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티아누스(Tatianus, 110~172): 또 한 사람의 변증가는 타티아누스인데 유스티누스의 제자였다. 그의 이름은 그리스어로는 타티아노스(Τατιανός)이지만 라틴어로는 타티아누스(Tatianus)이고, 영어로는 타티안(Tatian)으로 표기한다. 그의 생몰연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 있는데, 이 글에서는 필립 샤프의 의견을 따라 110년 출생하였고 172년 사망한 것으로 간주한다. 그는 아시리아의 아디아베네(Adiabene)에서 출생했는데, 타티아누스가 살던 시대 이곳은 파르티아 왕국(Partia kingdom)에 속해 있었다. 이곳에는 유대인들이 많이 살고 있었는데, 1세기 말부터 이곳에 기독교가 소개되기 시작했다. 타티아누스는 젊은 시절 수사학과 그리스 철학에 심취하였고, 인간 생활의 종교, 풍습을 알기 위해 여러 나라를 여행했으나 만족을 얻지 못했다. 이방 종교철학자들의 사욕과 비윤리성을 보고 실망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로마를 여행하게 되었고 기독교인들의 경건한 생활과 윤리적인 삶에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그는 로마에서 유스티누스를 만나 기독교로 개종하였고 유스티누스의 제자가 되었다. 이런 연유로 그는 유스티누스가 순교(165년)한 후 그의 순교에 관한 기록을 남겨주었다.
이후 타티아누스는 기독교 철학자로 활동하였으나 유스티누스의 사망 이후 금욕주의적 성향을 드러내며 채식주의자가 되었고, 결혼을 죄악시하는 독신주의를 주장했다. 또 성찬식에서 포도주 대신 물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여 ‘물 준비자들’(Hydroparastaten)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육식을 금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채식을 주장하게 되었고, 술을 금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성찬식에서조차도 포도주 대신 물을 사용해야 한다고 했던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타티아누스는 금욕주의적이었고, 테르툴리아누스와 유사한 점이 있었다. 그래서 교회사가인 에우세비우스(c. 260~ c. 340)는 타티아누스를 금욕파의 원조라고 불렀다. 이런 금욕적인 성향 때문에 타티아누스는 당시 교회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되었고, 후에는 이단으로 정죄를 받기도 했다.
이런 경향에도 불구하고 그가 책을 써서 기독교 신앙을 변호했기 때문에 변증가로 불리게 된 것이다. 로마교회를 떠난 그는 자신의 출신지 파르티아 왕국으로 가 수도인 셀레우케이아에 신학교를 세우며 가르쳤다고 한다(김광채, ‘교부열전, 상’, 189). 그가 쓴 책 중에 현재 두 권의 책이 남아 있는데, 첫째는 170년경에 쓴 <그리스인에 대한 강론> (Λόγος πρὸς Έλληνας, Oratio adversus Graecos)이다. 42개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본래의 제목을 따라 ‘그리스인을 위한 강론’(Discourse to the Greeks)으로 변역되기도 하지만, 그냥 ‘그리스인에게’(To the Greeks)로 번역하기도 한다. 필립 샤프에 의하면 이 책은 마쿠스 아우렐리우스 통치기 로마에서 기록되었는데, 그리스인들과 로마인들의 윤리적 타락을 공격하고 있고, 로마의 오락인 검투사들의 경기는 잔인한 것이며, 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의 비윤리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런 경기나 공연은 인간 욕정의 표현으로서 마귀적인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교적 문화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리스 신화는 모순되고 불합리하며 부도덕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모세와 선지자들은 그리스 철학자들보다 더 오래 전에 활동했고, 더 지혜로웠다고 하면서, 기독교가 가르치는 지혜가 그리스인들의 지혜보다 앞서며 우월하다고 주장한다. 이교도들에게는 비윤리성과 무절제가 있지만, 기독교에는 윤리적 가르침과 절제하는 생활이 있다는 점을 주장하면서 기독교 신앙을 변호하고 있다. 이 책에는 타티아누스를 이단으로 볼 아무런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기독교 신앙의 우월성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백석대·역사신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