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수 박사의 영화 읽기]위기를 대처하는 태도에서 인간의 탐욕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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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수 박사의 영화 읽기]위기를 대처하는 태도에서 인간의 탐욕을 보다
  • 최성수 박사(AETA 선교사)
  • 승인 2023.09.12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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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룩 업’(아담 맥케이, 코미디, 2021, 15세)

2021년에 넷플릭스로 공개된 <돈 룩 업>은 극도의 호불호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 4개 부문 후보로 올랐으나 수상은 하지 못했다. 미국작가조합상 영화 각본상을 받았다. 이 영화는 국가와 사회가 지구 위기를 대처하는 방식의 부조리함을 폭로한다.

위기는 재난으로 당장 느낄 정도는 아니지만, 불확실성의 정도가 커서 곧 닥쳐올 엄청난 피해를 염두에 두고 쓰는 표현이다. 위기는 대체로 실존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자주 출현하지만 통제할 마땅한 수단이 없을 때를 일컫는다. 현대사회에서는 부족해도 위기이지만, 지나쳐도 위기이다. 모든 일에서 균형을 갖춰야 안정된 삶을 보장받는다. 그러니까 위협적인 요인이 출현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대처할 방안이 없을 때 위기를 말한다.

개인의 위기에 대한 책임은 개인에게 있어도, 국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위기에 대한 책임은 국가에 있다. 국가의 한계를 넘어선 위기에 대해서는 각 국가가 연합하여 대처한다. 각종 위협적인 사안에서 범 국가 기구가 조직되어 운영되는 건 바로 세계적 위기에 대한 인류애적 책임을 인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일 위기에 대한 책임이 어떤 이유에서든 회피되거나 외면된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이 질문과 관련해서 아담 맥케이는 <돈 룩 업>에서 지구촌에서 일어나는 각종 위기에 책임 있다고 여겨지는 네 집단을 소환한다. 과학자, 정치인, 언론인, 기업인이다. 이들이 위기에 대처하는 방식을 풍자적으로 다룸으로써 감독은 위기를 대처하는 방식에서 각성을 촉구한다. 어쩌면 이것을 책임지는 건 전적으로 국민 자신이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지도자를 바로 선택하고, 여론을 제대로 감시하고, 기업의 이익보다는 모두의 생명을 책임지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 걸 역설하는 게 그의 영화적 의도는 아닐지 싶다.

세월호 사건과 이태원 참사를 겪으면서도 위기관리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조차 밝히지 못한 우리 사회가 주목할 가치가 있는 영화라 생각한다.

영화 이야기

천문학과 박사 과정에 있는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는 우연히 엄청난 크기의 혜성을 발견한다. 지도 교수인 민디 박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연락하여 그것이 새로운 혜성임을 확인하고, 디비아스키가 새로운 혜성을 발견했다는 사실을 연구원 모두 모여 축하한다. 그러나 혜성의 궤도를 계산하면서 축제 분위기는 무겁게 급변하는데, 왜냐하면 계산에 따르면 6개월 후에 지구와 충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민디 박사 팀은 이 사실을 정부에 알려 심각성을 경고하고 이에 대처할 방안을 촉구한다. 이미 권위 있는 기관의 검증을 받은 상태이다. 그러나 정작 대통령(메릴 스트립)은 선거와 관련한 정치적 사안에 파묻혀 민디 박사 팀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는다.

어렵게 가진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민디 박사와 디비아스키는 혜성과 지구의 충돌 위기에 대한 경고가 선거에 관한 정치적 관심을 따르지 못하는 현실을 깨닫는다. 이에 그들은 언론에 의지해서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한다.

어렵게 방송 관계자와 만나 아침 방송 프로에 출연할 기회를 얻게 되는데, 방송 관계자는 혜성 출연에 관한 전문가의 의견을 보도하여 여론을 일으켜 정부가 위기를 대처하도록 촉구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시청률을 높이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결국 다가올 위기에 관한 과학자의 견해를 희극적으로 취급하여 혜성 출연으로 인한 지구 위기는 가십거리로 전락한다.

