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기독교 산책] 타티아누스, 기독교만이 진정한 철학이라고 주장한 변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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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기독교 산책] 타티아누스, 기독교만이 진정한 철학이라고 주장한 변증가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3.11.0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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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176) - 기독교 신앙을 변증한 사람들(12)
이상규 박사
이상규 박사

앞에서 타티아누스의 <그리스인에 대한 강론>은 그리스 신화와 철학을 비판하고 조소했다는 점을 지적했는데, 이 글 영역본은 알렉산더 로버츠와 제임스 도날드슨이 공동 편집한 어드만출판사 발행(1983)의 <니케아회의 이전 교부들 Ante-Nicene Fathers> 제2권 65~83쪽에 수록되어 있다. 전 42장으로 구성된 이 책 25장에서는 그리스 철학자들을 조롱하면서 이렇게 말 말하고 있다.

“당신들의 철학자들은 얼마나 크고 놀라운 영향을 끼쳤던가? 그들은 한쪽 어깨를 드러내고 다니고, 머리는 그냥 자라도록 내버려 두었다. 수염도 손질하지 않았다. 손톱은 들짐승 발톱과 같았다. 그들은 아무 부족이 없다고 말하지만 … 하나님을 알지 못하며 이성 없는 짐승을 닮으려고 애써왔다. 그들은 공개석상에서 권위 있는 채 떠들지만 혼자 있을 때는 자신을 학대한다. 만약 아무 대가도 받지 아니하면 방탕한 생활에 탐닉한다. 그대들에게 철학이란 돈 버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가 되고자 하면 데모크리토스의 제자가 욕하고 나선다. 피타고라스는 자신이 트로이 사람 판투스의 아들이라고 말하며, 자신이 페레키데스의 교리를 전수받았다고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혼불멸 교리를 비판한다.”

타티아누스가 쓴 두 번째 책은 디아테사론(Diatessaron)이다. 이 말은 그리스어 διὰ τεσσάρων (dia tessarōn)에서 온 말인데, ‘4권으로부터’라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δια는 ‘…를 통하여’라는 뜻이고, τεσσάρων이란 말은 4라는 의미의 τέσσαρες의 소유격이다. 책 제목이 암시하는 바처럼 디아테사론이라는 책은 4복음서 대조성경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마태, 마가, 누가, 요한복음서를 연대기적으로 정리하여 한 권으로 묶은 복음서이다. 가장 오래된 예수의 전기(傳記) 혹은 사복음서 대조서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150년에 그리스어와 시리아어로 기록된 것으로 보인다. 5세기 정도까지 시리아 교회에서 정경처럼 사용되었으나 후에 사라졌다. 그러다가 1883년 이후 많은 수의 사본이 아라비아에서 발견되었고, 1888년 라틴어와 아라비아어로 출판되었다. 이 책은 정경과 성경해석 역사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 문서로 알려져 있다.

디아테사론은 요한복음 서문,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 In principio erat Verbum…”로 시작하여 예수님의 사역을 예수님의 생애와 관련하여 배열하였는데, 흥미로운 점은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 기록된 예수님의 족보가 빠져 있다는 점이다. 예수님은 역사적 인물이며 탄생기사는 예수님의 성육신을 보여주는 중요한 내용으로서 두 복음서 기자가 책 서두에서 언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티아누스는 이를 언급하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후대의 학자들은 이는 타티아누스가 예수님의 육체로 오심을 부인하는 가현설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이 한 가지 외에는 타티아누스의 글에서 이단적이라고 할 수 있는 기록이 전혀 없다. 그런데 타티아누스가 150년경에 4복음서를 종합하여 디아테사론이라는 책을 편찬했다는 2세기 중반에 4복음서가 존재했고, 교회에서 권위있는 책으로 사용되고 있었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정리하면, 타티아누스는 기독교만이 진정한 철학이라고 주장했던 변증가였다. 그의 스승 유스티누스는 그리스철학에도 어느 정도의 ‘소량의 진리’가 있다고 인정했으나, 타티아누스는 그리스철학은 철학이라고 할 수 없는 거짓과 생계수단, 그리고 오류 투성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기독교의 우월성을 논증하려고 힘썼던 변증가였다. 그러나 금욕주의적인 혹은 영지주의적 경향을 지녔던 인물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백석대·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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