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을 모르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는 오늘도 개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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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을 모르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는 오늘도 개척합니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3.09.07 1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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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교단체 탐방기(8) GMP 개척선교회

위대한 역사는 위대한 개척자로부터 시작됐다. 처음 불을 지핀 인류, 정전기의 지직거림을 그냥 지나치지 않은 개척자가 있었기에 우리의 밤은 낮과 같이 빛난다. 가늠도 되지 않는 미주대륙까지 반나절이면 날아갈 수 있는 것도, 지구 반대편 친구와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것도 위대한 개척자들이 누구도 밟지 않은 땅에 겁 없이 발을 디뎠기에 가능했다.

선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전하는 자가 없이는 들을 이도 없다’는 말씀처럼 누군가 복음을 전하지 않았다면 우리도 아직까지 예수 그리스도를 알지 못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두려움을 이겨내고 안개로 가득한 조선 땅을 밟은 선교사들이 있었기에 대한민국 어디서든 십자가 조명을 만날 수 있게 됐다. 미지의 땅에서 복음의 씨앗을 뿌린 그들은 진정 위대한 개척자였다.

GMP(대표:이재화 선교사)는 이름에서부터 개척 정신이 뿌리 깊이 새겨진 선교단체다. ‘한국해외선교회 개척선교회’(Global Missions Pioneers)라는 이름으로 풀이되는 GMP는 개척 정신 하나로 51개국에 371명의 선교사를 파송하고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 한국교회가 꽃피운 자생 선교단체, GMP 선교회의 개척 역사를 들여다봤다.

우리 문화를 이해하는 선교단체

전쟁의 상흔으로 폐허가 된 나라가 올림픽을 개최한다는 놀라운 소식이 들릴 즈음이다. 폐쇄적이던 동방의 작은 나라 대한민국은 올림픽을 기점으로 국경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가 이뤄지면서 여권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게 됐고 막혔던 둑이 터지듯 많은 국민들이 해외로 쏟아져 나갔다.

해외여행의 자유는 곧 해외 선교의 자유를 의미하기도 했다. 세계 복음화의 꿈을 품은 성도들이 앞다투어 선교지로 향했다. 한국 선교 르네상스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한국교회 지도자들에게는 한 가지 아쉬움이 있었다. 헌신된 선교사들이 대부분 해외 선교단체의 이름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복음주의 4인방으로 불리는 옥한흠, 이동원, 홍정길, 하용조 목사도 해외 선교단체의 이사로 섬기면서도 한국교회가 세운 선교단체라는 꿈을 품었다. 우리 문화에 잘 맞고 우리 문화를 가장 잘 이해하는 선교단체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모여 1987년 초교파 선교단체 GMP가 탄생했다.

GMP는 GMF(Global Missionary Fellowship)라는 선교 공동체에 소속돼 있다. GMF에는 GMP를 비롯해 HOPE, GBT, GMTC, FMnC 등 각자의 전문성을 가진 선교단체가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공동체다. HOPE가 창의적 접근 지역, GBT는 성경 번역 선교, FMnC는 전문인 선교를 맡는다면 GMP는 어디든 복음이 필요한 곳을 개척하는 몫을 감당하고 있다.

GMP 부대표 김중곤 선교사(필드사역지원부) 역시 GMP의 핵심 가치 중 첫 번째로 당연한 듯 ‘개척 정신’을 꼽았다. 그런데 개척이라는 어감은 자칫 사람의 힘으로 위기를 헤쳐 나간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GMP가 말하는 개척은 전혀 그렇지 않다.

“선교는 순종을 통해 하나님 나라를 이뤄가는 과정을 말합니다. 어떤 이가 자격을 갖추거나 내가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순종하는 한 사람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죠. 하나님 나라를 위해 하나님의 능력을 의지해 미지의 땅으로 순종의 발걸음을 내딛는 것, 그것이 바로 개척입니다.”

순종하는 개척자로 인해 이뤄지는 GMP의 핵심 가치는 ‘하나님 나라’로 이어진다. 선교사가 머무는 곳에서는 하나님 나라의 통치가 실현돼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마지막 핵심 가치는 ‘사람 존중’이다. 아무리 척박한 나라에 간다고 할지라도 그곳의 모든 영혼이 하나님 형상으로 창조된 존귀한 영혼임을 알고 존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시혜를 베풀거나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인격적으로 예수 그리스도가 현지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삶 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선교사의 역할이라고 GMP는 강조한다.

