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를 열며] 창조의 계절, 생명의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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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를 열며] 창조의 계절, 생명의 물
  • 유미호(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 승인 2023.08.3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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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호 센터장
유미호 센터장

“하나님의 영이 수면 위에 운행했던” 창조의 때를 떠올린다. 그때 그 기운으로, 창조주 하나님께서는 지금도 우리와 바다 가운데 현존하고 계신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꾸 “이 땅이 언제까지 슬퍼하며, 들녘의 모든 풀이 말라 죽어야 합니까? 이 땅에 사는 사람의 죄악 때문에, 짐승과 새도 씨가 마르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든지, 하나님께서 내려다보시지 않는다고(렘 12:4)” 말한다.

최근 바다에 핵 오염수를 버린 것도 그렇다. 국제원자력기구가 그 안전성을 보증했다고 하지만, 애당초 국제원자력기구는 핵산업의 촉진과 확산을 목적으로 섭린된 기구다. 태평양에 새로운 방사능 물질을 풀어놓는 것에 대해 후쿠시마 어민들과 일본 전국어민연합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사실 일본은 물론이고 주변국의 시민들은 건강에 대한 피해는 물론 해양 오염과 해양 생태계의 파괴로 인한 피해를 입을 뿐, 오염수 투기에서 얻을 이익은 전혀 없다. 실제로 태평양 주변국들의 연합인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의 전문가 패널들이 이에 대해 질문하자, 국제원자력기구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며칠 전 일본은 핵 오염수의 방류를 시작했다. 사고가 아닌 국가라는 이름으로 합의 하에 버렸다. 어찌 우리가 져야 할 책임을 앞으로 30년 동안 방류하면서 후손들에게 떠넘긴단 말인가.

눈을 뜨고 바다를 봐도 바다로 흘러들고 있는 방사능 오염수를 육안으로 볼 수는 없을지만, 그것이 ‘생육하고 번성하라’ 하신 바다 생물들과 그에 기대어 사는 이들과 어떻게 깊이 연결되어 있는지는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리는 바다를 이야기하지 않고는, 우리 삶은 물론이거니와 지구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바다를 오염시키는 것이 결국 우리 자신을 더럽히는 것이요,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범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함으로, 방류를 멈출 수 있게 해야 한다.

특별히 곧 창조의 계절이다. 호주의 노먼 하벨이 구상한 후로 미국의 데이비드 로드와 H. 폴 샌트마이어가 협력하여 더욱 발전시킨 절기다. 보통 교회력은 예수님의 생애를 따르기에 창조주 하나님께 집중할 특정한 시기가 없지만, 기후위기 시대이니 “하나님과 모든 피조물과의 관계, 피조물과의 관계(그리고 피조물을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로 우리의 시선을 두어야 한다. 몇해 전부터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은 이 시기에 하나님의 창조를 묵상하는 ‘풀꽃과 나무, 일상 속 물건’ 등을 묵상하게 하는 40~50편씩 편지를 나눴고, 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세계교회의 창조의 계절 자료를 번역해서 나누고 있다. 올해 살림에서는 ‘화성으로 간 책방’과 함께 세계교회가 한 마음으로 <생명의 물>을 묵상하면서 묵상꾸러미와 함께 13주간의 묵상레터를 나눈다(문의 ecochrist@hanmail.net). 주님이 오시는 대림절이 오기 전까지, 물과 관련된 성경 구절을 톺아보며, 온 천지를 향한 하나님의 애끓는 사랑을 되새기게 될 것이다.

“오직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할지어다”(암 5:24). 우리 모두는 도도하게 흐르는 하나님의 강에 합류하도록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이다. 예수를 ‘마신’ 사람은 각자 자기 삶의 자리에서 시냇물이 되어야 한다. 기후 불의와 생물 다양성 파괴에 취약한 공동체를 위해 생태 정의를 실천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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