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케이프타운 서약 : 하나님의 선교를 위한 복음주의 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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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케이프타운 서약 : 하나님의 선교를 위한 복음주의 헌장
  • 최형근 교수
  • 승인 2023.11.0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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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근 교수(서울신학대학교, 한국로잔위원회 총무)
로잔운동의 유산들 (3) 케이프타운 서약(Cape Town Commitment)

전세계 복음주의 교회를 하나로 모으고 선교 열정에 불을 붙였던 로잔운동이 내년인 2024년 한국에서 모인다. 인천 송도에서 개최되는 ‘2024 서울 제4차 로잔대회’는 비서구권 기독교의 역동성을 확인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선교 전략을 확립하는 연대의 장이 될 전망이다. 이에 본지는 제4차 로잔대회를 기다리며 세계 선교 운동에 막대한 영향을 준 로잔운동의 주요 문서인 ‘로잔언약’, ‘마닐라선언’, ‘케이프타운서약’을 3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주>

케이프타운 서약은 선교하시는 하나님과 하나님의 백성인 우리의 선교를 전제로 예수 그리스도의 통치가 모든 피조 세계에 미쳐야 함을 선포한다.
케이프타운 서약은 선교하시는 하나님과 하나님의 백성인 우리의 선교를 전제로 예수 그리스도의 통치가 모든 피조 세계에 미쳐야 함을 선포한다.

 

2010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198개국 4,200명이 모여 제4차 로잔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는 100년 전 에딘버러 세계선교대회를 기념하고 200년 전 윌리엄 캐리가 같은 장소에서 계획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은 염원이 성취된 대회였다.

‘사랑의 언약’이라고도 불리는 케이프타운 서약(The Cape Town Commitment)은 10개의 항목으로 구성된 ‘우리가 사랑하는 주님을 위하여: 우리의 신앙서약’과 6개의 주제를 담은 ‘우리가 섬기는 세상을 위하여: 행동을 위한 요청’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2부는 온전한 복음, 온 세상, 온 교회라는 로잔의 표어를 대회 기간 중 토의된 주요 의제들과 참가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들을 담았다. 케이프타운 서약의 기본적인 특징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선교를 신앙의 명제적 진술과 창조, 타락, 구속, 그리고 새 창조라는 기독교 세계관을 포괄하는 성경의 거대서사(grand narrative)로 통합한다.

현재 기독교의 중심축은 북반구에서 다수세계로 이동하였다. 사실, 2010년 케이프타운 대회의 참가자 구성에도 1910년 에딘버러 세계선교대회 이후 한 세기 동안 진행된 세계 기독교의 거대한 변화가 반영되었다. 이러한 인식은 세계선교를 위해 모든 그리스도인의 연합과 일치를 촉구하는 ‘복음주의적 에큐메니즘’(evangelical ecumenism)의 특성을 보여준다.

WCC가 세계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추구하는 ‘교회와 교파의 에큐메니즘’을 추구하는 반면, 로잔운동은 복음에 대한 공통의 확신과 세계선교를 수행하려는 공유된 헌신으로서 복음주의 선교의 ‘동맹 에큐메니즘’(alliance ecumenism)을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특징은 케이프타운 서약에서 성경적 복음의 ‘경계 안에서의 포용’(breadth within boundaries)이라는 성격으로 제시된다. 로잔운동의 성격은, 세계 복음주의 진영에서 제기된 정체성과 선교학적 강조점에 대한 여러 주장을 결정하고 해결하는 것이라기보다, 이런 주장들을 규합하여 공개하므로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대위임령 성취를 위해 필요한 도전과 기회(gaps and opportunities)를 포착하고 구현하려는 시도이다.

