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삶] “미혼부모는 아이의 ‘생명’ 지켜낸 ‘용감한 엄마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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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삶] “미혼부모는 아이의 ‘생명’ 지켜낸 ‘용감한 엄마 아빠’입니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3.09.05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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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브더월드 박대원 목사·서지형 사모

미혼모 미혼부의 임신·출산·양육부터 경제적·정서적 자립 도와
아들, 딸 입양하며 목도한 미혼가정의 현실…‘쉼터’ 운영 시작해
9년간 1,500여명에게 새 삶 선물, ‘생명선교사로’서 복음 전파

 

러브더월드 대표 박대원 목사(왼쪽)와 그의 아내 서지형 사모(오른쪽).
러브더월드 대표 박대원 목사(왼쪽)와 그의 아내 서지형 사모(오른쪽).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에 비춰 볼 때 더욱이 자녀를 홀로 키우는 미혼모·미혼부그리고 한부모 가정은 더 큰 돌봄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들의 일상은 위태롭기 그지없다. 아이와 부모 모두 존재 자체로 축복받아야 마땅하지만 현실은 출생신고부터 생계유지에 사회적 편견까지 삼중고를 겪으며 불안한 외줄타기를 이어간다.

이런 기댈 곳 없는 미혼부모와 아이들에게 온정의 손길을 건네는 부부가 있다. 바로 러브더월드’(Love the World) 대표 박대원(47) 목사와 아내 서지형(46) 사모가 주인공이다. 자녀를 입양하면서 운명적으로 사역에 발을 들인 부부는 미혼모와 미혼부는 아이의 생명을 지킨 용감한 부모라고 외치며, 날마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데 구슬땀을 흘린다.


하나님이 세상을 사랑하사
“‘러브더월드라는 이름은 요한복음 316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말씀에서 따왔습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인간은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어요. 차별은 있을 수 없죠. 이에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생각으로 미혼모·미혼부와 자녀들 그리고 한부모 가정을 돕습니다.”

2015년 설립한 비영리단체 러브더월드를 부부는 이렇게 소개했다. 여기서 돕는다는 의미는 많은 뜻을 내포한다. 미혼부모들의 임신·출산·양육부터 경제적·정서적 자립까지 아우르는 것. 그동안 이곳을 거친 이들의 수는 어림잡아 1,500명이 넘는다. 서 사모는 미혼모나 미혼부의 자녀가 건강한 성인이 될 때까지 생애 전반에 걸쳐 지속적인 지원을 펼친다고 설명했다.

미혼부모들의 든든한 동반자, 이 거룩한 사명과 부르심의 시작은 2002년 서 사모가 갑작스럽게 난소암을 판정받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의사는 제게 죽을 수도 있고 나중에 아이를 갖기도 힘들 것이라고 이야기했어요. 그래서 캠퍼스 커플이었던 지금의 남편에게 헤어지자고 이별을 고했죠. 그런데 남편이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은 희생헌신이라면서 저를 붙잡았어요. 그렇게 암 수술과 항암 치료를 받는 내내 남편은 제 곁을 묵묵히 지켜줬습니다.”

박 목사 역시 마른하늘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던 무렵을 아직도 기억한다. 여자친구와의 교제를 두고 1년간 기도로 주님께 매달렸다는 박 목사는 금식기도 끝에 어차피 인생은 불확실한데 어찌 될지도 모르는 내일을 걱정하지 말고 오늘 나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의지하며 나아가자는 마음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마침내 결혼에 골인한 부부, 처음에는 하나님이 기적처럼 2세를 허락해 주시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굳건한 믿음과 달리 둘 사이에는 11년 동안 아기 천사가 찾아오지 않았다. 두 번의 시험관 시술마저 실패하면서 몸과 마음은 지칠 대로 지치고 상했다.

