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종교개혁’의 달이다. 1517년 10월 31일 독일의 무명 청년 수도사였던 마틴 루터가 당시 부패한 로마 가톨릭 교회에 도전하며 비텐베르크 성당 정문에 95개 조항의 선언문을 붙인 까닭이다. 그러나 오늘날 루터의 종교개혁 정신을 계승한다는 모 교단은 정작 갈등과 분열을 거듭하는 모양새라 씁쓸하기 그지 없다.
이 교단은 수년 전 교단 재정을 유용한 이들에 대한 징계가 지지부진했다는 이유로 지난 6월 임시총회를 열고 ‘총회장 해임안’을 상정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소위 찬성과 반대 측으로 나뉜 총대들은 각각의 임시총회를 강행, 한 쪽에선 해임안을 가결하고 한 쪽에선 해임안을 부결했다. 결국 ‘소송전’으로 번진 이 사태의 여파는 10월 정기총회에서도 계속됐다.
끝까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양측은 정기총회를 각각 따로 개최한 것도 모자라 별도의 집행부를 구성하면서 총회장 부총회장을 두 명씩 탄생시키는 초유의 사태를 초래했다. 지난해 지리한 법적다툼을 종결하고 ‘개혁총회’를 외치며 새 출발을 알린지 불과 2년도 채 안돼 벌어진 집안 싸움에 실소가 절로 터져나왔다.
세상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게 되면 내분의 장기화는 불가피하다. 물론 양측은 ‘대화의 여지’를 남기며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바란다고도 했다. 그렇지만 전제는 “상대방이 먼저 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할 때”다. 이번에도 역시 용서를 구할 자는 없고 용서를 베풀 자들만 남아버렸다.
개혁은 ‘본질로 돌아가자’는 의미다. 그러나 작금의 한국교회는 여전히 돈과 권력 그리고 명예에 대한 탐욕으로 타락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비단 작금의 많은 교회와 성도들이 성장주의·성공주의·계급주의에 물들고 시기·질투·미움·반목을 반복하며 진리를 외면하고 있다. 그 결과 교회 안 분쟁이 끊이질 않는다.
과연, 우리는 지금 종교개혁의 정신을 어떻게 구현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스스로 냉정히 돌아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