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섭과 통제의 말투를 “고맙다!”, “잘했다!”, “미안하다”, “괜찮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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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섭과 통제의 말투를 “고맙다!”, “잘했다!”, “미안하다”, “괜찮다”로!
  • 이의용 교수
  • 승인 2023.10.18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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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용의 감사행전 (58)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제주 한달살이를 해본 적이 있다. 제주는 가족들과 짧은 여행도 여러 번 다녀왔고, 강의 등으로 수십 번 다녀왔지만 ‘여행’과 ‘살이’는 확실히 다름을 실감했다. 여행은 주로 눈으로 하지만, 살이는 온몸(삶)으로 하기 때문일 것이다. 

숙소 부근 식당엘 몇 번 갔는데 고기 굽는 걸 도와주는 아주머니가 언제 왔느냐고 묻는다. 그러더니 대뜸 아직 안 싸웠느냐고. 그 분에 따르면, 한달살이 하러 온 부부들 중에는 다투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걸 어떻게 아느냐 물으니, 식사를 하는 이들의 표정이나 행동을 보면 다 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음식을 먹는 부부의 표정과 행동에서 그걸 충분히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단체로 해외 여행을 하면서도 비슷한 걸 경험한다. 아침 식사를 할 때 어두운 표정으로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고 식사만 하는 부부, 버스에 타서도 서로 다른 자리에 떨어져 앉는 부부, 함께 사진을 찍지 않고 각자 셀카만 찍는 부부가 있다. 그런 이들은 분명히 간밤에 원가 좋지 않은 일이 있었겠구나 생각해보게 된다. 본인들만 아닌 척하지, 다른 이들의 눈에는 다 보이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부부가 함께 하는 시간은 실제 그리 길지 않다. 맞벌이를 하든, 한 쪽만 출근을 하든 하루의 절반 이상은 떨어져 산다. 연애를 할 때에도 그렇다. 함께 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일상에서 오래 같이 살아봐야 상대방을 제대로 알 수 있는데, 잠깐 만나다 보니 깊이 알기가 어렵다. 그러다가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가서 계속 함께 지내며 실망을 하거나 다투는 수가 많은 것 같다.

요즘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와 여유가 늘어나고 있지만, 부부가 함께하는 시간은 떨어져 사는 시간에 비해 여전히 짧다. 직장인의 경우, 잠자는 시간을 빼면 부부가 하루에 함께 하는 시간은 5시간을 넘기기가 어렵다. 반면에 서로 떨어져 있는 시간은 10시간도 넘는다. 야근을 자주 하는 어느 직장인이 회사에서 퇴근하면서 “집에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인사를 했다는 말이 생각난다. 

부부가 서로 다른 세상에서 살다 보니 관심사도 다르고 세계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서로 떨어져 살아온 부부가 여행을 떠나 꼬박 1주일간 숙식을 함께 하며 지내며 다투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한달살이는 더할 것이고. 

“왜 나랑 다르지?”가 아니라
“아, 나랑 다르구나!”가 배려의 시작! 

은퇴한 부부들은 더 그런 것 같다. 평생 낮에는 떨어져 살아온 이들이 하루 종일 한 공간에서 함께 지내게 되니 서로 불편한 일이 생겨 다투는 수가 많다. 얼마 전 우리교회 노인학교에서 ‘웰다잉’을 강의 적이 있다. 그때 남편들에게 제안한 것 몇 가지가 있다. 

첫째, 매일 어디론가 출근을 하라. 누구를 만나든, 봉사활동을 하든, 운동을 하든 하루에 적어도 5시간은 아내와 떨어져 지내라. 평생 그래왔듯이. 나무들도, 전봇대도 거리를 두지 않는가. 그리고 ‘삼식이’가 되지 말라. 적어도 하루에 한 끼는 밖에 나가서 식사를 해결하라. 아니면 함께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를 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고, 가사를 돕든지. 

둘째, 서로에게 힘이 되는 이야기를 많이 나눠라. “고맙다!”, 잘했다!”는 감사와 칭찬의 말을 자주 하라. 갈등이 생겼을 때에는 먼저 사과하고 관용하라. “미안하다” “괜찮다”는 말을 아끼지 말라. 무엇보다 잔소리를 줄여라. 함께 오래 있다 보면 상대방을 통제하고 간섭하려 한다. 사람의 몸이 70%가 물이듯, 사람의 마음 70%는 감정이다. 이런 말투는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하기 쉽다. 

사람들이 붕어빵을 먹는 걸 보면 재미있다. 어떤 이는 머리부터, 어떤 이는 가슴부터, 어떤 이는 지느러미부터, 어떤 이는 꼬리부터 먹는다. 모든 사람은 성별, 세대, 성격. 감정상태, 가치관, 소통방법, 성장배경, 관심사, 신앙관이 서로 다르다. “왜 나랑 다르지?”가 아니라, “아, 나랑 다르구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주는 것이 바로 존중이고 배려다. 쌍둥이도 서로 다르다. 이 세상에 ‘똑같은’ 창조물이 없다는 것-그것이 하나님 창조의 위대함이다. 그러니 상대방도 나와 똑같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자.

(사)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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