그런데 갑자기 대통령실에서 전갈이 왔다. 전문가의 견해를 무시했던 걸 사과한다는 말과 함께 혜성 출현과 지구 위기에 대해 진지하게 다뤄보겠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으로 대법관 임명과 관련한 정치적 실패를 위기 국면을 통해 만회해보려는 기획에 따른 것일 뿐 위기 그 자체에 관한 관심은 아니었다. 어찌 되었든 관건은 위기를 대처하는 일이라 생각한 민디 박사 팀은 다가오는 혜성의 궤도 수정을 위한 우주선을 보낼 걸 국가에 제안한다. 그런데 어렵게 준비한 우주선이 발사 후 얼마 되지 않아 귀환한다.

민디 박사 팀은 이런 황당한 귀환의 배후에 기업인이 있음을 깨닫는다. 그는 혜성에 매장해 있는 광물의 재산적 가치를 파악한 상태다. 그는 광물 전쟁에서 중국과의 싸움을 늘 힘겹게 여겼던 정부가 대단히 환영할 만한 제안을 한다. 그가 제안한 바에 따르면, 궤도 밖에서 혜성을 공격하여 궤도를 바꾸도록 하기보다는 지구 가까이 접근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무인 드론을 혜성에 안착시켜 조각을 내어 지구로 떨어지게 하는 계획이다. 그러면 손해를 극도로 최소화하면서도 상상을 초월하는 가치의 광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게다.

이에 정부는 국가적 차원의 이익을 위해 그리고 잃었던 지지도를 회복하기 위해 과학자보다는 기업인의 말을 듣고 우주선을 귀환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가 지구는 혜성과 충돌하여 멸망하고, 돈 많은 기업인과 정부 핵심 관계자는 우주선을 타고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향해 우주여행을 떠난다.

<돈 룩 업>은 종말에 관한 이야기다. 맥케이 감독은 위기를 대하는 정부와 여론과 기업의 태도를 폭로한다. 다시 말해서 다가올 위기를 정부는 권력을 위한 기회로 삼으려 하고, 방송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기회로, 그리고 기업인은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려는 기회로 삼으려 하는 모습을 폭로한다.

맥케이 감독은 위기관리 책임에 있어서 극도로 해이한 이런 태도를 종말이라는 주제를 통해 폭로하면서 경종을 울린다. 

주전 8세기 예언자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 이스라엘 백성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선포했다. 하나님의 심판이 있을 것이니 회개하라는 것이었다. 더는 죄를 짓지 말라는 것이었다. 언약 백성으로 돌아오라는 것이다. 이 일을 위해 하나님은 여러 선지자를 보내어 경고의 메시지를 선포하게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은 귀를 기울이지 않았으며 선지자들을 박해하거나 죽였고, 오히려 거짓 선지자들의 말을 들었다. 결과적으로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심판하여, 이스라엘은 앗수르에 내어주고, 유다는 바벨론에 의해 멸망했다.

오늘날 선지자적 과제를 이행하는 사람은 종교 지도자뿐만은 아니다.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전문적인 식견을 바탕으로 시대를 내다보는 안목을 가지고 있다. 항상 정확한 건 아니지만 하나님은 그들을 통해 위기를 알려주신다. 오늘 우리 시대에서 대표적인 건 환경 위기와 정치 리더십 위기이다. 만일 인류가 이대로 소비활동을 지속하면서 환경 위기에 대처하길 소홀히 한다면, 결과는 경고를 넘어 멸망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권력 유지와 경제 부흥을 위해 국민의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국가 리더십을 방치한다면, 결과는 민주주의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경고는 앞으로 닥쳐올 위기를 앞서 전하는 말이다. 경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결과는 멸망이다. 그런데 영화에서 볼 수 있듯이 사람들은 위기를 자기 욕망을 채우는 데 사용하려고 한다. 돈을 벌려고 하고, 신분 상승의 기회로 삼고, 권력을 얻고, 더 많은 인기를 누리려 한다. 사람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으라고 한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에게 위기의 관건은 회개 곧 주께로 돌아갈 기회로 삼는 것이다. 경제위기에서 살아남거나 위기를 기회로 삼아 한몫 챙기려는 건 그리스도인의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하나님은 위기를 통해 무엇보다 먼저 우리가 회개하여 하나님에게 돌아오기를 원하신다. 욕망을 내려놓고, 그동안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등한시한 태도에서 돌이켜 비록 힘이 들고 손해가 있더라도 순종하는 것이다. 위기를 넘어 평화를 주시는 분은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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