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칼럼]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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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칼럼]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아가기
  • 홍보옥 웰다잉 강사(각당복지재단)
  • 승인 2023.10.31 2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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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을 생각하다㉕

우리나라 웰다잉 교육은 대부분 70세 이상의 노년층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6.25 전쟁을 겪었거나 일제 말기에 유년 시절을 보낸 분들이 모인다. 시대가 시대인지라 고생을 모르고 자란 분들은 찾기 드물다. 또 고등 교육을 받은 분보다는 한글만 겨우 안다는 분들이 많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며 살기보다는 가족을 위해 희생을 강요당하거나 시대에 순응하며 살아온 분들이 다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동시대에 비슷한 환경에 살아오면서도 각자 느낀 행복과 불행의 정도에는 차이가 났다.

복지관 수업에서 경험한 사례

유난히 사이가 좋은 할머니 두 분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그런데 한 할머니가 자신의 그래프 그리기를 뒤로하고 친구의 그래프를 열심히 그려주고 있었다. 친구가 글을 몰라 먼저 해주고 본인 것을 작성하겠다고 하셨다. 그래프 그리기가 끝나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글을 모른다는 할머니의 그래프는 행복을 느끼는 + 부분이 불행을 느끼는 – 부분보다 더 많았다.

할머니는 학교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고 어려서부터 길쌈을 짜고 집안일을 돕다가 부모님이 정해준 사람에게 시집가서 자식 낳고 사는 내내 그럭저럭 행복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 주변에 있는 여자 중 누구도 학교에 다니는 사람이 없어서 학교에 가고 싶다고 생각해보지 않았고 글을 몰라 불편하긴 했어도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하셨다. 

반면 친구 할머니는 – 부분이 더 많았다. 할머니는 어려서 부모님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지만 남자 형제들과는 달리 대학 진학을 못 하게 해서 너무 불행했다고 하셨다. 그리고 지금도 가끔은 지금 보다 더 잘 살 수 있었는데 대학을 못 나와서 이렇게밖에 못사는 것 같다며 부모님이 원망스러울 때가 있다고 하셨다.

두 분의 확연한 시각 차이를 보고 개인이 느끼는 행(幸)과 불행(不幸)은 각자 세상을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노년기 자존감이 높은 분들은 누군가에 대한 원망이나 실패했던 일들을 마음에 새겨두기보다는 작지만, 자신이 이룬 것에 대해 스스로 칭찬해 주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 인생 그래프(그래프에 대한 설명은 지난호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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