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약 중간사] 왕의 대제사장 겸직은 정교분리 원칙 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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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약 중간사] 왕의 대제사장 겸직은 정교분리 원칙 위배
  • 김병국 교수
  • 승인 2023.10.1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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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국 교수의 신구약 중간사 이야기 (28)
김병국 교수(백석대·신약신학)
김병국 교수(백석대·신약신학)

사독과 아비아달 
다윗 왕이 이스라엘을 다스릴 때는 대제사장이 두 명이었습니다. 그것은 사무엘상 21장에 나오는 아히멜렉 제사장 사건 때문입니다. 다윗이 사울 왕의 눈을 피해 도망할 때, 아히멜렉 제사장에게 갔습니다. 아히멜렉은 다윗 왕에게 진설병을 주워 먹게 하고, 보관하고 있던 골리앗의 칼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일 때문에 아히멜렉 집안의 제사장 팔십 오 명이 사울에 의해 죽임을 당했습니다(삼상 22:18). 그 때 아히멜렉의 아들 중 하나인 아비아달이 다윗에게 도망쳐 왔습니다(삼상 22:20). 다윗은 그와 함께 지내다가 나중에 왕이 된 후 그를 대제사장으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당시에 이미 사독이라는 대제사장이 있었습니다. 대제사장은 종신직이었기 때문에 그를 폐위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윗 왕 때에는 사독과 아비아달이라는 두 사람의 대제사장이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다윗의 뒤를 이어 솔로몬이 왕이 되었을 때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솔로몬이 왕이 되기 직전 아도니아의 반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두 명의 대제사장들 중 사독은 솔로몬의 편을 든 반면 아비아달은 아도니아의 편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솔로몬이 왕이 된 후 아비아달은 대제사장직에서 파면을 당했습니다. 그 이후 정통적인 대제사장은 오직 사독 가문에서만 나오게 되었습니다.

엘리에 대한 저주
참고로 아히멜렉과 그 자손들이 모두 죽임을 당하고 아비아달이 파면된 것은 엘리 제사장에 대한 하나님의 저주 때문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저주를 내리신 바 있습니다. 바로 엘리 집안의 완전한 몰락을 예언하신 것입니다. 결국 그 말씀대로 이루어졌습니다. 그 자손 85명이 하루에 죽었고 대제사장까지 하던 아비아달은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하여튼 솔로몬 이후에는 오직 사독 계열의 사람들만이 대제사장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스모니안 왕조 중에서 주전 140년대에 요나단이라는 왕이 대제사장직을 겸하게 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이것은 엄청난 사건이었습니다. 비록 스스로 대제사장이 되려고 계획했던 것은 아니고 이방인의 왕이었던 알렉산드로스 에피파네스의 종용에 의해 그렇게 된 것이기는 했지만(마카비1서 10:20, 21), 이것은 충격적인 일이었습니다.
하스모니안 왕조는 맛다디아의 후손입니다. 그런데 맛다디아는 제사장이었습니다. 그러므로 하스모니안 왕조는 레위 지파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사독 집안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므로 일반 제사장이라면 모르겠지만 대제사장은 될 수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더구나 왕이 대제사장을 겸한다는 것은 이스라엘 역사상 있어 본 적이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것은 정교분리의 원칙에도 어긋난 아주 잘못된 일이었습니다. 이 일이 발단이 되어 유대인들 사이에 각 분파들의 정체가 뚜렷이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백석대·신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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