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를 열며] 가을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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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를 열며] 가을의 기도
  • 박노훈 목사(신촌성결교회)
  • 승인 2023.10.10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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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훈 목사 / 신촌성결교회
박노훈 목사 / 신촌성결교회

가을은 밤이 길어지고 사색이 깊어지는 시간입니다. 푸른 낙엽이 땅에 내려와 지난 세월을 소곤소곤 이야기합니다. 또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지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후회 없는 생을 살아간 사람은 성경의 에녹입니다. 창세기 기자는 그를 두고 “하나님과 동행하더니 하나님이 그를 데려가시므로 세상에 있지 아니하였더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에녹은 참 행복한 삶을 살아간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하나님과 동행하였습니다. 단순히 하나님에 대해 읽은 것도 아니었으며, 단순히 하나님에 대해 말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는 하나님과 교제하였습니다. 그와 하나님과의 동행은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하나님께서 그를 데려가시므로 그는 죽음을 보지 않고 옮겨져 세상에 있지 않게 되었습니다.

어느 사랑에 빠진 남녀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이 올 때도 사랑스런 교제를 이어갔습니다. 하루의 데이트를 마칠 때면, 남자가 여자를 집에 바래다주곤 했습니다. 잠시의 떨어짐을 아쉬워하며, 서로는 집 앞에서 작별을 고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는 여자에게 결혼을 청했습니다. 그들은 마침내 결혼을 했고, 남자는 여자를 예쁘고 아름다운 보금자리로 데려갔습니다. 그는 더 이상 여자를 집에 바래다 줄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들은 언제까지나 함께 행복하게 살아갔습니다. 하나님과 에녹의 동행이 이와 같았을까요?

에녹은 하나님과 함께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삼백년 동안의 동행이 끝나갈 무렵, 그의 모습은 출발할 때의 모습보다 훨씬 더 고귀하고 숭고한 빛을 띠고 있었습니다. 그는 더욱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더욱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되었고, 더욱 많은 것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사도 베드로는 우리를 향해 권고합니다.

“오직 우리 주 곧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그를 아는 지식에서 자라 가라 영광이 이제와 영원한 날까지 그에게 있을지어다”(벧후 3:18)

에녹은 때로 음침한 골짜기를 지나갔으나, 두렵지 않았습니다. 그는 하나님과의 동행으로 늘 기쁨이 가득했습니다. 그가 걸어갔던 길에도 다른 여러 길들과 같이 위험과 장애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안전하였습니다. 하나님께서 든든한 보호자가 되어 주셨기 때문입니다.

현대철학의 초석을 놓은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말했습니다. “나는 일생 동안 참 훌륭하고 좋은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그 속에서 시편 23편에 나오는 네 단어보다 내 마음을 더 고요하고 기쁘게 해준 말을 발견한 적이 없습니다. 그것은 ‘주님께서 나와 함께 계시다’라는 말입니다.” 칸트는 자신의 이름 속에도 들어 있던 ‘임마누엘’ 이름의 의미를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에녹은 삶을 통해 그리고 죽음을 통해, 아니 옮겨짐을 통해, 하나님을 증언하였습니다. 이 가을 화려함을 자랑하기보다는 겸손하게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꿈꿉니다. 내가 그 길을 걸어감으로, 우리의 사랑하는 사람들도 다 이 길을 함께 걸어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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