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강도권 결의 번복, 합동의 권위와 신뢰 떨어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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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강도권 결의 번복, 합동의 권위와 신뢰 떨어뜨려”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3.10.12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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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반성폭력센터, ‘2023 교단총회 성평등 모니터링’ 결과 평가

지난달 열린 108회 예장 합동총회에서는 ‘여성 강도권’의 허용을 결의했다가 결의를 취소하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회무과정에서 이뤄진 결의가 이틀 만에 뒤집힌 것은 총회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었다. 이러한 번복 사태는 합동 교단 내 여성사역자의 처우와 위치를 보여주는 단편적 사건이기도 했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는 지난 11일 오후 서울시 서대문구 공간새길에서 ‘2023 교단총회 성평등 모니터링-여성이 말한다’를 열었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는 지난 11일 오후 서울시 서대문구 공간새길에서 ‘2023 교단총회 성평등 모니터링-여성이 말한다’를 열었다.

9월 일제히 장로교 총회가 치러진 가운데, 교단별 여성정책에는 아쉬움이 남았다는 평가다. 각 교단별 여성정책을 모니터링하고, 향후 과제를 점검하기 위해 기독교반성폭력센터(공동대표:방인성‧박유미)는 지난 11일 오후 서울시 서대문구 공간새길에서 ‘2023 교단총회 성평등 모니터링-여성이 말한다’를 열었다.

이날 모니터링 결과를 전한 박유미 대표(총신 신대원 87회 졸업)는 “이번 예장 합동 108회 총회는 주요 여성 이슈는 ‘여성 강도권’이고, 둘째는 ‘성폭력 대응 매뉴얼’”이라고 밝혔다.

합동총회 둘째날(19일)에는, 총신 신대원을 졸업한 여성사역자에게 목사후보생 고시 및 강도사고시 승시자격을 부여하는 청원이 올라왔으며 총대들의 박수로 통과됐다. 하지만 이어지는 총대들의 반발에 오정호 총회장은 21일 여사위‧신학부‧규칙부‧정치부 등이 모여 간담회를 열고 기존 결의를 취소하는 결의를 하고, 총회 임원회가 ‘여성 사역자를 위한 TFT’를 구성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박유미 대표는 “강도사고시를 치른 여성사역자에게 목사 자격을 주지 않으면 인권위원회에 제소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번 사태는 합동총회의 여성에 대한 인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특히 그는 “여성 안수와 강도권 등 여성사역자의 지위 향상을 위해 그간 노력한 여성 사역자들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번 총회 결의 번복이 불법적이라는 문제도 개진했다. 박 대표는 “이 안건은 여사위에서 올린 것이므로 재론을 하려면 여사위 위원들의 참석과 동의하에 이뤄져야 한다. 이 결정을 철회하는 단계에서 여사위 위원들은 배제되고 다른 위원회 위원들만 참석해 결정하고 통보했다”며 과정의 불법성을 지적했다.

이 일로 합동 교단의 무너진 신뢰와 이미지는 쉽게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총회에서 정상적으로 이뤄진 결의를 번복한 것은 합동 스스로 총회의 권위와 신뢰를 땅에 떨어뜨린 행위라는 것.

이밖에 교단의 성폭력 대응 매뉴얼 문건에 <교회 성윤리 예방 및 대응 지침서>라는 이름을 붙인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성폭력’ 대신 ‘성윤리’라는 용어를 쓴 것과 관련해 박 대표는 “성윤리는 성에 관해 지켜야 할 도리를 말하는 것인데, 이를 예방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모순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통합총회에서는 노회별 ‘여성총대 10% 의무할당제’가 안건으로 올라왔지만 1년 더 연구하기로 했다. 또 ‘목사 고시 응시자 및 목사 임직자의 성범죄 경력조회 및 범죄 경력 회보서 제출 법안 법제화’ 건은 논의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여혜숙 장로(예장 통합 성문밖교회)는 “고민은 내년은 예장 통합 여성안수 30주년이다.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는 지난 11일 오후 서울시 서대문구 공간새길에서 ‘2023 교단총회 성평등 모니터링-여성이 말한다’를 열었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는 지난 11일 오후 서울시 서대문구 공간새길에서 ‘2023 교단총회 성평등 모니터링-여성이 말한다’를 열었다.

기장 108회 총회 결과의 모니터링을 맡은 김하나 부위원장(기장 전국여교역자회 성평등위원회)은 “올해 총회에서 논의된 여성 성폭력 관련 정책은 정치부, 법제부 회의에서부터 부정적 반응이 높았다”면서 “총회 현장에서는 여성 총대들의 발언권 자체를 얻기 어려운 분위기였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그는 “육아휴직 정책을 제안했던 여교역자/여신도회 내에서도 육아휴직의 대상을 ‘여성’으로 국한시킨 것이 아쉬움이 남는다. 돌봄의 문제가 여성의 문제라는 인식을 깨고, 3040 목회자들의 지지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정책으로 확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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