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보우만의 뜻, 하나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 조명
한국 영화계의 중흥기를 풍미했던 영화감독 이장호 장로(78)가 노년에 들어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에 나섰다. 대한민국 건국의 역사와 국가 발전의 역사를 이끌었던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삶과 업적을 제대로 평가해보겠다는 포부로 뛰어든 작업이다. 영화 제목은 ‘하보우만의 약속’으로, 내년 봄 개봉을 목표하고 있다.
이장호 감독은 1974년 그 유명한 ‘별들의 고향’으로 데뷔해 영화계에서 승승가도를 달렸던 인물이다. ‘별들의 고향’은 46만명이라는 당시로서는 폭발적인 흥행몰이를 이뤄냈다. 이후에도 ‘바람 불어 좋은 날’, ‘어둠의 자식들’, ‘낮은 데로 임하소서’, ‘이장호의 외인구단’, ‘명자 아끼꼬 쏘냐’를 비롯해 ‘어우동’과 같은 성인물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쏟아냈던 대한민국 영화 역사의 산증인이다.
1990년대 이후 영화 제작과 흥행과는 멀어졌던 그가 2014년 메가폰을 잡은 이후 약 8년 만에, 그것도 좌우 논란의 중심에 있는 역대 대통령들의 역사 다큐멘터리 제작에 뛰어든 이유가 궁금했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이장호 장로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하나님이 준비하신 두 대통령”
“하보우만은 ‘하나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라는 애국가 가사입니다. 봉건주의 국가에서 우리나라를 완전히 탈바꿈한 것은 대한민국 건국입니다. 물론 우리나라 역사는 삼국시대 이전보다 훨씬 더 올라가지만, 저는 하나님께서 우리나라를 사랑하셔서 본격 개입하신 역사를 대한민국 건국에서 발견했습니다.”
이장호 감독은 대한민국은 하나님께서 일으켜 세우신 나라이고,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준비시켜서 대한민국을 위해 하나님께서 들어 사용하셨다고 확신했다. 과거 두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던 이장호 감독이 두 인물을 추앙하는 다큐 작품을 제작하겠다는 것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같은 사건이다.
그가 ‘하보우만의 약속’을 제작한다는 소식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휴대폰 벨소리와 메신저 울림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제작에 공감하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고 했다. 현재는 펀딩 방식을 활용하고 있는데, 제작투자와 영화예매 투 트랙으로 제작비를 마련하고 있다.
“영화 흥행의 관건은 스크린을 확보하는 데 있습니다. 배급사에서 흥행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깨달아주면 좋겠습니다. 일단 적은 배급이라도 뚜껑을 열어보면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지금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고 있어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악의적인 폄훼 바로 잡을 것”
이장호 감독은 기독교 신앙을 끝까지 지켰던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1948년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하고, 제헌의원 이윤영 목사의 기도로 대한민국 의회가 시작됐다는 점을 의미 있게 평가했다. 이 감독은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폄훼는 좌익사상을 가진 사람들에 의한 것이며, 악의적인 사람들에 의한 것”이라고 말하며, “특히 공산주의가 위협하는 대한민국 상황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나라의 이념적 갈등 양상 속에서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조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잘 알고 있다. 이 감독 역시 두 인물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인식을 갖고 비판했던 시기도 있다. 이 전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영화 검열관이었던 아버지의 영향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예술 감각이 있는 지식인은 정치에 대해 반감을 갖는 기질이 있었습니다. 아버지도 예술애호가 딜레당트(Delettante)였다고 할 수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로맨틱한 사회주의자와 같은 생각을 갖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또 이승만 대통령의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신익희 선생을 지지했던 분이라, 이 대통령에 대해 폄훼하는 말들을 저도 멋모르고 믿었던 것 같습니다.”
6.25 당시 서울을 탈출하며 한강교를 폭파했던 사건, 1960년 3.15 부정선거에 대한 그의 생각도 물어봤다.