10개 항으로 구성된 케이프타운 서약의 1부는 ‘사랑’이라는 언어를 중심으로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사랑과 하나님의 말씀을 사랑하고 하나님 백성이 확신하고 전하고 살아내야 할 복음에 대한 사랑을 고백한다. 서약의 제1부 1장은 “하나님의 선교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흘러나온다”라는 선언으로 출발한다. 이것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본질적 속성인 사랑을 드러낸다. 하나님이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기 때문에 하나님 백성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서로 사랑하고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사랑해야 한다. 이러한 사랑에서 하나님 백성의 선교가 흘러나온다. 1부 2~5장은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사랑의 고백과 헌신의 서약을 담고 있는데, 2장에서 묘사된 선교의 궁극적 동기는 하나님의 영광과 그리스도의 영광을 위한 뜨거운 열망이 예배를 통해 나타나기에, 하나님의 영광은 하나님의 선교에 있어서 최상의 목적이다. 하나님 아버지를 사랑한다는 3장의 고백은 하나님의 성품을 닮으라는 복음서의 도전을 제기한다. 하나님 아버지와의 사랑의 관계를 통해서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성품을 삶으로 드러내야(demonstrate) 한다. 4장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선교에 있어서 기독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부분으로서, 로잔운동이 전통적으로 강조해 온 그리스도의 유일성과 보편성에 대한 확증이며 복음의 케리그마(kerygma)를 분명하게 재확인한다. 5장은 성령을 사랑한다는 고백으로서, ‘하나님의 선교적 교회에 대한 생명과 능력을 불어넣는 선교적 아버지와 아들의 선교적 영’으로 정의한다. 6~9장은 케이프타운 대회 프로그램의 세 축인 복음, 세상, 교회로 구성된다. 6장은 하나님의 말씀을 사랑한다는 고백이다. 성경은 하나님의 선교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하나님 백성의 정체성을 규정하며 그들의 기억과 소망을 형성하고 복음증거의 내용과 삶의 방식을 지배한다. 6장이 성경의 계시적이며 서사적인 요소를 언급한다면, 복음을 사랑한다는 8장의 내용은 복음의 능력과 복음전도, 그리고 복음이 초래하는 변혁적인 능력을 언급한다. 7장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에 대한 사랑을 고백한다. 9장에서 하나님 백성의 선교는 하나님의 사랑에 근거하며, 이웃과 창조세계로 확장된다. 지상대위임령(Great Commission)은 위대한 명령(Great Commandment)에서 흘러나온다. 세상으로 보냄 받은 교회는 창조의 청지기와 복음을 위해 헌신하는 제자의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고 따르는 섬김과 믿음의 순종이 요청된다. 예수님이 주님이라는 선포는 그리스도의 주권이 모든 피조물을 포함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과 사회문화와 창조세계의 고통과 신음을 인식하고 이 땅을 포함한다. 10장은 복음과 세상과 교회를 통합하는 하나님의 선교에 대한 사랑과 헌신을 촉구하며, 교회의 선교는 전적으로 하나님의 선교로부터 나오고 하나님의 창조세계 전반을 다루며 궁극적으로 십자가의 구속적 승리에 근거한다고 주장한다.

6개의 장으로 구성된 케이프타운 서약 2부는 1부의 사랑의 고백을 믿음의 순종인 행위의 차원에서 적용한다. 1~2장은 복음에 관해 다루는데, 로잔운동의 오래된 논쟁점인 복음전도와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을 총체적으로 기술한다. 복음전도를 우리의 선교의 중심에 두는 이유는 복음이 모든 선교의 원천이며 권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음전도가 말의 선포로 축소되는 위험성을 인식해야 한다. 성경적 세계관은 하나님의 말씀과 말씀에 대한 순종의 행위를 분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으로 보냄 받은 교회가 보편적 진리를 거부하는 포스트모던 상대주의와 소비주의라는 우상숭배의 유혹을 거부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길을 따르면서 외치는 복음 선포는 공적 영역에서 복음을 살아내고 변증하는 방식과 분리되지 않는다. 3~4장이 다루는 세상의 의제는 로잔운동이 처음부터 다루어 온 타 종교, 미전도 종족, 미접촉 종족, 도시화, 디아스포라/이주민, 어린이, 리더십 등의 이슈를 포함한다. 글로벌 사회문화가 급격한 변화를 겪는 상황에서 하나님 백성의 정체성은 5장에서 제기하는 성, 권력, 성공, 그리고 탐욕의 우상숭배를 거부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길을 따라 겸손하고 정직하며 단순한 삶의 방식을 추구해야 한다. 그 이유는, 선교의 가장 큰 장애물은 복음에 적대적인 타 종교나 세속문화라기보다 하나님 백성의 우상숭배이기 때문이다.

1974년 제1차 로잔대회가 로잔언약을 통해 성경적·신학적 기초를 세웠고, 1989년 마닐라 선언이 변화하는 세상에서 선교의 전략적 접근을 수용하여 그 연속성을 이어갔다면, 케이프타운 서약은 불변하는 복음과 문화 사이에 있는 교회가 어떻게 복음을 이해하고 살아내며, 세상의 다양한 종교, 사회, 문화의 도전에 담대하게 대항하며 복음을 선포하고(declare) 구현하고 드러내는(embodiment and displaying) 방식을 제시했다. 로잔운동 50주년을 맞아 사도행전을 중심으로 초대교회의 선교적 여정을 탐구하는 이 대회를 유치하는 한국교회는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나타내는 교회(Let the Church Declare and Display Christ Together)의 변혁적 정체성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가 복음과 세상 사이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신실한 제자도를 수행하고 세상에 대한 청지기직을 인식하고 구현할 때, 이 땅에서 열리는 로잔대회는 선교적 부흥이 일어나는 다수세계를 포함하여 복음의 능력을 상실한 서구에 선교적 활력을 불어넣을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의 갱신과 개혁을 위한 도약의 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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