GMP 선교회는 선교사들이 각자의 달란트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GMP 선교회는 선교사들이 각자의 달란트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여전히 복음이 필요한 곳에

은사의 수는 성도들의 수만큼이나 다양하다. GMP는 선교사가 어떤 달란트를 가지고 있든 각자의 장점이 사역에 활용될 수 있도록 돕는다. 사역지에 따라 특징이 다르고 필요한 사역도 다른 만큼 선교사가 유연하게 활약할 수 있도록 열어두는 것이다. 그래서 GMP 선교사들은 전통적인 교회 개척 사역을 하는 이들부터 가게를 열어 비즈니스 사역으로 현지인들의 직업 창출을 돕는 이들까지 다채로운 범위를 자랑한다. 이렇게 쌓인 다양한 사역의 경험들은 GMP의 소중한 자산이 된다.

요즘 특히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는 IT 기술을 활용한 전문인 선교다. 국경의 문을 닫아버렸던 코로나 팬데믹 시기는 선교단체들에 근원적 고민을 안겼다. 언제든 다시 선교지의 문이 닫힐 수 있다는 위기감에 새로운 선교전략을 고민하게 된 것이다.

GMP는 선교사들이 강의안을 미리 만들어 인터넷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GMF에 함께 속한 동역 단체인 FMnC와 함께 스마트 비전 스쿨을 통해 선교사들이 현장에 가지 않고도 한국에서 사역할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전략은 변하지만 가장 중요하게 지켜야 할 것은 결국 복음의 본질이다.

“결국 선교도 복음으로, 본질로 돌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제까지의 사역이 건물을 짓고 눈에 보이는 결과를 만드는 것에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복음으로 영혼을 세우는 일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시기라고 봅니다. 행여나 선교사가 부재하게 되더라도 사역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놓고 온라인을 통해 복음이 전해져 또 다른 제자를 낳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필요해요.”

설립된 지 37년이 지난 만큼 청춘을 바쳐 헌신했던 선교사들이 은퇴할 시기도 찾아왔다. 은퇴 선교사들의 처우 문제는 한국 선교계가 함께 고민하는 주제 중 하나다. GMP는 고민을 같이 하면서도 은퇴에 대한 관점을 바꿨다.

“70세가 넘었다고 정회원이 아니라고 하면 서운해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실제로 100세 시대라고들 하는 만큼 70세는 충분히 사역에 동참할 수 있는 나이이기도 합니다. 이주민 사역이나 선교사 재교육 등 은퇴 선교사님들이 한국에서도 달란트를 활용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선교사의 고령화 문제도 중요하지만 GMP가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는 영역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선교사들의 부모, 즉 MP(Missionary Parents)들을 위한 사역이다. 선교사 자녀를 지칭하는 MK들을 위한 사역은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지만 선교사 부모를 위한 사역은 낯설다.

“선교사님들의 가장 현실적인 문제 중 하나는 부모님을 돌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특히나 외동이라면 아프셔도 제대로 찾아뵙지 못하는 경우도 많죠. GMP는 정기적으로 선교사 부모님을 방문해 케어하면서 명절엔 선물도 전달하고 있습니다. 어버이날엔 초청해 관광과 식사도 하고 선교지에 있는 자녀, 손주들의 영상도 함께 보고요.”

더 이상 해외 개척 선교는 쉽지 않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며 해외 선교사 파송이 예전처럼 수월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구상에는 아직도 예수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는 나라와 종족들이 수없이 많다. 지금 이순간에도 예수의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하고 구원의 비밀을 깨달을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수많은 생명이 꺼져간다. 그래서 GMP는 여전히 해외 개척 선교의 꿈을 꾼다.

“복음은 전해져야 합니다. 전해지지 않으면 기쁜 소식이 될 수 없습니다. 예수님이 우리의 구원자이시고 복음 외에 다른 길이 없다면 모든 그리스도인은 선교적 존재로 살아야 마땅합니다. 선교를 선교사만이 하는 특정한 부르심이라 생각하지 마시고 함께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GMP가 하나님 부르시는 날까지 성실하게 선교 사명을 감당하기를, 이를 위해 숫자만 늘어나는 단체가 아니라 건강하게 세우신 목적대로 성장하는 단체가 되길 기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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