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학력 서열 시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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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학력 서열 시대에”
  • 강석찬 목사(예따람공동체)
  • 승인 2023.10.1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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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찬 목사
강석찬 목사

인생이 학력(學歷)에 의해 서열이 정해지는 것이 아님이 분명한데도 1년에 한 번씩, 홍역이 되어 온 나라를 예민하게 만드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 다가오고 있다. “산에는 산삼(山蔘), 바다에는 해삼(海蔘), 집에는 고삼(高三)”이 있다는 유행어를 만들고, 학력 서열로 줄 세우는 냉혹한 현실의 현장이 수능시험이다. ‘수능’(修能)은 단어의 뜻 그대로,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평가하려는 시험이다. 그런데 이 시험에 ‘킬러 문항’이 들어있었다. ‘killer’는 ‘죽이는 자, 살인 청부업자, 암살자’를 말한다. 물론 ‘초고난도 문제’를 말한 것이지만, “지구인이 풀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얘기가 있다. 결국 누굴 죽이는 문항일까? 왜 죽이려고 할까? 변별력을 위한 공포의 문제는, 중·상위권과 최상위권을 가르기 위하여 킬러 문항을 출제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하지만, 결국 학력으로 줄 세우는 시대 상황의 반영이다. 서울 강남에서는 킬러 문제를 푸는 학원들이 신흥강자로 부상하지만, 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수험생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SKY대학, 의과대학 입학을 위해 유치원 교육에서부터 특수반을 만들어 과외를 시작하는 나라가 ‘K-pop’의 나라 ‘대한민국’이고, ‘K-학원 education’의 나라이기도 하다. ‘상아탑’(象牙塔)’을 ‘우골탑’(牛骨塔)이라 불렸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자녀교육을 감당하기 어려워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하는 젊은 부부가 나라의 인구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OECD 국가 중 최하위권 출산율(2022년 출산율 0.78명, OECD 2021년 평균 1.58명)에 속한 나라가 되었다.

11월 16일이 한 달 앞이다. 교권이 무너져, 선생님들이 자살하는 현실에서도 수능시험일은  코앞에 왔다. 교회는 “이때가 임박하면” 100일, 40일 특별새벽기도회를 시작한다. 목표는 서울의 대학이고, 좋은 직장을 보장해주는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다. 자연적으로 지방대학이나, 신학교는 서열이 밀린다. 밀리는 정도를 벗어나, 정원미달인 신학교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학력(學力)이 떨어지는 학생들이나 원서를 내는 학과로 내몰리고 있다. 그래서 신학교는 이제 평균 학력이 한참 뒤처지는 수험생이 대학 졸업장을 얻으려고 원서를 내는 곳으로 전락하고 있고, 입학해서도 전과(轉科)의 통로로 삼는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목사 수급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개신교만 겪는 어려움은 아니다. 승려만 1,400여 명에 이르는 합천 해인사가 월간 고시계 2023년 1월호 광고에 “생로병사를 겪는 인생의 본질과 의미를 알고 세상사의 부질없는 탐욕을 벗어나 자유와 자비의 삶을 사는 출가인이 진정한 출세”라며 ‘진정한 출세’를 권고하는 ‘스님 모집 광고’를 냈다. 스님의 고령화로 젊은 스님의 공급부족이 주는 위기 극복을 위한 광고였다. 가톨릭 신학교의 신부 지망생도 급감하고 있다.

요즘 담임목사가 공석인 교회에서 많이 들리는 말이 있다. “목사님은 많은데 담임으로 모실 목사님은 없다”라는 학력 서열 시대에 적응된 교회의 구성원인 교인의 말이다. 성직(聖職)의 출발선이라 할 수 있는 신학교육의 장을 살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총회 후의 보고서에서, 신학교육의 자성(自省)이나 개선, 개혁에 대한 것은 볼 수 없었다.

존경과 신뢰를 회복할 한 사람의 올바른 성직자를 배출하기 위하여, 교회와 교단과 신학교와 교수가 하나가 되어 기도와 함께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예따람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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