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의 종교 비판 이면에는 본질에 대한 기대 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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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의 종교 비판 이면에는 본질에 대한 기대 담겨”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3.10.31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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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종교사회학회, 지난 27일 ‘종교와 폭력’주제로 학술대회

종교는 사회를 혐오하고 사회는 종교를 혐오한다. ‘갈등사회’라는 오명 뒤에는 남녀와 세대, 정치색과 계층 외에도 종교 또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인정하기 싫지만 개신교는 특히나 혐오과 갈등의 중심에 있는 종교다.

한국종교사학회는 지난 27일 ‘종교와 폭력’을 주제로 2023년 종교사회학회 학술대회를 열고 갈등과 폭력, 혐오의 분위기를 둘러싼 종교의 자리를 탐구했다.

종교를 바라보는 미디어의 시선

성직자들의 도덕적 추락으로 시작된 종교를 향한 언론의 비판은 최근 들어 한층 거세졌다. 특히 개신교를 향한 언론의 비판은 예민한 이들에게는 ‘적대적’이라고까지 느껴질 정도다. 첫 번째 발제로 포문을 연 박진규 교수(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는 ‘종교를 향한 미디어의 적대감에 대한 해석’을 주제로 종교와 미디어의 관계를 다뤘다.

종교를 향한 미디어의 비판적 보도는 당대의 주류 종교를 향했다는 것이 박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미디어의 주된 비판 대상은 1990년대 불교에서 2000년대 이후 개신교로 넘어갔다. 해당 종교의 교세가 가장 확장됐을 때와 일치한다”면서 “2010년대 이후에는 비판적 태도가 점점 강화되는 추세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는 종교를 향한 비판이 한층 두드러졌다. 코로나 초기 개신교와 방역당국의 갈등을 두고 미디어는 개신교를 향한 비판적 보도를 쏟아냈다. 권력화된 제도 종교를 거세게 비판했고 종교의 공공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비단 보도 분야뿐 아니라 드라마,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에서도 개신교는 비판적으로 묘사됐다.

다만 미디어의 ‘종교 비판’을 감정적인 ‘적대감’으로 규정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박진규 교수는 “미디어는 세속주의 사회의 제 규범을 매개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 맥락에서 봤을 때 미디어가 종교를 어떻게 규정하느냐는 곧 세속주의 국가인 한국 사회가 종교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대변하는 것”이라면서 “미디어의 종교 묘사를 통해 우리는 세속주의 사회가 종교에 허용하고 제한하고 기대하는 바를 읽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의 종교 비판을 단순히 적대감이라고만 바라볼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도 있다. 미디어의 종교 비판에서는 ‘역설적 기대’라는 패턴이 발견된다. 한 일간지의 만평을 보면 팬데믹 시기 대면 예배 참여를 강행하려는 신도들 뒤로, 가시면류관과 마스크를 쓴 채 환자를 옮기는 예수님의 모습이 묘사된다.

이에 대해 박진규 교수는 “이런 묘사는 미디어가 종교에 기대하고 있는 종교의 이상적인 모습과 본질이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종교가 그 본질과 이상을 실현한다면 적대적 태도가 변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열려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갈수록 거세지는 미디어의 종교 비판을 교회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박 교수는 “종교에 대한 미디어의 비판이 오래가지는 않을 거라 본다. 종교를 바라보는 사회의 태도는 반감에서 비판으로, 비판에서 적대감으로 변해왔고 이후에는 냉소와 무관심으로 변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무관심은 분명 적대감보다 더 무거운 경고의 목소리다. 더 늦기 전에 종교의 본질 실현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혐오를 넘어서 환대의 길로

두 번째 발제에 나선 김민아 교수(인천대)는 ‘종교의 혐오와 종교에 대한 혐오’라는 주제를 ‘자리’라는 키워드로 해석하려 시도했다.

김민아 교수는 “한국의 종교, 그중에서도 특히 개신교는 사회의 혐오 감정을 완화하기는커녕 강화하는 주범으로 인식된다”면서 “이는 개신교의 전통적인 ‘타자화’에서 기인한다. 개신교 내부에서 보면 WCC에서 발단한 용공세력에 대한 타자화, 타 종교에 대한 타자화, 진화론과 공산주의, 페미니즘, 동성애에 대한 타자화를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개신교가 사회로부터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들은 개신교에 대한 신뢰도와 호감도가 타 종교에 비해 유독 낮은 수준임을 보여준다. 더군다나 개신교는 3대 종단 중 유일하게 조직적인 ‘안티 운동’에 시달리는 종교다. 하지만 이는 개신교 역사에서 보여준 타자에 대한 혐오가 개신교에 대한 혐오를 불러온 측면도 없지 않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종교와 혐오가 앞으로도 같은 그룹에 묶이도록 지켜볼 수는 없다. 김 교수는 혐오와 배제가 종교의 본질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는 “피아를 구분하고 정결과 부정을 나누는 것이 종교의 본질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우리는 종교의 본질에서 진정한 환대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철학자 존 카푸토는 신이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는 존재는 권력이 배제한 사람들, 법 밖으로 추방당한 자라고 말한다. 성경에서 예수가 찾아갔던 이들도 세리, 창녀, 사마리아인, 문둥병자, 귀신들린 이 등 경계 밖에 있는 사람들이었다”면서 “종교 공동체의 경계는 ‘실선’이 아니라 ‘점선’이 돼야 한다. 자리가 없는 자에게 자리를 만들어 주고 박탈된 권리를 회복할 때 종교는 혐오를 넘어 환대 사회의 기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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