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의 사용내역은 누구나 볼 수 있게 투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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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금’의 사용내역은 누구나 볼 수 있게 투명하게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3.10.1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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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RE) 세우는 한국교회㉚Reveal– 교회 재정관리, 모든 성도의 청지기적 사명

“교회 재정관리, 담당자의 몫 아닌 교인의 의무”
결산보고는 공동체의 가치 점검하는 시간이어야

공동의회 시간, 재직들이 모인 가운데 교회의 예산 및 결산이 담긴 종이를 배부한다. 복잡한 회계용어와 빽빽하게 적힌 예결산 숫자를 세다가 공동의회 시간이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다. 짧은 시간 안에 1년 치의 교회 장부 내용을 파악하려고 하니 교인들은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그렇다 보니 가부를 묻는 집행부의 질문에 그저 ‘네’라고 답하고 회의를 끝낸다. 대다수 교회에서 재정관리는 당회 또는 재정부서만의 업무가 되고 교인들은 그저 예결산을 명목으로 승인해주는 역할로 전락해버렸다.

이제는 그동안 숨겨져 왔던 교회 재정문제를 세상 속에 밝히 드러내야(Reveal) 한다. 연말, 한 해의 재정 사용내역이 담긴 예결산 보고서는 교회의 선한 행실을 객관적으로 드러내는 지표가 된다는 점에서 이를 더욱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본부 본부장 최호윤 회계사(회계법인 더함 대표)는 “교인들은 교회 재정관리의 주체자로서 하나님이 맡겨주신 의무가 있다. 재정관리자에게 모든 책임과 관리를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교회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 재정관리를 하나님께서 교회 공동체에 위탁하셨음을 인지하고, 모든 성도가 교회의 재정관리에 있어 청지기적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성도의 책임은 헌금을 드린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자신이 낸 헌금이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합당하게 쓰여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점검해봐야 한다.

교회 재정관리는 일부 교회 재정집행부의 몫이 아닌, 모든 성도들의 책임이다.
교회 재정관리는 일부 교회 재정집행부의 몫이 아닌, 모든 성도들의 책임이다.

“재정 투명성, 교회의 건강성의 지표”

한국교회의 개혁을 위해서는 반드시 돈을 추적해볼 필요가 있다. 건강하게 성장을 이룬 교회가 한순간에 헌금이나 재정문제로 조롱거리와 비난의 대상이 된다. 대형교회가 크고 작은 재정문제로 구설수에 휘말리기도 한다. 성경에서도 ‘재물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다(마6:21)’고 말한다. 이렇듯 교회의 재정 투명성은 교회의 건강성을 점검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된다.

많은 갈등과 분쟁의 뿌리에는 ‘돈’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부설 교회문제상담소가 지난 2022년 102개 교회를 대상으로 진행한 ‘교회 상담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핵심 분쟁유형의 1순위로 ‘재정 전횡’이 16%를 차지했다. 분쟁의 배경도 ‘재정 전횡’이 가장 많은 29.5%를 차지했다. 한국교회의 많은 문제가 재정에서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교회의 재정은 대부분이 전적으로 교인들의 헌금으로 구성된다. 교회의 성도들이 하나님께 드린 ‘헌금’을 운영하는 교회는 이를 투명하게 운영하고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를 위해 연말 재정보고의 자리에서 예‧결산 내역을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공개해 재정의 흐름을 성도들이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 그렇게 미리 재정의 흐름을 파악한 성도들은 재정보고 시간을 통해 궁금한 사항에 대해 질문하거나 미비한 사항을 점검할 수 있다.

교회의 재정은 하나님께 바친 헌금이라는 신성한 인식 때문에 자칫 의견을 제시하는 것을 불경하게 여기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헌금하면 끝’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성도들은 자신이 드린 헌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끝까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의무가 있다. 교회 재정에 문제가 생긴 경우 그저 집행 재정부를 탓하거나 다른 교회로 옮기면 된다는 식의 방관자적인 태도 역시 합당하지 않다.

정재영 교수(실천신대)는 “현 한국교회 교인들은 헌금을 성실하게 내고 많이 드리고 있다. 그러나 헌금 사용에 대해서는 관심이나 책임의식이 약하다”면서 “교회 재정관리에 있어 방관자가 아니라 ‘책임자’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공동체에서 헌금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끝까지 관심을 갖고 관찰해야 한다는 것.