하나님을 원망할 법도 하지만, 서 사모는 도리어 남편에게 “2년 반가량 인생의 십일조를 드리자고 제안했다. 월드비전 사회복지사로 일하던 박 목사는 흔쾌히 수락했다. 그리고 2006년 주님의 인도를 따라 미국 리버티신학대에 입학하며 목회자의 길에 들어섰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부부는 미혼모 기관을 통해 입양을 추진했다. 서 사모는 남편이 연애 시절부터 세상에 부모가 필요 없는 아이는 없다고 말해왔다우리가 입양을 한다면 성별이나 혈액형 등 그 어떤 외형적 조건도 따지지 말자고 약속했다고 들려주었다.

그렇게 부부는 2014년 첫째 아들 의진이를 가슴으로 낳았다. 생후 14개월에 불과한 어린 아가였던 의진이는 부부에게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만큼 예쁜 아들이자 하나님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 됐다.


생명 살리고 사람 변화시켜
서 사모는 입양 과정에서 의진이 같은 아이들을 끝내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엄마들도 함께 품었다의지할 곳 하나 없는 미혼모들의 고통스럽고 막막한 처지를 고스란히 목도한 그의 안타까움은 의진이가 밝게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더욱 커졌다.


입양 상담을 하면서 우연히 마주친 어린 미혼모들의 눈빛이 잊히질 않았어요. 의진이도 생모가 어려웠을 때 누군가가 조금만 도와줬다면 직접 키우려 하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이 기쁨을 누릴 수 있었을 텐데 싶었죠. 물론 낙태하지 않고 낳아준 것만으로도 고마웠지만요.”

미혼모를 외면할 수 없었던 부부는 2015년 본격적인 섬김에 나섰다. 서 사모는 갈 곳이 없어 찜질방을 전전하던 젊은 미혼 임산부를 집으로 데려와 보호자 역할을 자처했다. 좁은 거실에 둘러앉아 밥을 먹고 아기의 초음파 사진을 들여다보며 다 같이 감격하던 풍경이 생생하다.

그러자 미혼모들 가운데서 소문이 알음알음 퍼졌다. 곳곳에서 힘들다며 도움을 요청해오는 젊은 엄마들이 하나둘 늘어난 것. 어느새 그 수가 서 사모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자 결국 박 목사마저 교회 부목사직을 내려놓고 아내의 사역에 동참했다.


보통 10명 정도의 미혼모가 저희 집에서 함께 살았어요. 혼자서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미혼모와 곧 태어날 아기들에게 따뜻한 보금자리를 마련해주고자 우리 부부의 집을 임시 쉼터로 내어준 겁니다. 소중한 당신이란 뜻에서 소당이란 이름도 붙였어요.”

하나님의 섭리는 놀라웠다. 부부는 이듬해 소당에서 만난 일곱 번째 미혼모를 통해 여진이를 둘째 딸로 개방입양하는 은혜를 입었다. 개방입양이란 입양 사실을 공개하고 친생 부모와 편지 또는 사진을 교환하거나 만남을 통해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일컫는다.

박 목사는 여진이를 입양하려 할 때 풍족한 가정형편이 아닌지라 쉽지 않아보였다. 그런데 여진이의 입양허가 사건을 담당한 판사가 우연히도 첫째 의진이 입양을 맡아준 분과 같은 사람이었다우리의 히스토리를 아는 판사님이 이 가정이라면 둘째도 잘 키울 수 있겠다고 말하는데, 정말 하나님이 하셨다!’는 말로 밖엔 설명이 안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부부는 두 자녀 케어도 빠듯한 사정에서 미혼모들에게 세간살이를 아낌없이 내주었다. 적게는 8명 많게는 18명까지 갈수록 늘어나는 미혼모들을 수용하고자 전셋집을 빼고 더 큰 평수의 월셋집으로 이사했다. 그동안 모아둔 선교비도 바닥을 드러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혼모들의 손을 결코 놓을 수는 없었다는 서 사모다.


