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회, 둘로 쪼개진 제53차 정기총회…‘한 지붕 두 집행부’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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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터회, 둘로 쪼개진 제53차 정기총회…‘한 지붕 두 집행부’ 구성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3.10.0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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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터회, 지난 6월 임시총회 파행…‘총회장 해임’ 두고 갈등
총회장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기각, 제53차 정기총회 분열
양측 새 임원진 선출…법적 다툼에 교단 내분 장기화 조짐
기독교한국루터회 제53차 정기총회가 둘로 쪼개진 가운데, 사진은 지난 5일 경기도 용인 루터대학교에서 열린 정기총회 모습.
기독교한국루터회 제53차 정기총회가 둘로 쪼개진 가운데, 사진은 지난 5일 경기도 용인 루터대학교에서 열린 정기총회 모습.

수년 전 특정 인사들의 재정 유용과 전직 총회장 해임 등으로 내홍을 겪은 기독교한국루터회가 지난해 오랜 법적 다툼을 종결하고 개혁을 외친지 불과 2년도 채 안 돼 또 다시 둘로 쪼개지며 분열의 길로 들어섰다.

현재 김은섭 총회장의 해임 여부를 두고 총대들이 양 측으로 갈라진 루터회는 결국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 5일 경기도 용인 루터대학교와 서울 중앙루터교회에서 ‘제53차 정기총회’를 각자 따로 개최했다.

특히 이날 법원이 루터회 총회장 김은섭 목사를 상대로 제기된 ‘총회장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기각 판결을 내렸지만, 끝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양 측은 급기야 각각 별도의 임원진을 꾸리며 ‘한 지붕 두 집행부’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초래했다.

‘김은섭 총회장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기각
먼저 루터회 김은섭 총회장의 해임이 거론된 배경에는 수년 전 교단의 재정을 유용한 목회자들에 대한 지지부진한 징계가 자리한다.

앞서 루터회는 지난해 제52차 정기총회에서 교단 재정 유용 사태로 수년간 교단을 혼란에 빠뜨린 이들에 대해 출교·면직·정직·근신 등 징계를 결의한 바 있다. 2018년 제48차 정기총회에서 진영석 전 총회장을 해임한 뒤, 관련자들과 3년 넘게 벌인 소송에서 모두 승소했기 때문.

그러나 일부 총대들은 그동안 김은섭 총회장이 이 결의를 소극적이고 불성실한 태도로 이행했다며 ‘직무유기’를 문제 삼았고, 지난 6월 교단 역사상 처음으로 ‘임시총회’를 소집해 김은섭 총회장 해임안을 상정했다.

그러자 김은섭 총회장은 임시총회 하루 전날 “총회는 희년을 선포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며 징계 대상자들에 대한 사면과 복권을 선언하고 이들을 임시총회에까지 참석시켰다. 

결국 임시총회 당일 총대들은 둘로 나뉘는 사태가 벌어졌다. 김은섭 총회장의 해임을 주장하는 총대들이 기존의 임시총회 장소였던 루터대 대강당을 벗어나 팔복교회에서 별도의 임시총회를 연 것.

