.8%가 ‘해외 장기선교에 긍정적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전체 기독 대학생의 인구에 대입해보면 그 수는 6만여 명에 달한다. 올해 열린 선교한국 대회에서도 1,400여 명의 참석자 중 600여 명이 선교 헌신을 결단했다.
중요한 것은 선교를 꿈꾸는 청년들을 위해 청년들의 시선에 맞춰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그저 기존의 선교 사역을 이어받기 위한 후임을 찾는 ‘차세대 동원’이라면 청년들은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 김충환 목사는 “유지·보수를 위한 차세대 동원이 아니라 혁신을 위한 동원이 됐으면 한다. 청년들에게 기존 세대의 선교의 틀에 들어와 달라고 요구해서는 안 된다”면서 “기성세대가 마음을 바꾸고 혁신적인 마음을 갖고 접근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홍영화 목사는 “차세대를 움직이기 위해선 기성세대가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차세대를 위한다고 하면서도 행사나 세미나, 포럼에는 머리가 희끗한 60대 이상이 대부분이다. 기성세대들도 모이면 나눌 것이 있겠지만 3040세대가 선교에 대해 느끼는 것을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욥 선교사는 “로잔과 WEA 등 국제단체는 젊은이들이 선교 헌신을 하겠다고 하면 두 가지 길을 보여준다. 하나는 현재 하고 있는 사역에 참여하는 것, 다른 하나는 지금까지 없던 분야를 시작하는 것이다. 만약 두 번째를 선택한다면 리더들이 멘토가 되어 재정까지 지원해준다”면서 “톱다운 방식도 좋지만 바텀업 방식으로 청년들의 이야기와 의견을 들어야 청년들이 의미 있는 헌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의미를 발견하고 싶은 청년들이 많이 있다. 부디 그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내년 KWMF 대회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