저도 사람인지라 주님, 쉼터 사역 이제 그만할래요라고 했죠. 그런데 하나님은 기가 막힌 타이밍에 후원자를 보내 만나와 메추라기를 채워주셨어요. 무엇보다 기도만 하면 결국 갈 곳 없는 미혼모들이 떠올라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생명을 살릴까 말까 고민하는 혹은 뱃속의 아기를 지키고 싶지만 도움받을 곳이 없어 전전긍긍하는 엄마들 말입니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 만든다
부부가 묵묵히 사명을 감당해온지도 어느덧 9. 러브더월드의 임무는 사회복지 교육 상담 등 크게 세 가지 사업이다. 미혼부모·한부모 가정의 건강한 자립을 위해 출산 및 의료 지원’ ‘주거 및 생활 지원’ ‘양육물품 지원’ ‘교육 및 취업 지원’ ‘심리·정서 지원등을 책임지는 것. 박 목사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약 640가정을 보살피고 있다.

미혼모·미혼부 하면, 대개 10~20대를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3040세대가 제일 많고 50~60대도 더러 있어요. 이들은 혼전임신이나 사기결혼 등 정말 다양한 사연을 갖고 있는데, 조금만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면 비단 남의 이야기만이 아닌 나와 가까운 사람 또는 우리 이웃일 수도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이를 경청하던 서 사모도 미혼부모들은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가 힘들다. 양가의 도움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심지어 미혼부는 자녀의 출생신고조차 어려워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지원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을 보탰다.

무엇보다 부부는 미혼부모를 향한 싸늘한 시선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박 목사는 사회는 차치하더라도 교회 안에서도 미혼부모가 설 자리가 없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라며 기독교인부터 편견과 부정적 인식을 거두지 않는다면 낙태와 입양 대신 아이를 끝까지 지킨 부모들의 용감한 선택이 무색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회와 크리스천들이 미혼 가정을 섬기는 것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일이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셨을 때 만난 사람들도 고아와 과부, 세리와 창녀처럼 소외된 이들이라며 예수님의 사랑으로 생명을 살리고 사람을 변화시키자는 것이 우리의 신앙고백이다. 이에 러브더월드 전 직원은 생명선교사란 정체성을 갖고 사역에 임한다고 덧붙였다.

삶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거하고 있는 부부는 미혼부모 혹은 한부모 가정을 방문해 함께 기도하며 직접 말씀을 전하기도 한다. 부부는 이것이 세상의 여느 사회복지기관과 다른 점이라며 우리의 소망은 부모와 자녀들에게 복음의 씨앗이 심기어 믿음의 가정을 세우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영혼구원은 가장 큰 고충이기도 하다. 선별적으로 러브더월드의 지원만 받고 정작 복음은 거부하는 이들이 적잖은 탓. 그렇지만 부부는 씨앗을 자라게 하는 분은 하나님이시니 당장 열매를 보겠다는 욕심을 내려놓게 된다고 겸손히 고백한다.

그러다 보면 은혜와 감동의 순간도 찾아온다.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한 이부터 러브더월드의 격려에 힘입어 새 삶을 꾸려가는 부모와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나는 아이들을 볼 때다. 특히 이곳을 친정집처럼 여긴 미혼모들이 감사의 인사를 담아 정성스레 쓴 손편지를 보내올 때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이와 함께 하나님은 200여명의 귀한 후원자들을 동역자로 붙여주셨다.

이 같은 스토리가 알려지면서 지난 20195월 박 목사는 14회 입양의 날기념행사에서 국무총리표창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CGNTV 다큐멘터리 <아가야, 엄마야> 편과 KBS 프로그램 <인간극장>을 통해 부부의 사역이 소개되면서 무수한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매일 아침마다 미혼부모들의 영혼을 사랑으로 품고 기도하고 있다는 부부는 그들도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 구성원이 되길 바란다고아와 같던 우리를 예수님은 먼저 사랑해주셨다. 미혼부모도 하나님의 사랑이 필요한 하나님의 사람들이란 걸 꼭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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