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합동, '여성강도사 시행' 결의 이틀 만에 전면 번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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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장합동, '여성강도사 시행' 결의 이틀 만에 전면 번복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3.09.2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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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회 정기총회 이튿날 청원 허락했지만, 폐회 앞두고 취소 결의
오정호 총회장 "신대원 여학우에게 전도사로 만족 묻고 박수쳐줘야"
합동총회가 지난 21일 폐회를 앞두고 이틀 전 결의했던 여성강도사 제도 시행의 철회를 결의했다.
합동총회가 지난 21일 폐회를 앞두고 이틀 전 결의했던 여성강도사 제도 시행의 철회를 결의했다.

 

'여성강도사’ 제도 시행을 전격 결의했던 예장 합동총회(총회장:오정호 목사) 제108회 정기총회에서 결의를 전면 번복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통상 회의에서 한번 의결된 안건은 같은 회의 기간에는 다시 결의될 수 없다는 '일사부재의 원칙'을 위배했다는 지적이다. 

여성안수 제도가 없는 합동총회에서는 최근 수년간 총신대 신대원에 지원하는 여학생 감소와 여성 사역자의 교단 밖 유출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특히 군 선교나 해외선교지 등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 선교사들이 성례권이 없어 사역에 지장이 크다며 어려움도 호소해왔다.

지난 19일 대전 새로남교회에서 진행된 정기총회 이튿날 저녁회무에서 합동총회 ‘여성사역자지위향상 및 사역개발위원회’는 목사후보생고시 및 강도사고시 응사 자격을 부여할 것을 청원했다. 총대들은 위원회 보고를 이견 없이 받고 청원사항 모두를 허락했다. 소관 위원회를 상설위원회로 격상시키는 결의까지 했다. 

현행 교단 헌법상 합동총회는 여성안수를 시행할 수 없다. 이번 결의는 여성안수는 할 수 없지만, 강단에서 말씀을 전할 수 있는 강도권은 여성사역자들이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진일보한 의미로 평가됐다. 

회무를 진행한 오정호 총회장도 불필요한 오해를 막으려는 듯 “강도사는 강단에서 말씀을 전하는 자격”이라며 부연했다.

하지만 교단의 역사적 결의는 단 이틀만에 물거품이 됐다. 오랫동안 지위 향상을 고대했던 여성 사역자들은 그것도 같은 회의 기간에 벌어진 이상한 결과를 마주해야 했다.

'여성강도사 제도' 시행이 결의되면서, 교단 내 반발 기류가 강하게 불었고 오해하는 반응들이 크게 늘었다. 이를 의식한 듯 회무 셋째날 오정호 총회장은 “여성 강도사를 허락하는 것은 여성이 목사안수를 받는 수순이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을 계속됐다.

논란이 거세게 일자 지난 21일 오전회무를 마친 후 1시간 동안 총회 임원회와 규칙부, 신학부, 여성사역자지위향상 및 사역개발위원회 관계자들이 간담회를 가졌고, 이전 결의와 완전히 다른 내용을 만들어 청원했다. 

간담회 결과에 대해 설명한 신학부 임종구 목사(푸른초장교회)는 “언론에서는 우리 결의 정신과 관계없이 여성안수를 허용했다고 보도하고, 신대원 여학우들은 목사안수의 길이 열렸다고 오해하며 파장이 커졌다. 관련 위원회가 모여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합의점을 찾았다”면서 2가지 사항을 총대들에게 청원했다.

첫째는 ‘상설위원회 허락’과 ‘목사후보생고시와 강도사고시 시행 결정은 취소한다. 둘째는 여성의 실질적 처우 개선을 위해 (기존) 위원회 이름은 그만두고, 여성사역자 TF팀을 특별위원회로 조직한다는 내용이다.

임 목사는 “우리는 총회 헌법과 정체성, 성경의 정신에 따라 여성안수를 할 수 없다. 목회 후보생 고시와 강도사 고시를 치게 할 경우 사실상 목사안수로 가게 된다. 변호사 시험을 치고 합격했는데 변호사 면허를 안 주면 국가인권위윈회에 제소하는 문제가 생겨버리는 셈”이라며 “강도사 고시를 공고하는 순간부터 교단은 심각하게 될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청원을 청취 후 오정호 총회장은 총대들의 가부 의견을 물었다. 의견을 제시하겠다는 총대도 있었지만, 수렴 없이 청원사항의 가결을 선언했다.

결국 총회 마지막 날 폐회를 앞둔 시점에서 총대들은 ‘강도사 고시’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던 결의를 취소했다.

오정호 총회장은 “M.Div를 전공하는 여학우들에게 평생 안수받지 않고 전도사로 만족하겠냐는 묻고 ‘아멘’ 하는 과정을 만들어서, 나는 안수 관계없이 복음 전도자로 열심히 하겠다고 하면 박수쳐 주고 특별히 풀스칼라십(전액장학금)을 주면 얼마나 좋겠냐”며 “공부는 나보다 못한 남자 원우가 목사 됐다고 폼 잡는 거보니까 시험 드는 거다. 그분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이해하기 어려운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교단의 최고의결기구인 정기총회에서 단 이틀 만에 전혀 다른 결의가 이뤄진 데 대해 여성안수를 요구해온 교단 내 여성 사역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총신대신대원 여동문회는 조만간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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