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향적 설교·선 긋는 발언 … “이런 교회 ‘위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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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향적 설교·선 긋는 발언 … “이런 교회 ‘위험’합니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3.10.12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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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국민미션포럼서 ‘다음세대 희망 터치’ 연구 발표
청년 위해 공간 내어주고 스스로 위기 극복도록 지원해야

한국교회의 허리가 끊어질 위기다. 교회의 미래를 책임질 다음세대를 점점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예장 통합총회는 올해 교세 통계에서 교인 수 집계 이후 처음으로 중고등부 인원이 1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단순히 저출생으로 인해 인구가 줄어들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한국교회탐구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3040세대의 55.1%는 ‘10년 후 기독교 신앙은 유지하더라도 교회는 잘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다음세대의 가파른 감소세를 결코 낙관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수치로 숲을 관찰했다면 이제는 다음세대 속으로 들어가 나무들의 상태를 하나하나 관찰할 때다. 그들이 교회에서 멀어지는 이유를 알아야만 대책 또한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5일 열린 국민미션포럼에서는 2030 기독 청년 소수를 만나 속 깊은 이야기를 들어본 ‘다음세대의 희망 터치’ 질적 연구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연구에는 신국원 교수(총신대)를 비롯해 김선일 교수(웨신대), 조성돈 교수(실천신대), 정재영 교수(실천신대), 장만식 사무국장(코디연구소)가 함께 했다.

 

청년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

인터뷰는 두 명의 20대 청년과 30대 선교단체 간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중 두 명은 모태신앙인들이지만 교회를 떠난 전력이 있거나 지금 교회를 찾고 있는 이들이다. 어릴 때부터 교회 생활을 했기에 한국교회의 관습과 문화에 익숙하다. 동시에 일상에서는 또래의 믿지 않는 청년들과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말하자면 교회의 내부자인 동시에 외부자, 그리고 다음세대와 장년을 잇는 경계선 신앙인인 셈이다.

최근 MZ세대의 특징이 각종 미디어를 타면서 다음세대의 이미지가 굳어졌다. 미디어에서 묘사되는 다음세대는 이기적이라 비칠 만큼 자기주장이 강하고 조직을 위해 희생하려는 마음이 없다. 내키는 대로 행동하며 좋아하는 것이라면 큰 돈도 과감하게 지출한다. 기성세대의 꽉 막힌 사고방식을 싫어하고 이를 ‘꼰대’라 부른다.

그런 만큼 기독 청년들 역시 전통적인 기독교 문화와는 더욱 멀어질 것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실제로도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인터뷰에 참여했던 청년들은 사회를 이해하는 방식이나 종교 가치에서의 우선순위가 부모세대와는 확연히 다르게 나타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부모의 신앙유산을 거부하지는 않는다. 이들에게 부모의 신앙은 여전히 영향력을 지니고 있었다.

무작정 기성세대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청년 A가 신앙 공동체에서 소속감을 갖게 된 것은 함께 중등부 교사를 했던 어른들의 영향이 컸다. 먼저 나서서 섬기는 모습과, 한때 교회를 빠졌을 때 출석을 재촉하지 않으면서도 다정하게 안부를 물었던 배려가 편안함을 준 것이다. 좋은 어른이 되어 청년들을 환대해준다면 청년들도 교회에 마음을 붙이고 정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청년들을 교회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 청년들은 사회의 일반적인 의식과 대립되는 교회만의 관행이나 주장을 볼 때 불편함을 느낀다. 다른 의견을 용납하지 않고 지나치게 배타적인 모습을 보일 때 역시 불편하다. 청년 A는 “교회가 사회의 지배적인 어젠다를 반대하거나 비판할 수는 있다. 하지만 공공연히 공격성을 띠는 모습은 불편하다”면서 교회의 사회적 신뢰와 지위에 대해서는 기대감이 없다고 덧붙였다.