한눈에 파악이 어려운 재무재표 문서를 성도들이 이해할 수 있게 쉽게 표기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해하기 쉬운 계정과목 명칭을 사용하고, 별도의 주석이나 메모로 예산과 관련된 내용을 보충하거나 도표로 설명 정보를 덧붙이는 것도 효과적이다.

최호윤 회계사는 “연말 예결산을 보고하는 것은 단순한 회계의 본질적 기능을 넘어 교회는 공동체 구성원 간 재정관리의 정보를 공유하고, 사회에 교회가 가지는 책무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교회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것이 교회 재정을 바르게 운영하고 있다는 필수적 요건은 아니다. 그러나 재정의 사용이 투명하게 공개될 때 미비한 사항을 빠르게 파악하고 점검해볼 수 있다.

교회의 재정보고회는 단순히 예산 통제의 목적을 넘어 교회 공동체의 비전과 가치를 점검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숫자로만 표기된 교회 재정의 운용 흐름을 구체적으로 표기해 성도들의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 이를 통해 예배와 교육, 선교, 친교, 구제 등 교회가 설정한 우선적 가치에 따라 재정을 사용했는지 점검해볼 수 있다.

최 회계사의 표현에 따르면, 결산서는 숫자로 표현된 교회의 행실이다. 결산서 공개는 숫자라는 언어로 교회의 행실을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으로 교회가 재정을 떳떳하게 외부에 공개함으로 세상 속에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야 한다. 그는 “감사보고의 시간은 교회 공동체가 일 년 동안 재정을 통해 역사하신 하나님의 손길에 대한 감사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 결산서의 의미를 찾아 공동체에 설명하고 함께 감사하는 내용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회 헌금, ‘어떻게’ 운용해야 할까

톰 레이너는 <죽은 교회를 부검하다>라는 책에서 죽은 교회의 마지막 몇 년 간의 예산을 살펴보면 예측가능한 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교회가 재정이 어려워지면, 대부분의 경우 예산항목에서 외부에 초점을 맞춘 사역과 프로그램에서 삭감이 이뤄졌으며, 교회 밖을 섬기기 위한 예산이 사라졌다는 것.

헌금은 구원받은 성도가 예배를 통해 감사함으로 드리는 예물로, 성경이 전하는 쓰임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 장로교 헌법에서 볼 때 헌금의 구체적인 사용처는 교회 전반의 운영 비용, 복음 전파의 비용, 소외된 이웃을 위한 구제사역 등으로 구분된다.

그렇다면 한국교회 전반은 재정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 2017년 학술지 <신학과사회>에서 최현종 교수(서울신대)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교회의 헌금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은 유지운영비와 교역자 인건비인 것으로 드러났다.

논문은 교회 180곳의 연말보고서에 담긴 예결산 내용이 담겼으며, 헌금 상당액의 용처는 교회의 ‘유지운영비’(37.9%)나 교역자 인건비(29.8%)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재영 교수는 “많은 교회가 선교와 구제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세상 속에 흘려보내는 헌금의 비율이 크지 않다. 하지만 교회는 헌금의 성경적 사용을 통해 교회의 ‘공공성’을 실현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회 재정을 의식적으로 외부로 흘려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교계 전문가들은 한국교회의 연간 재정 규모가 10조원을 웃돌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막대한 재정 규모이지만, 교회의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관리하는 손에 꼽힌다.

서울영동교회 정현구 담임목사는 “교회에서 헌금에 대한 설교는 거의 하지 않지만, 재물의 주인이 하나님이심을 고백하는 기도를 드린다. 헌금을 하는 것보다 헌금을 성경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더욱 중요히 하고 있으므로 지출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 헌금이 제대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성도들에게) 이해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영동교회는 전체 예산의 4~50%를 외부에 지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외부 지출은 △국내외 선교 △통일 선교와 의료선교 및 복지 △미자립교회 지원 △다음세대와 외국인 유학생 장학 지원 등에 집중 편성하고 있다. 예산의 경우 평신도가 예산 편성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상향식으로 지난해 결산 내역을 평가하며, 새해 계획을 바탕으로 예산을 수립한다.

정 목사는 “교회의 재정 계획이 하나님의 일하심에 대해 장애가 되지 않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한국교회가 따라갈 수 있는 모범적인 재정원칙과 원리가 발표되고 이를 공유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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