和를 남기는 사과, 火를 남기는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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和를 남기는 사과, 火를 남기는 사과
  • 이의용 교수
  • 승인 2023.10.18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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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의용의 감사행전 (57)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주차장에서 문을 열면서 그만 옆의 차에 ‘문콕‘을 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녀는 그냥 차에 올랐다. 그때 옆 차 창문이 내려오면서 그 차 운전자가 따졌다. 그러자 그녀는 “미안해!” 하고는 문을 닫았다. 화가 난 상대 운전자는 앙갚음이라도 하듯이 문을 열고는 ’문콕‘을 하고는, “미안해!”라고 했다. 이것이 발단이 되어 이 둘은 주차장 넓은 공간에서 상대방 차를 서로 들이받으며 크게 싸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정면 충돌.  

흔히 “열 받는다”는 표현을 한다. 마음 속에 불이 났다는 거다. 상대방이 말이나 행동으로 피해를 주었을 때 나타나는 반응이다. 사람이 화가 나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을 저지를 수 있다. 순간적으로 “욱!”하는 감정을 자제하지 못해 후회스런 일을 저지르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러니 마음의 불은 얼른 끄는 게 상책이다. 

폴 에크만은 사람의 감정을 두려움, 분노, 혐오, 슬픔, 놀람, 행복으로 나눈다. 이러한 기본 감정은 물감처럼 다른 감정들과 섞여 또 다른 감정을 이뤄낸다. 그러니 사람의 감정은 날씨처럼 다양하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사람마다 ‘날씨’가 다르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계속 변하니 통제가 쉽지 않다. 내 마음 나도 모르니, 남의 마음을 헤아리기란 더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남에게 감정을 바꾸라든지, 왜 그런 감정 상태냐고 따져서는 안 될 일이다.

기본 감정 중 ‘분노’는 정말 조절이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속의 분노를 스스로 조절하지 않으면 안 된다. 주전자 뚜껑에 수증기 나가게 하는 구멍이 있듯이. 분노는 다른 사람을 해치거나 자신을 해치기 때문이다. 아울러 다른 사람을 분노하게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상대방을 분노하게 하는 것 중 하나가 제대로 사과를 하지 않는 경우다. 적절한 사과를 하지 않으면 사람은 분노하게 된다. 사회적 참사로 억울하게 희생된 유가족들이 절규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분노’를 자주 보게 된다. 분노는 관계를 해치고 보복을 불러오기도 한다. 

상대방 마음에 불이 났을 때, 그 불을 끌 수 있는 사람은 불낸 사람뿐이다. 불이 나면 불낸 사람이 소화기를 들고 속히 꺼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진화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이 나면 완전하게 꺼야 한다. 아주 작은 불씨라도 남겨두면 다시 살아나 큰불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과는 불을 끄는 소화기다. 불을 잘 끄려면 소화기 사용법, 즉 사과하는 방법을 잘 익혀야 한다. 게리 채프먼은 사과를 5단계로 설명한다. 1단계-미안함을 표현한다. “미안해”. 2단계-책임을 인정한다. “내가 잘못했어”. 3단계-적절한 보상을 제안한다. “어떻게 해주면 좋을까?”. 4단계-진심으로 뉘우친다. “다시는 안 그럴게”. 5단계-용서를 청한다. “날 용서해줘”. 

가급적 빨리 화끈하게 용서를 청하라

여기서 두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 사안의 중대성에 맞춰 적절한 단계로 사과를 해야 한다.  상대방은 5단계를 원하는데 4단계로 사과하면 불씨가 남는다. 사과는 상대방이 충분하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불충분한 사과는 분노를 남겨 언젠가 다시 발화(發火)시킨다. 더 이상 문제를 삼지 않을 정도로 ‘화끈하게’ 빌어야 한다.  

둘째, 어떤 단계로 사과를 하든 1단계부터 그 단계까지 하나씩 차근차근 거쳐야 한다. 누군가에게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주었을 때 미안해하는 마음, 책임을 인정하는 표현을 생략하고 “얼마면 되냐?”며 지갑을 꺼내 보상부터 제안한다면 상대방의 마음이 어찌 되겠는가? 아마 더 큰 불이 타오르게 될 것이다. 소방관이 진화하는 데에 순서가 있듯이, 사과에도 순서가 있다. 화재가 그렇듯이, 분노도 폭발적인 속도로 번진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번지기 전에 불길을 잡아 진화(鎭火)를 해야 한다. 늦으면 늦을수록 진화가 어려워진다. “화를 내더라도, 죄를 짓는 데까지 이르지 않도록 하십시오. 해가 지도록 노여움을 품고 있지 마십시오.” (에베소서 4:26)

진심으로 충분하게 사과하면 용서를 얻을 뿐 아니라 신뢰도 얻고 관계도 다시 회복된다. 전범국 독일의 사과가 그렇다. 그러나 사과를 생략하거나 잘 못하면 분노(火)를 부르고, 관계를 악화하고 한(恨)을 남긴다. 전범국 일본의 태도가 그렇다. 

진정한 사과는 상대방의 마음에 평안(和)을 준다. 사과는 용서의 청구서다. 잘못을 했으면 진심으로 용서를 청구하라. 하나님께도, 이웃에게도. 그날 해가 넘어가기 전에.

(사)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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