교회의 대사회적 이미지와 신뢰가 중요한 이유는 청년들에게 ‘수치심’이 중요한 정서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교회가 대외적으로 부끄럽게 느껴진다면 기독청년들의 신앙 역시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선교단체 간사로 사역하며 청년들을 만나는 C는 “교회 지도자들의 편향된 정치발언, 성경과 과학의 관계에 대한 무지성 교리, 여성에 대한 공공연한 차별은 수치심에 민감한 청년들의 신앙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전한 교회가 되어주세요

‘교회’와 ‘안전’은 언뜻 어울리지 않는 키워드처럼 보인다. 하지만 의외로 청년들은 한국교회가 ‘안전한 교회’가 되어 달라고 주문했다. 조사에 참여한 김선일 교수는 “처음 인터뷰를 했던 A에게 ‘안전’이라는 단어를 했을 때는 독특한 표현이라고만 생각하고 흘려 넘겼다. 하지만 B 역시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면서 “이는 교회가 안전하지 않다는 말이고, 안전했으면 한다는 이야기”라고 전했다.

두 청년이 말한 ‘안전’이 엄밀하게 동일한 맥락에서 사용되지는 않았다. 청년 A는 교회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이슈들 때문에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다. 뉴스에 보도되곤 하는 폭력이나 착취, 목회자들의 비도덕적 행위 같은 것들이다. A는 어릴 땐 몰랐지만 나이가 들도 뒤돌아보니 교회에서 가스라이팅을 당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여성에게는 교회가 그리 안전한 곳이 아니라는 얘기도 덧붙였다.

B는 교회에서 나오는 혐오적인 발언이나 날선 비판들로 인해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었다. B는 “예수님은 굉장히 낮은 곳에 계셨고 당시 용서받지 못할 이들과 함께하는 분으로 알고 있었는데 교회에서 어떤 분들은 차별과 혐오 발언들을 쉽게 하고 선을 긋는 모습을 봤다. 하나님에 대해서도 되게 크시고 호방하신 분으로 생각했었는데 마치 선택받은 자들을 위한 하나님으로 만드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김선일 교수는 “청년들은 교회에서 정치적 발언이나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발언을 설교와 기도 가운데 듣게 될 때 당혹감이 크고 상처를 받는다.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라면서 “요즘은 이혼가정, 사별가정, 다문화가정도 많다. 3040 세대 중에는 아이를 안 가지거나 못 가지는 경우도 있다.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를 강요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폭력으로 다가올 수 있고 교회를 위험하다고 느끼게 만든다”고 진단했다.

 

교회, 이제 힙해지자

청년들이 필요로 하는 교회는 어떤 교회일까. 청년들이 진솔하게 털어놓는 말들에 위축되다가도 다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그래도 교회 공동체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년들에게는 삶의 고비에서 위로를 주고 믿음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따뜻한 공동체가 필요하다.

A는 교회가 청년들에게 무엇을 해주면 좋겠냐는 질문에 공간을 내어달라고 답했다. 교회가 공간을 내어주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A는 “교회가 고등부실을 청년부가 쓸 수 있도록 제공해줬다. 그랬더니 청년들이 주말마다 교회로 모여 탁구도 치고 보드게임도 한다. 그렇게 모이는 수가 20~30명이나 된다. 이런 것을 통해 교회에 많이 정착하게 되는 것 같다”고 나눴다.

연구에 함께한 정재영 교수는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필요에 민감해질 것을 주문했다. 정 교수는 “기성세대가 마치 모든 답을 알고 있다는 듯 지시하거나 강요해선 안 된다. 오늘날 젊은이들의 문제는 20~30년 전의 그것과 같지도 않고 그리 간단하지도 않다.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돕는 것이 기성세대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며 “꼰대스럽지 않게젊은이들과 소통하면서 이들에게 맞는 사역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교회 차원에서 과거의 관행을 타파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노력도 필요하다. 요즘 사회에서도 조직문화가 없어지고 있는데 교회는 여전히 위계적이고 일방적인 문화가 우세하다. 구호는 많지만 진정성 있는 실천은 미약하다. 연구팀은 “요즘말로 교회가 더 ‘힙해질’ 필요가 있다. 수평적인 소통과 자유, 인간에 대한 실제적 배려와 돌봄이 있는 교회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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