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의무 게을리한 자녀에게 유산 상속을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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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의무 게을리한 자녀에게 유산 상속을 막으려면
  • 김은주 웰라이프 강사(각당복지재단)
  • 승인 2023.10.17 2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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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을 생각하다㉓

재산에 대한 자기결정을 미리 작성해 놓은 유언장의 종류로는 자필유언장, 녹음, 공증유언장 등이 가장 많이 유용되고 있다. 자필유언장은 말 그대로 자필로 작성하는 유언장으로 이름, 생년월일, 유언의 내용, 주소, 작성 날짜. 도장 등 모든 형식을 갖추어야 유언장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자필유언장에 주소를 상세하게 쓰지 않거나, 작성 날짜를 빠뜨리는 경우, 도장이나 무인 대신 서명을 하는 경우 무효가 된다. 녹음의 경우도 자필유언장의 내용을 그대로 녹음하는 것으로 형식을 갖추어야 하며, 증인도 같은 방식으로 녹음해야 한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유언장을 녹화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 경우도 녹음 유언장으로 인정되어 화면이 아니라 녹음내용이 정확해야 한다.

내가 매년 유언장을 쓰는 이유는 재산이 늘어나거나 재산을 물려주고 싶은 사람이 달라져서가 아니라 한 해를 살면서 깨닫게 된 삶의 의미와 가족에 대한 사랑을 기록하기 위해서다. 올해는 가족이 전부 모인 자리에서 유언장을 읽고 스마트폰으로 그 모습을 담아놓을 계획이다. 

가족의 권리와 개인의 자기결정권

최근 ‘구하라법’으로 알려진 사건은 유류분제도에 대한 것으로 어린 남매를 두고 가출해 20년간 연락이 두절됐던 친모가 갑자기 나타나서 상속권을 주장하자 구하라 씨의 오빠가 억울함을 토로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상속인의 최소한의 권리를 보호하는 유류분 제도에 따라 가족을 살해하거나 상해를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사기나 강박의 방법으로 유언을 하게 하거나, 반대로 못하게 방해한 경우 등 ‘상속결격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그 권리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구하라 씨 친모의 경우는 부양의 의무를 게을리했다고 해서 상속결격사유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유류분 제도의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직계존비속에 대한 보호나 부양의무를 게을리한 사람을 상속결격사유에 추가하자는 것이 ‘구하라법’의 주요 내용이다. 상속인의 최소한의 권리 보호를 위해 법정상속분의 일정부분을 남겨놓아야 한다는 유류분제도가 사회의 변화에 따라 재산에 대한 개인의 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상속에 대한 인식의 변화에 따라 유언장의 대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유언대용신탁이다. 유언대용신탁은, 피상속인이 신탁회사와 신탁계약을 맺으면서 생전에는 자신이 운용수익을 갖고 사후에는 미리 지정한 이에게 운용수익이 가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신탁 시점해석에 따라 유언대용신탁한 피상속인의 재산은 생전증여라고 보기 어려워 유류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례도 있으나 대법원의 판례는 아니다.

유언대용신탁 또한 금융상품으로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이 중요하다. 투자자인 피상속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재산을 증여, 상속할 수 있는지, 유언대용신탁을 하면서 여러 조건을 설정하여 사후에도 신탁자가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방식의 상속 재산 분할 가능한지 등도 살펴보아야 한다. 유언과 상속은 죽은 이후의 누구와 무엇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삶의 태도와 죽음에 이르기까지 성실하게 채워가는 삶의 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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