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를 열며]진실을 보기 위한 노력
상태바
[한주를 열며]진실을 보기 위한 노력
  • 오성훈 목사(쥬빌리 통일구국기도회 사무총장)
  • 승인 2023.09.06 02: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엔인구기금(UNFPA)이 지난 7월 11일 세계 인구의 날을 맞아 ‘2023 세계 인구현황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지난 15일에 VOA에서 보고서를 분석한 기사를 냈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기반으로 이런 기도제목이 나왔습니다.

“북한 주민의 평균 기대수명은 73.5세로 한국과 거의 11살 격차가 난다고 유엔 보고서가 밝혔다. 북한 주민의 기대수명은 남성 71세, 여성 76세로 추산됐으며,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남성 81세, 여성 87세로 10년 이상 격차가 벌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전문가들은 이러한 북한의 기대수명이 한국의 1990년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북한 주민의 주요 사망 원인으로는 빈곤과 만성질환이 꼽혔다.”

단편적으로 이 내용을 보면 남북한의 평균 기대수명이 11살이나 차이가 나며, 북한 정권이 여전히 주민들의 생활 향상에는 전혀 관심이 없이, 체제 유지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느껴질 것입니다. 하지만 진실을 보기 위해 노력하려면 이 수치가 과거에는 어떠했을지, 변화추이는 어떤지를 함께 보아야 할 것입니다.

2010년에 CIA가 발표한 북한 현황자료에서 북한의 평균 기대수명은 64.13세였습니다. 2015년 대한민국 통계청의 자료에는 69.4세, 2020년 유엔인구기금의 보고서에는 72세였습니다. 그리고 2023년 올해에 73.5세가 된 것입니다. 2010년부터 2023년까지 13년 동안 평균 기대수명이 10세 가까이 높아진 것입니다.

그러면 한국은 어떨까요? 2010년 CIA 보고서에서 한국의 평균 기대수명은 78.8세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 유엔인구기금 보고서에는 84세로 발표되었습니다. 즉, 13년 동안 5.2세가 높아진 것입니다. 같은 시간 북한의 평균 기대수명이 10세 가까이 높아지는 동안에 말입니다.

2021년 4월 8일, 최말단 조직인 세포비서대회의 폐막식에서 김정은이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할 것을 결심하였다”고 말했습니다. 간고(艱苦)하다는 것은 어렵고 고되다는 뜻이고, ‘고난의 행군’은 1990년대 중후반 식량난으로 수많은 아사자를 내었던 시기에 나온 구호입니다. 그 직후 [동아일보]는 4월 10일 사설의 제목을 다음과 같이 뽑았습니다; 김정은 “고난의 행군 결심” 주민 굶어 죽어도 核 포기 없단 말.

하지만 이것은 맥락에서 많이 벗어난 해석입니다. 우선 김정은 발언의 정확한 표현은 이렇습니다. “우리 당을 어머니당으로 믿고 따르면서 자기 당을 지키려고 수십년 세월 모진 고난을 겪어온 인민들의 고생을 이제는 하나라도 덜어주고 우리 인민에게 최대한의 물질 문화적 복리를 안겨주기 위하여 나는 당중앙위원회로부터 시작하여 각급 당조직들, 전당의 세포비서들이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할 것을 결심하였습니다.”

북한 언론이 체제유지를 위한 시녀에 불과함을 염두에 두고서 언급 자체에 초점을 맞춰 보면, 김정은이 말한 ‘고난의 행군’의 대상은 인민이 아니라 당중앙위원회, 각급 당조직, 세포비서들 즉 핵심 계층입니다. 그리고 ‘고난의 행군’의 목적은 “인민들의 고생을 덜어주고, 인민에게 물질문화적 복리를 안겨주기 위해서”입니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상황을 오판해서도 안 됩니다.

얼마 전 국정원이 국회 보고에서 북한의 아사자 수를 비교적 정확하게 발표했습니다. 올해 1~7월에만 245명의 아사자가 발생하여 최근 5년 평균(연간 110여 명)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는 내용입니다. 1995~1998년 ‘고난의 행군’ 시기의 아사자는 적게는 60만 명에서 많게는 250만 명이었습니다. 진실을 보기 위해 노력한다면 지금의 북한 식량난 상황을 과거 고난의 행군으로 등치시킬 수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사실에 기반한 자료를 근거로 삼고, 조화와 균형을 추구하며,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북한은 무조건 나쁘고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빠지면, 물밑에서 북한을 변화시키고 계시는 하나님의 일하심을 전혀 볼 수 없게 됩니다.

이제 영적인 눈을 열어 북한을 향하신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기 위해 기도합시다. 한국교회를 비롯한 전 세계의 크리스천들이 이데올로기의 함정에 빠져있으면, 더 이상 소망이 없습니다. 절박한 심정으로 한국교회 안에서 하나님의 눈으로 북한을 바라보며 역사의식과 민족의식을 가진 깨어 있는 그리스도인들이 더 많이 일어날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