당시 김은섭 총회장 측은 “교단 선거관리위원회가 인준한 56명의 대의원보다 많은 수가 참석했고, 기존의 실행위원 전원을 해임하고 새로운 집행부를 선출했다”며 “아울러 임시총회에서 해임안을 표결에 부친 결과 부결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해임 측은 “선관위가 인정한 합법적인 총대 56명 중 32명이 해임안 표결에 참여해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며 정기총회까지 부총회장 홍택주 목사를 총회장 직무대행으로 내세웠다. 이어 법원에 김은섭 총회장을 상대로 ‘총회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임시총회의 적법성과 해임 여부를 두고 양 측이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운 상황에서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지난 5일 “선거관리규정 제5조를 근거로 임시총회의 총대를 제52차 정기총회의 총대로 한정할 수 없다. 이 사건 임시총회의 총대를 56명으로 확정한 선거관리위원회의 기존 결정은 위법하다”며 김은섭 총회장 측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문에서 법원은 “총회 무단 불참자는 총대권을 상실하고 총회 개회 후 회무를 이탈할 경우 총회에서 의결된 사항에 따른다는 위임서를 작성해 의장에 제출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임시총회 개최장소에서 이탈한 채권자 등 총대들은 총대권을 상실했다고 봐야 한다. 팔복교회 임시총회에서 채무자를 이 사건 교단의 총회장에서 해임한 결의는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두 곳서 정기총회…각자 새로운 임원진 선출
혼란스런 정세 속에서 루터회는 여전히 둘로 나뉜 채 지난 5~6일 용인과 서울 두 곳에서 제53차 정기총회를 열었다. 그리고 선거를 통해 총회장·부총회장·실행위원 등 새 집행부를 구성하며 서로 등을 돌렸다.

김은섭 총회장이 참석한 정기총회는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이다’(고전12:25~27)를 주제로 용인 루터대에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는 부총회장 홍택주 목사를 해임한 뒤 원종호 목사(춘천루터교회)를 신임 부총회장으로 선출했다.

김은섭 총회장은 “제52차 정기총회에서 ‘기나긴 터널을 지나온 느낌이다. 만 3년 3개월 만에 교단과 관련된 모든 법정 다툼이 끝났다. 이런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는 공감 속에 관련된 역사를 백서로 제작하기로 결의했다’고 선포했고, 지난해 11월 실제로 백서를 도서와 USB로 제작해 배포하기도 했다”며 “그런데 53차 정기총회를 맞이하면서 다시 기나긴 터널로 들어온 것 같다”며 운을 뗐다.

그는 “가장 큰 아픔은 총회장 해임이라는 안건으로 임시총회가 교단 65년 역사상 처음으로 열렸다는 것이다. 누가 옳고 그른지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주님의 도우심으로 우리의 완고함과 어리석음이 드러나고 온유함과 지혜로움으로 변하여 화해와 일치의 길로 함께 걸어갈 수 있길 기도한다”고 전했다.

반면 김은섭 총회장 해임을 주장한 총대들은 같은 날 서울 중앙루터교회에서 ‘여호와께로 돌아가자’(호세아 6:1)를 주제로 정기총회를 열었다. 이들은 법원의 기각 판결 소식에도 항소 뜻을 내비침과 동시에 김은섭 총회장 해임안을 추인했다. 이어 홍택주 목사(베델루터교회)를 총회장으로 김진환 목사(부산 신일루터교회)를 부총회장으로 선출했다.

홍택주 목사는 “우리 총회는 작년 11월 30일 헌법 질서 회복을 위한 1,223일 간의 기록을 담은 백서 ‘아픔을 넘어 미래를 향하여’를 출간했다. 그러나 새로운 출발 지점에서 루터회는 더 큰 산을 마주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혼란 가운데 있는 총회일지라도 하나님은 우리를 긍휼히 여기시어 하나님 나라 건설을 쉬지 않도록 인도해주셨다. 무엇보다도 이런 일들을 주님께 맡기고자 목회자와 평신도가 함께하는 기도 모임이 매주 화요일 시작된 것은 우리의 희망”이라며 “이 기도회가 우리 공동체를 회복하는 불씨가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은섭 총회장에 대한 ‘총회장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 항소심과 더불어 루터회는 또 다시 각종 소송전으로 몸살을 앓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한 교단에서 총회장 부총회장을 비롯해 실행위 등 두 개의 집행부가 꾸려지면서 총대 자격 및 정기총회의 적법성을 두고도 향후 갈등이 불거질 수밖에 없어 루터회의 내분은 장기화될 조짐이다.

기독교한국루터회 제53차 정기총회가 둘로 쪼개진 가운데, 사진은 지난 5일 서울 중앙루터교회에서 열린 정기총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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