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건너 선교에서 이주민으로, 장기 파송에서 온라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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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건너 선교에서 이주민으로, 장기 파송에서 온라인으로”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3.09.14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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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확산과 탈세계화 충돌 속 남반구 기독교 부상
선교 자원 증가하고 있지만 파송 선교사 수는 정체

선교의 역사는 곧 기술의 역사였다. 신발에서 마차로, 돛을 단 범선으로, 증기선과 기차로, 자동차와 비행기로 진화를 거듭할 때마다 복음이라는 승객도 그에 맞춰 몸을 실었다.

현대선교의 아버지라 불리는 윌리엄 캐리의 이른바 ‘해안선 선교’는 증기기관이 발명됐던 1차 산업혁명과 함께 시작됐다. 허드슨 테일러가 중국 대륙 안쪽으로 담대한 걸음을 내디디며 ‘내륙 선교시대’를 연 것은 전기가 발명된 2차 산업혁명과 함께였다. 정보화 시대라 불리는 3차 산업혁명으로 들어선 무렵엔 랄프 윈터 박사가 미전도 종족 선교를 주창했다.

이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지금껏 세 차례의 산업혁명이 선교 전략의 혁신적 변화를 불러왔듯 이번 4차 산업혁명 역시도 기존의 틀을 비틀고 부술 새로운 패러다임을 예고한다. 지난 8월 열린 선교한국 대회에서는 지금 이 시대 세계 선교의 흐름을 조명하는 ‘2023 Global Mission Trends’ 10가지가 발표됐다. 발표자로는 한국CCC 김장생 선교사와 이혜란 선교사가 나섰다.

선교한국 대회에서 김장생 선교사와 이혜란 선교사가 ‘2023 Global Mission Trends’를 발표했다.
선교한국 대회에서 김장생 선교사와 이혜란 선교사가 ‘2023 Global Mission Trends’를 발표했다.

 

1. 선교 자원의 증가

국제선교학술지 IBMR이 2022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년도 대비 기독교 정기간행물이 4.32%, 헌금은 4.75% 증가했다. 코로나 시대를 지나며 선교 자원이 줄었을 거라는 세간의 예상과는 다른 결과다. 국제위클리프의 보고에서는 지구상 80%의 사람들이 자신의 언어로 된 신구약성경을 가지고 있고 11%는 신약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쪽복음이 번역된 것까지 포함하면 97%의 사람들이 성경에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성경 배포는 매년 2.52%씩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2. 미전도 종족의 감소

1900년대에는 미전도 종족, 즉 복음을 들어보지 못한 인구가 전 세계의 54.3%에 이르렀다. 이 수치는 1970년까지도 44.7%로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미전도 종족 선교 시대’로 접어들며 2023년 올해에는 28%로 감소했다. 괄목할 만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28%는 여전히 상당한 인구다. 종족으로 계산하면 7,382개 종족이 2% 미만의 복음화율을 가진 미전도 종족으로 분류된다. 이들을 위한 선교사 파송이 계속해서 요구된다.

3.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가속화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블록체인 등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모든 영역에서 디지털 전환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등장한 인공지능 챗봇 ChatGPT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디지털 기술의 확산은 코로나 시대 선교의 돌파구가 되기도 했다.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이용한 회의와 세미나가 보편화됐고 예배와 기도모임, 성경공부, 단기선교까지도 온라인으로 가능해졌다.

4. 파트너십과 협력의 필요성 강조

총체적 선교를 지향하면서 선교지의 필요가 더욱 다양화됐다. 한 단체나 교회가 모든 필요를 채울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제는 선교 단체와 지역 교회가 협력하고 자치단체와 NGO 단체들과도 세계 복음화라는 깃발 아래 힘을 모아야 할 때다. 20세기까지 선교를 주도해왔던 서구권 교회와 선교를 시작하는 비서구권 교회와의 협력과 연합도 절실하다.

5. 파송 선교사 수 정체

1970년 당시 24만 명이었던 전 세계의 해외 파송 선교사 수는 2000년 42만 명으로 늘었다. 개신교뿐 아니라 가톨릭과 정교회가 포함된 기독교 전체의 수치다. 그런데 문제는 2000년부터 지금까지 약 20년 동안은 거의 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KWMA와 한국선교연구원이 조사한 한국 선교사 파송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세계 기독교의 흐름이 남반구로 넘어가고 있는 추세다. (자료:김장생, 이혜란 선교사)
세계 기독교의 흐름이 남반구로 넘어가고 있는 추세다. (자료:김장생, 이혜란 선교사)

 

6. 글로벌 사우스의 부흥

그동안 기독교의 중심은 북반구와 서구권이었다. 그런데 점점 이 축이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등 남반구로 옮겨오는 추세다. 이를 글로벌 사우스라 부른다. 특히 아프리카는 5개 대륙 중 개신교인이 가장 많은 대륙으로 부상했다. 2023년 현재 글로벌 사우스에 거주하는 기독교인은 67.8%로 글로벌 노스(32.2%)에 비해 두 배가 넘는다. 성장한 남반구 교회는 선교사도 적극적으로 파송하고 있다.

7. 글로벌 마이그레이션 확산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이 태어난 국가와 문화가 아닌 곳에 사는 사람의 수가 많은 시대다. UN리포트에 따르면 다른 나라에 거주하는 이주민의 수는 2억 8,100만에 이른다. 한국에도 공식적으로만 유학생 20만을 포함 외국인 165만 명이 함께 살고 있다. 불법체류 등 비공식 수치까지 포함하면 200만이 훌쩍 넘을 거란 추산이다. 이들을 향한 사역은 선교의 중요한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8. 탈세계화 현상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속화됐던 세계화의 흐름에 코로나가 제동을 걸었다. 자국 이익 우선주의가 강화됐고 이는 인적교류의 축소로도 이어졌다. 이런 흐름에 결정적 영향을 받는 것은 다름 아닌 선교사들이다. 중국에서는 80% 이상의 선교사가, 인도는 절반 가량이 비자발적 철수를 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장기 선교사 파송 중심이었던 선교 전략이 다양하고 유연하게 변할 필요가 있다.

9. 총체적 선교개념 확장

선교란 타문화권으로 가서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개척한다는 것이 보편적인 생각이었다. 하지만 교회의 사회 참여를 강조하는 관점이 대두되면서 선교의 폭이 점점 넓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는 타문화권에 가서 복음을 전하는 것뿐 아니라 사회적 문제, 불의와 맞서 싸우는 일들에까지도 선교의 범위가 총체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10. 복음에 대해 열리는 세계

한국에서 탈종교화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과는 반대로 세계는 종교적이 되어가고 있다. 이슬람이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힌두교와 시크교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기독교 역시 인구성장률보다 조금 높은 성장률로 확산되는 것으로 관찰된다. 흥미로운 것은 기독교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20개 나라 중 11개국이 중동과 아프리카의 이슬람 국가들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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