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수 박사의 영화 읽기]집단 따돌림의 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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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수 박사의 영화 읽기]집단 따돌림의 역학
  • 최성수 박사(AETA 선교사)
  • 승인 2023.08.29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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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헌트](토마스 빈터베르그, 드라마, 15세, 2012)

한국에서 ‘왕따’라 불리는 현상은 집단따돌림을 말한다. 특정 집단 혹은 또래 집단 내에서 둘 이상의 사람이 한 사람을 따돌리고 무시하는 일이다. 이런 집단따돌림은 정도와 빈도의 차이만 있을 뿐 사실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매우 깊은 성찰로 이끌어줄 영화는 <더 헌트>다. <더 헌트>는 한 사람이 갑자기 마을 공동체에 의해 마치 사냥감으로 전락한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이야기다. 내용은 이렇다. 중학교 교사였던 루카스(매즈 미켈슨)는 이혼 후에 고향에 있는 유치원 선생으로 지낸다. 루카스는 비록 마음에 상처가 있었지만, 고향 친구들의 환대를 받으며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가 다니는 유치원엔 죽마고우로 지낸 친구의 딸 클라라가 다니고 있다. 방향이 같으니 자주 동행했고, 루카스는 클라라를 자기 딸처럼 여기며 돌본다. 부모가 베푸는 사랑이나 관심에 비해 색다른 것을 루카스에게 느낀 클라라는 그에게 친밀감을 표현하길 서슴지 않는다. 심지어 루카스에게 달려가 입술에 입을 맞추고, 정성을 다해 선물을 준비해서 건네주기까지 한다. 물론 아빠의 친구로서 오랫동안 그녀를 지켜본 루카스가 그런 그녀의 마음을 모를 리 없다. 그러나 루카스는 클라라의 건강한 정서를 위해 그녀의 호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한다. 클라라는 그것을 거절당했다는 표시로 받아들인다. 그리곤 유치원 원장에게 루카스를 비난하면서 오빠가 집에서 장난삼아 보여준 포르노 장면을 루카스와 연관 지어 말한다.

집단따돌림의 문제는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유치원 원장은 사실 여부를 확인도 하지 않고 클라라의 말을 진실로 여기고 루카스의 행위를 아동 성추행으로 단정한다. 유일한 이유는 어린아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결국 아동 성추행범으로 몰린 루카스는 마을에서 식료품조차 구하기 힘들 정도로 곤고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한편, 아이들의 진술과 사실이 다르다는 것을 안 경찰은 결국 루카스를 무혐의로 풀어주지만, 마을 사람들과 친구들의 따돌림은 계속되었다. 이전에 가졌던 자신들의 확신이 잘못임을 인정하는 것이 더 힘들었을 것이다. 그들은 계속된 따돌림을 통해 경찰의 발표와 무관하게 그 확신을 고수했고, 그럼으로써 자신들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다.

결국 사실과 거짓 사이에서 사람들은 진실이 아니라 자기 생각, 편견, 정의감 등이 확인되고 또 소문으로만 듣던 일을 직접 경험하게 되었다는 일로 인해 일어나는 흥분과 분노 등의 감정에 더 큰 비중을 둔다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가 여기에 불필요하게 연루되지 않으려면 옳고 그름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아야 할 뿐만 아니라 판단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혐의를 받는 사람이 어떤 고통 속에 있는지에 대한 공감적인 긍휼의 마음을 품고 보살펴야 한다. 설령 나중에 사실로 밝혀진다고 할 때, 그때 우리가 그와 함께 있으면서 위로를 했던 것 때문에 당하게 될 비난은 그렇게 크지 않다. 크다 하더라도 오히려 성경적으로 옳은 일을 한 것이다. 간음의 현장에서 붙잡혀 광장으로 끌려 나온 여인에 대한 예수님의 태도를 보라. 정죄 받을 수밖에 없는 정황에서도 예수님은 긍휼의 마음을 놓지 않으셨다. 이것을 기억하고 행한다면 집단따돌림에 우리가 연루되지 않고도 정의의 편에 설 수 있게 될 것이다.

“복 있는 사람은 악인들의 꾀를 따르지 아니하며 죄인들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들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시편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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