謝過-“상대방이 그만하라 할 때까지 넘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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謝過-“상대방이 그만하라 할 때까지 넘치도록!
  • 이의용 교수
  • 승인 2023.09.29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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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용의 감사행전 (56)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누구나 잊지 못할 2022년 쇼트트랙 세계선수권 여자 3000미터 계주 결승전. 3위로 처져있던 우리 팀 마지막 주자 최민정 선수가 결승선까지 겨우 반 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엄청난 속도를 내 앞선 두 명을 제치고 1위로 골인했다.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드디어 시상대에 오른 우리 선수들. 당시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어서 선수 스스로 메달을 목에 걸게 되었다. 우리 선수들도 서로 금메달을 목에 걸어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왼쪽 끝 한 선수만은 홀로 머뭇거리며 앞만 바라보고 서 있었다. 최민정 선수와 불편한 관계에 있던 심석희 선수였다. 그때 반대편 끝에 있던 김아랑 선수의 권유로 심석희 선수 옆 동료가 금메달을 심 선수 목에 걸어주었다. 참으로 보기에도 ‘불편한 시상식’이었다. 최민정 선수 덕분에 금메달을 딴 심석희 선수의 속마음은 어땠을지 짐작이 간다.

세상에서 가장 불편한 게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불화(不和)다. 부부 간에, 가족 간에, 동료 간에, 심지어 같은 교인 간에 화목이 깨졌을 때 얼마나 불편한가. 속으로는 관계 회복을 간절히 원하면서도, 막상 먼저 손 내미는 게 어색하고 그렇게 하면 지는 것 같아서, 먼저 사과했다가 거절이라도 당할까봐 겉으로는 안 그런 척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비는 데에는 무쇠도 녹는다”는 말이 있다. 사과는 화(火)를 끄는 소화기이자, 용서의 청구서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으니, 사과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소통 능력이다. 

이런 게 ‘파인 애플’ 사과(謝過)
해를 끼치고도 사과를 전혀 안 하거나, 사과를 하긴 하는데 상대방의 마음을 충분히 달래주지 못하는 수가 있다. 진실한 사과의 핵심은 잘못의 시인과 용서를 비는 태도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과를 안 하거나, 해도 ‘변명’을 섞어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 한입 베어먹은 사과를 우스갯소리로 ‘파인 애플’이라고 하는데. 다음과 같은 사과가 바로 그것이다. 

•사과할 내용이 빠진 사과-“미안합니다”, “잘못했습니다”에는 누가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는지가 빠져 있다. 사과는 판결문처럼 다시는 문제를 삼지 못하게 할 정도로 명확하고 충실해야 한다. 

•‘라면 사과’-“~했다면 유감입니다” 가정법을 써서 자신의 잘못을 명확히 인정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에게도 책임을 넘긴다.   

•단서를 붙이는 사과-“잘못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내가 전적으로 잘못한 게 아니라며 다른 데 원인을 돌린다.  

•인정을 하지 않는 사과-여러 핑계, 해명을 하면서 잘못한 게 아니라고 핑계를 대며 우기며 버틴다.

•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혹은 대리인을 통해 하는 간접 사과-사과는 당사자가 피해자 면전에서 직접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

•보상이 빠진 사과-“미안하게 됐습니다!”라는 말로 상황을 종료하려는 사과. 

•진정성이 없는 사과-상대방이 사과의 마음을 느낄 수 없는 사과.

•공감이 빠진 사과-“유감(遺憾)입니다”는 자기 마음에 차지 아니해서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이란 뜻이니 사과의 말이 될 수 없다. “안타깝습니다”, “마음이 아픕니다”라는 공감어를 써야 한다.  

사과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막은 담을 헐어주며 화목한 관계를 회복시켜 준다. 또 과거를 정리해주며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준다. 그러니 사과는 상대방뿐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이다. 그래서 사과는 즉시, 당사자에게 직접, 상대방이 그만하라 할 때까지 넘치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대구’ 하면 ‘사과(沙果)’를 떠올리게 된다. 원래 우리 땅에는 사과가 없었다. 그랬는데 1900년 초 미국의 선교사가 미국 미주리의 사과나무를 대구 제중원에 옮겨 심은 것이 그 시초가 되었다. 10월 24일은 우리나라의 ‘사과 데이’다. 둘(2)이 서로 사(4)과를 선물하며 사과(謝過)를 하자는 날이다. 이왕이면 감 넷(4)을 건네며 감사하는 ‘감사 데이’도 있으면 좋겠다. 내 사과(謝過)를 기다리는 그 사람에게 잘 익은 사과(沙果)를 건네며 화해를 시도해보면 어떨까. 명절은 그러기에 좋은 기회다.
(사)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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