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이후 골치 선교지 재산… 선교적 목적으로만 사용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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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이후 골치 선교지 재산… 선교적 목적으로만 사용돼야”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3.08.22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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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MA·한교선 ‘한국 선교 출구전략과 이양을 위한 공동 결의문’ 발표

물보다 진하다는 피로 맺은 가족도 갈라놓는 것이 재산 문제다. 하늘 소망을 품고 사는 우리라지만 이 땅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이상 ‘돈 문제’에서 자유롭긴 힘들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헌신한 선교지에서조차 돈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은퇴를 앞둔 선교사들이 사역의 발판으로 삼던 교회와 선교센터, 학교 등의 재산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로 갑론을박이 오간다.

선교지 재산권 분쟁으로 몸살을 앓는 중에 의미 있는 결의서가 나왔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사무총장:강대흥 선교사)와 주요 교단 선교부의 연합체인 한국교단선교실무대표협의회는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선교 출구전략과 이양정책을 위한 공동 결의서’를 발표했다.

감리회와 기성, 고신, 대신, 백석, 침례교, 통합, 합동, 합신 등 9개 교단이 뜻을 같이한 이번 결의서는 △지난 한국교회의 선교가 돈과 프로젝트 중심이었음을 회개하며 선교지 중심의 건강한 선교로 나아갈 것 △선교지에서 형성된 모든 재산은 하나님 나라를 위해 공적으로 사용할 것 △선교사들의 은퇴 이후의 삶에 구체적 대안을 준비할 것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결의서에 언급된 것처럼 선교지 재산권 문제가 불거진 것에는 지금까지 ‘돈과 프로젝트 중심의 선교’에 무게를 둔 영향이 크다. 성장한 한국교회는 앞다투어 선교지에 교회 건물과 선교 센터를 지었고, 이를 기반으로 사역하던 선교사들이 은퇴할 시점인 지금에 이르러서는 이에 대한 소유권이 불분명해진 것이다. 그런데 이를 은퇴 이후 사유화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KWMA 강대흥 사무총장은 “저도 현장에 있으면서 선교사들이 남긴 부동산 처리 문제를 많이 목격했다. 이를 시급히 해결하지 않으면 은퇴 이후 정리가 안 되는 사례들도 생겼다”면서 “선교지 재산은 선교적 목적으로 사용돼야 한다는 것에 교단 선교부가 뜻을 같이해 이를 알리고자 공동 결의문을 발표하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문제는 재산권 처리가 마냥 간단하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먼저는 선교지 재산을 마련하기 위해 투입된 재원을 살펴야 한다. 후원 교회나 기관에서 보낸 후원금으로 교회와 센터가 세워지는 경우도 있지만, 몇몇은 선교사가 전적인 희생으로 개인 재산을 투입해 세운 부동산들도 있다. 그런 선교사들로서는 자신의 재산으로 마련한 부동산의 소유권을 갖겠다는 당연한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교회와 단체, 선교사 등 여러 재원이 한데 모여 마련된 부동산 같은 경우에도 소유권 분쟁이 생기는 것은 마찬가지다.

선교사들의 은퇴 이후 생계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선교사들은 오랜 기간 외국에서 사역하다 보니 연금을 비롯한 기초 노후 대비도 되어있지 않은 경우가 상당수. 때문에 선교지 재산이라도 은퇴 이후 생계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발견되는 것이다. 통합의 경우 10년 내 22%의 선교사가, 합동은 20년 내 75%의 선교사가 은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KWMA와 한교선이 시급하게 선교지 재산권 관련 결의문을 발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공동 결의문은 어떠한 경우라도 ‘선교지 재산은 선교 목적으로 사용돼야 한다’는 것에 교단 선교부와 KWMA가 의견을 모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각 교단 선교부마다 선교지 재산권을 관리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는 있지만 재산권 이양에 대한 일치된 의견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합 세계선교회 홍경환 총무는 “이양이라 함은 현지인들에게로의 이양을 의미한다. 만약 선교지가 준비가 안 되어있다면 후배 선교사에게 위임하는 방향으로 안내한다. 현지에 이양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선교지마다 다른 상황을 보며 대응하고 있다”면서 “선교사가 평생을 바쳐 이룬 것이 은퇴 이후 사라진다면 허무한 일이다. 물론 선교사님 중에는 자신의 전 재산을 팔아 선교지 부동산을 마련한 분들도 있다. 하지만 선교의 근본은 자기 희생이기에 선교지 재산은 선교 목적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선교사 은퇴 이후 대책을 내실 있게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감리회 선교국 태동화 “총무는 선교사를 파송하고 지원하는데 정책적 접근을 했는데 은퇴 이후와 노후에 대해서는 많이 고려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선교지 재산과 관련한 분쟁이 나오지 않도록 은퇴 이후 대처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선교지 재산권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선교지 재산 구매 자체를 지양해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강대흥 사무총장은 “가장 좋은 해법은 사지 않는 것이다. 이제 선교지에는 이미 수많은 학교와 병원, 센터들이 있다. 현지에 정말 이 건물이 필요한지 고민하면서 구매를 하게 되면 처분에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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