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성경 위에 교단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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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성경 위에 교단법?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3.10.05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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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교수님 밑에서 똑같은 신학 과목을 공부했는데, 졸업 후에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안수를 받을 수 없다면 얼마나 억울할까요? 속히 변화가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작년 정기총회 결산을 위해 패널로 자리했던 극동방송에서 기자가 했던 대략의 발언이다. 예장 합동총회는 여성안수는 절대 불가하다는 원칙을 교단 헌법에 담고 있다. 여성 사역자들은 약 30년 동안 여성들의 안수를 요구하고 있고, 최근 헌의안도 상정되고 있지만 총대들은 꿈쩍 않았다. 그런데 올해 ‘여성강도사’ 제도 시행이 전격 결의돼 깜짝 놀랐다. 여성목사 안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강도권은 주어졌다는데 교단의 변화는 그 어느 때보다 증폭됐다.

그런데 총회 마지막 날 총대들은 여성안수 제도 시행 결의를 철회했다. ‘일사부재의 원칙’이라는 기본조차 무시한 채 교단 안에서 헌신적으로 사역해온 여성 사역자들을 철저히 무시했다. 우롱했다.

소중한 한 움큼의 기대를 가졌던 여성 사역자들은 얼마나 허탈했을까. 그토록 요구하는 안수는 허락하지 않고 강도권마저 줬다가 앗아간 현장에서, 합동총회는 여성의 실질적 처우 개선을 위한다며 TF팀을 특별위원회로 조직한다는 이상한 결의를 했다.

심지어 회의를 진행한 총회장은 “안수 받지 않고 전도사만 하겠다는 서약을 받고 그 학생들에게 전체 장학금을 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총신여동문회는 “치욕스러운 제안을 거부한다”면서 사과를 요구했다. 

남성들만 목사가 되겠다는 주장은 “여성은 교회에서 잠잠하라”는 성경 구절을 근거로 삼고 있다. 성경 말씀을 따라야 한다면서 말이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남성과 여성을 달리 대하는 것은 성격적인가? 이미 여성목사를 배출하고 있는 형제 교단들은 비성경적 교단이란 말인가?

올해도 극동방송 패널로 출연했다. 성례권이 없어 선교지에서 세례조차 베풀어 줄 수 없고, 강도권이 없어 눈치 보며 말씀을 전해야 하는 군 선교 사역자들을 위로하고 싶었다. 성경 위에 교단법이 있는 것은 아닌지, 우월주의에 매몰되어 있는 남성 기득권만 가득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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