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효용성인가? 가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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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효용성인가? 가치인가?
  • 김학중 목사
  • 승인 2023.09.22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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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한 사진을 보았다.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에 난 도로를, 하늘에서 내려다보면서 찍은 사진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일직선으로 쭉 뻗어야 하는 도로가, 중간에 무언가를 피해 휘어져 있었다.

바로 ‘나무 한 그루’ 때문이었다. 우리는 ‘어차피 황량한 사막이니, 그 나무 한 그루도 마저 베어버리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황량한 사막에서 그 나무는 무한한 가치를 갖는다. 그 가치를 아는 사람은 훨씬 더 많은 돈이 들고 수없이 불편해도, 그 나무를 피해서 도로를 만드는 것이다.

반면에, 이런 사람도 있다. 얼마 전 중국의 만리장성 인근에서 공사를 하던 인부 두 사람이, 성벽을 허물고 길을 만들었다. 이들은 대형 굴착기로, 차량 두 대가 지나다닐 만큼 큰 폭으로 만리장성을 파헤쳤다. 이들이 훼손한 만리장성은 ‘32 장성’으로 불리는 곳이었는데, 토성과 봉화대가 예전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보존 가치가 높은 곳이었다.

이렇게 중요한 만리장성을 두 사람은 왜 훼손한 것일까? 공안 당국에 붙잡힌 두 사람이 진술한 이유는 너무나도 허무했다. 바로 ‘길을 돌아가기가 귀찮았다’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자신들이 잠깐 편하기 위해서, 유구한 역사를 담고 있는 가치 있는 문화재를 짓밟은 것이었다.

물론 그곳의 역사를 잘 알지 못해서, 그랬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어떠한 것도 변명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만리장성의 가치는 다른 어떠한 이유로도 폄하될 수 없기 때문이다.

손해를 보더라도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과, 효용성을 위해 가치를 짓밟는 사람! 우리의 모습은 어떨까?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면, 분명히 후자이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사람을 효율성에 의해 평가한다. ‘쓸모 있는 인생이 되어라’고 가르치며, 효용가치가 떨어지는 중년이나 노년을 외면한다. 젊은 세대는 괜찮을까? 아니다. 학교에서도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하면, 자신을 비관한다. 그러다 보니 조금만 힘들면 마약에 쉽게 빠져든다. 또 초등학교에서부터 아이들이 아파트 단지대로, 평수대로 편을 가른다. 쓸모 있는 친구만 사귀겠다는 뜻이다. 모든 것이 ‘쓸모’로, ‘효용성’으로 판단하는 사회 속에서,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꿈을 잃어간다.

문제는 예수 믿는 우리들부터 그러고 있다는 것이다. 교회에서도 아파트 평수로 편을 가른다. 말로는 모두의 은사가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장점만 인정한다. 과연 이것이 하나님의 마음일까? 아니다. 효용성으로만 따지면, 우리는 살아남을 수 없는 사람이다. 하나님께서도 세상을 거룩하게 하시기 위해서, 편하고 빠른 길을 내실 수도 있었다. 죄에 빠진 세상을 단번에 허물고, 죄인들은 뽑아내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실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렇게 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높고 높은 하늘 보좌에서 낮고 낮은 땅으로 인간이 되어 오셨다. 왜 그러셨을까? 하나님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치를 귀하게 보셨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는 하나님께서 아주 먼 길을 돌아오시는 수고를 기뻐하실 만큼 존귀한 사람이다. 그렇다면 그 은혜와 사랑을 받은 우리도 서로를 더욱 귀하게 여기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돌아가는 길이 힘들 때도 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손잡고 함께 가면 갈 수 있다. 예수 믿는 우리가 먼저, 교회가 먼저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다시 시작할 때이다.

꿈의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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