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의 저자 발굴을 기쁨으로…“1인 출판사의 롤모델 되기를”
상태바
무명의 저자 발굴을 기쁨으로…“1인 출판사의 롤모델 되기를”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3.08.22 09: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인 기독출판사의 성공모델 ‘세움북스’

200권이 넘는 책 발행하며 종합출판사로 자리매김
꾸준히 ‘잘 팔리는’ 스테디셀러 내놓으며 입지 다져
신춘문예, 문학여행…독자와 소통하는 프로그램 전개

출판계가 휘청이고 있다. 독서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원자재의 상승으로 출판계의 어려움이 날로 커지고 있다. ‘출판업은 사양산업’이라는 말이 나온 지도 오래다. 여기에 경제 불황까지 더해지면서 도서시장은 계속 움츠러드는 모양새다. 기독교 출판사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지난 6월 국내 최대규모의 도서 축제라고 할 수 있는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렸지만, 기독교 출판사들의 연합 부스코너는 자취를 감춰 아쉬움을 자아냈다.

이러한 출판시장의 현실 속에 1인 출판사로 설립돼 200권이 넘는 도서를 출판하며, 확실하게 입지를 다지고 있는 기독교 출판사가 있다. 세움북스(대표:강인구)는 지난 2014년 설립돼 기독교 가치관으로 교회와 성도를 건강하게 세우는 양질의 기독교 도서를 출판하고 있다. 세움북스는 1인 출판사로서는 기독교 출판계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모델로 평가받는다.

강인구 대표는 지난 2014년 세움북스를 설립해 기독교 가치관으로 교회와 성도를 건강하게 세우는 양질의 기독교 도서를 출판하고 있다.

세움북스 강인구 대표를 지난 18일 종로구 사무실에서 만나 최근 기독 출판계 동향과 함께 1인 출판사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을 들었다. 강 대표는 “세움북스 설립과 동시에 개혁신앙을 다루는 교리전문 출판사로 자리를 잡았다. 운이 좋았던 것은 한국교회 내 교리를 강조하는 열풍이 불던 시기였기에 초기에 발행한 책들이 어렵지 않게 팔려나갔다”고 회고했다.

처음에는 가능성을 안고 출판시장에 뛰어들었다고 할지라도 1년이 되지 않아 사라지고 마는 출판사가 부지기수다. 특히나 1인 출판사는 책의 기획과 편집, 디자인과 영업까지 대표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여기에 대중이 호응할만한 좋은 도서와 저자를 발굴하는 ‘안목’을 갖는 것도 필수적 요건이다.

세움북스가 설립 초창기 내놓은 책 중에서 20쇄를 찍을 정도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책 <교리와 함께하는 365 가정예배>가 있다. 당시 책의 저자 임경근 목사(다우리교회)는 대형 출판사로부터 집필 요청을 받았지만, 얼어붙은 출판시장의 동향으로 계약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렇게 묻히게 될 뻔했던 원고가 강인구 대표의 손에 들어왔다. 지금도 가정예배도서의 대표적 스테디셀러로 <교리와 함께하는 365 가정예배>는 출판사의 대표적인 효자도서로 자리매김했다.

강 대표는 “세움북스 설립 당시에도 출판시장의 여건이 녹록지 않았는데, 감사하게도 책을 내놓으면 무조건 1쇄가 나갔다. 지금도 SNS로 독자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며, 좋은 무명의 저자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1인 출판사의 생존 비결로 “무엇보다 출판하는 책의 주제가 확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제가 확실하다면, 더욱 독자를 설득하는 일이 쉬울 것”이라며, “이제까지 세움북스는 100% 기획출판으로 출판비용을 전부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고 말했다.

무명의 저자를 발굴한 사례로 스테디셀러가 된 김태희 목사의 <365 통독주적>, <어린이 소요리문답, 컬러링북>을 꼽았다. 또 김한원 목사의 <바이블웍스 길라잡이>, <로고스 완전정복>은 미국 원어 성경 연구프로그램의 한글 매뉴얼로 성경 연구의 길라잡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장로교의 뿌리를 이해할 수 있는 가이드라고 할만한 황희상 작가의 <종교개혁지 탐방 가이드>, 2021년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된 홍인표 작가의 <강아지똥으로 그린 하나님 나라>, 소설 ‘빙점’의 해설서 <빙점 해동> 등도 대표적인 출판 도서다.

최근에는 무명의 여성 작가를 발굴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길미란 사모의 <복음에 견고한 자녀양육>을 제시했다. 4쇄에 들어갈 정도로 자녀 양육을 고민하는 크리스천 부모들이 선호하는 책이다.

세움북스는 1인 출판사로 설립돼 200권이 넘는 도서를 출판했다.

강 대표는 “사실 기독교 출판계는 남성의 왕국이라고 할 정도로 여성 저자의 이야기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하지만 교회 안에 여성의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가. 크리스천 여성으로서 특유의 경험과 스토리를 가진 경우 책을 내보라는 권유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책 출판시 우선 고려하는 점으로 그는 “뻔하지 않게 쓴 글을 좋아한다.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글쓰기 형식이나 방식이 뻔한 글은 지양하게 된다”면서 “같은 내용이라고 해도 새로운 형식과 구조를 갖춘 책을 유심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독서인구가 줄어들고, 전자책(e-book)의 비중이 늘어나는 것도 출판계의 불황에 한몫하고 있다. 출판시장 전반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세움북스는 신춘문예, 독후감 대회, 문학여행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강 대표는 “독자들의 기억에 각인이 되는 출판사가 되고자 새로운 프로그램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함께’라는 방법을 택했다. 작은 출판사이지만, 독자들과 함께하기 위한 프로그램과 이벤트를 많이 기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평소에 SNS를 통해 독자들과 활발히 소통하는 강 대표는 “설립 초기부터 독자들을 만나고, 다양한 저자를 발굴하는 모습과 편집실의 자연스러운 일상을 SNS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해왔다. 그러면서 세움북스가 내놓는 책이면, 믿고 보는 고정 애독자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SNS 안에는 책의 저자, 독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상을 공유한 ‘사람 냄새’가 나는 글로 가득하다. 특별한 마케팅을 하지 않지만, 독자와 자주 소통하며 출판사와 독자 사이의 벽을 허무는 것이 세움북스만의 홍보전략이다.

기독 출판사와 교회의 상생을 위해 교회가 독서모임을 통해 읽을만한 기독교 도서를 제안하는 등 의도적인 노력을 펼칠 것도 제안했다. 강 대표는 “물론 성경 읽기도 중요하지만, 기독 문학이나 수필을 읽을 때 성도들의 삶이 인문학적 사고를 통해 신앙과 삶이 변화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끝으로 그는 “최근 전자기기의 홍수 속에 다시 아날로그를 선호하는 문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종이책이 주는 정서적 안정감과 만족도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1인 출판사로서 좋은 롤모델이 되어 앞으로도 양질의 책을 많이 펴나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