“이 대통령은 수원으로 내려가서야 전황이 심각하다는 보고를 처음 받았습니다. 이 대통령은 일본에 머물던 맥아더 장군에게 전화해 상황을 알리고 탱크와 비행기를 보내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어요. 대구까지 내려갔다가 나만 살 수 없다고 수원으로 돌아오셨던 분입니다.”
사사오입 사건에 대해서는 “조병옥 박사가 미국에서 사망하면서 자연스럽게 당선될 상황에서 이 전 대통령은 당연히 당선될 수 있었다. 그런데 부통령 이기붕 후보가 부정선거를 일으켜 억울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 감독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이런 잘못 알려진 역사를 바로 알리겠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장호 감독은 “이승만 대통령은 한국전쟁 중 가는 곳마다 목회자들과 구국기도회를 계속 열었다. 미국에서 오래 살았던 이 대통령은 공산주의 정체를 너무 잘 알았기 때문에 공산주의를 막기 위해서라면 미국에 등을 돌릴 정도로 단호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큐제작의 중심은 ‘자유민주주의’”
이장호 감독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깊이 조명한다는 사실은 더욱 의외다. 박정희 정권 아래 대마초 파동에 휘말려 수년간 활동 정지를 경험했던 이 감독은 박 전 대통령을 싫어하고 비판하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박 전 대통령의 일본군 장교 경력, 삼선개헌, 민주화운동 탄압 등을 그는 알고 있지만, 그가 이뤄낸 업적을 월등히 높게 평가했다.
“어렸을 때 외우면서도 짜증났던 국민교육헌장을 다시 읽어봤습니다. 그분은 오로지 국민과 국가에 대한 일념뿐이었던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가 있었기 때문에 공산주의도 막아냈습니다. 때로는 어쩔 수 없는 선택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부흥과 발전을 이뤄낸 역사를 보면 그는 선택받은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에 와서야 더 많은 국민들이 박 대통령을 인정하게 된 것 같아요.”
두 명의 전직 대통령들의 공(公)뿐 아니라 존재할 수밖에 없는 과(過)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이장호 감독은 과제라고 했다. 다큐멘터리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는 다큐의 기준은 ‘자유민주주의’에 세워두고 있다고 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좌우 날개로 나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몸통입니다. 몸통이 바르게 서야 균형을 잡을 수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가 그 중심입니다.”
영화 제작 소문이 나고, 여기저기 연락 오는 곳이 많아졌다. 하지만 요즘 이장호 감독은 가급적 불필요한 만남은 자제하고 있다. 자신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을 차단하는 의미도 있다. 현재는 자료를 정리하고 집약하는 것이 다큐 제작을 위해 우선이라는 게 이 감독의 판단이다. 역사적 인물과 사건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이성적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신앙인으로서 하나님 입장에서 역사를 봐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경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은 하나님께서 이끄셨다”
‘하보우만의 약속’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장호 감독은 다큐에서 기독교 신앙적 색채를 보여줄 예정이다. 그는 영화계 선배였던 배우 故 신영균 장로가 인도하던 신우회에 참석했다가 신앙을 갖게 됐다. 지금은 길교회(담임:김세재 목사)에 출석하고 있으며, 현재는 은퇴장로 직분이다.
“신앙생활은 보통 성도들에 비하면 참 느리게 성장한 편이에요. 돈, 인기의 중심인 연예계에 있다 보니까 이상적으로 신앙생활을 하기 힘들었습니다. 화려함을 내려놓기 어려웠습니다. 지금도 기도가 약한 것이 부끄러워요. 그래도 진실한 기도를 하나님께 드리겠다는 생각으로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장호 감독은 제대로 역사를 배울 수 있도록 청소년들이 ‘하보우만의 약속’을 봐야 한다고 했다. 이 감독은 “하나님께서 어떻게 대한민국을 이끌어주셨는지 배울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며 “한국교회의 관심과 기도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