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님이 그렇게 하라고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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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님이 그렇게 하라고 하셨어요!”
  • 이의용 교수
  • 승인 2023.10.2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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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용의 감사행전(59)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아주 오래 전에 읽은 미국 어느 대학 농구팀의 이야기. 이 팀은 대학 농구 경기에서 우승을 여러 번 차지했을 정도로 강팀이다. 이 팀이 어느 고등학교 농구팀과 친선경기를 했는데, 인정사정 보지 않고 엄청난 점수 차로 대파해버렸다. 그러자 꼭 저렇게 처참하게 꺾어야 했을까 하는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었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고도 했다. 결국 학교 당국이 이 경기를 문제 삼고 회의를 열었다. 대학의 농구팀 감독도 교육자인데, 이 경기의 과정은 교육적이지 않았다며 감독을 해임해버렸다. 이런 경우, 여러분의 의견은 어떠신지 궁금하다.

또 하나 생각나는 사건. 역시 어떤 친선 축구경기. 중간에 상대편 선수가 부상으로 퇴장을 하게 됐다. 선수 교체 기회를 이미 다 썼기 때문에 10명이 뛰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 상태에서 경기는 계속됐다. 얼마 후 이 쪽 편 감독이 한 선수를 향해 손짓을 했다. 그러자 선수 한 명이 슬그머니 그라운드에서 걸어 나왔다. 상대가 10명이니 우리도 10명만 뛰겠다는 감독의 의지였다. 

이 글을 쓰기 얼마 전 우리나라 월드컵 축구 대표님이 우즈베키스탄 대표팀과 친선경기를 했다. 그들은 매우 난폭했고 결국 우리 선수 한 명이 들것에 실려 나가야 했다. 친선경기였는데 페어 플레이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나서 바로 베트남과 친선경기를 했다. 베트남팀은 우리보다 한 수 아래였지만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손흥민 선수가 골문 앞으로 쇄도하자 급한 나머지 반칙을 했다. 심판은 레드카드를 꺼내 퇴장을 명했다. 손흥민 선수와 몇 몇 선수들은 심판을 에워싸고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퇴장까지 시킬 건 아니잖냐는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번복되지는 않았다. 약팀인 데다 10명이 뛰어야 하는 경기를 보자니 참으로 안쓰러웠다. 더구나 우리 박항서 감독이 키운 선수들인데... 그렇지만 경기 후 선수들의 얼굴에서는 패배감을 읽을 수 없었다. 오히려 싱글벙글 웃으며 손흥민 선수 등과 기념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베트남에서도, 세계 언론들도 우리의 매너를 칭찬했다.

올림픽 같이 중요한 대회의 결승전에서 패배한 우리 선수가 상대 선수에게 엄지척을 하며 칭찬하고 악수를 건네는 모습에서 우리는 깊은 감동을 받는다. 이게 바로 스포츠 정신(Sportsmanship)이다. 스포츠 정신에서 우리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배운다. 사실 승패가 걸린 시합에서, 체력에 한계가 온 상황에서 다른 선수를 배려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받는 기쁨보다 주는 기쁨이 더 크다!

2016 리우올림픽 여자육상 5000미터 경기 장면. 골인 지점을 2000미터를 남겨놓고 뉴질랜드 선수가 쓰러진다. 바로 뒤를 달리다 발이 걸려 함께 넘어진 미국 선수가 그녀를 부축해서 골인 지점까지 이끌고 간다. 그리고는 부축해 간 선수를 먼저 골인시키고 자신은 그 다음에 들어간다. 기록은 의미가 없었다. 우승 선수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이들의 소식은 온 세상에 알려져 오늘 우리에게까지 전해진다. 부축을 받은 이는 치과의사였고, 부축한 이는 여고생. 치과의사인 선수가 자신을 부축해준 선수를 먼저 들어가라고 양보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더 감동적인 장면이 있다. 마라톤 반환점을 돌면서 바로 뒤에서 따라오는 선수에게 물 한 잔을 건네는 모습... 뒤따라오는 그 선수는 양손이 없었다. 그러니 응원하는 관중이 물을 건네줘도 받을 수도, 먹을 수도 없는는 상황. 마라톤 경주가 얼마나 힘든가. 그런 와중에도 목말라 하는 선수에게 물을 먹여줄 수 있는 그 넉넉한 마음이 우리 마음을 울린다. 

또 있다. 결승점을 열 걸음 정도 남겨놓고 1등으로 달리던 선수가 넘어지려 하자, 2등으로 달리던 선수가 그를 부축한다. 그 사이 3등 선수가 1등으로 골인한다. 1등 선수가 자신을 부축해준 선수에게 2등으로 들어가라고 하자, 그는 “원래 네가 나를 앞섰어. 네가 2등이야”라며 그를 뒤에서 밀어준다. 왜 그렇게 했느냐고 기자들이 묻자, “우리 엄마가 그렇게 하라고 하셨다”고 했다.


우리도 이런 정신을 발휘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왜 그렇게 했느냐고 사람들이 물으면 “우리 주님께서 그렇게 하라고 하셨다”고 고백하자! 받는 기쁨보다 주는 기쁨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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