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광복절 기념예배, ‘회개’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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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광복절 기념예배, ‘회개’는 없었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3.08.1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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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 ‘일본 기독교의 양심’ 오야마 레이지 목사(도쿄 성서그리스도교회)가 96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오야마 목사는 1967년부터 일본에서 양심 있는 지성인들과 사죄위원회를 조직하고 일제의 식민지배와 만행에 대해 일평생 사죄했다.

교계 취재를 하면서 8.15 광복절뿐 아니라 3.1절 같은 절기 때 오야마 레이지 목사를 종종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수요집회에서 사죄했고, 집단 학살이 있었던 제암리교회를 찾아가 사죄했다. 

서대문형무소와, 안중근의사기념관를 방문해서도 반성하지 않는 일본 정부 대신해 죄를 빌었다.

그저 말로만 사과하는 것이 아니었다. 2015년 서울광장 일대에서 열린 광복 70주년 한국교회 평화통일기도회에서 오야마 목사는 신사참배를 강요했던 일본의 죄악을 대신 엎드려 사죄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새에덴교회에서 열린 특별예배에도 일본인 사죄단 20여명과 함께 바닥에 엎드렸다.

지난 13일 주일 오후 한국교회총연합 주관으로 8.15 광복 78주년 기념예배를 드렸다. 

참석자들은 “광복은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라고 감사했고, 특별히 대한 독립을 위해 한국 기독교와 수많은 기독교인들의 공로가 어마어마했다고 추켜세웠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실제로 국내외 독립운동 현장에서 많은 믿음의 선조들이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 신사참배 위협을 버텨내고 순교의 길을 선택했다.

그러나 이날 예배에서는 ‘회개’가 없었다. 

한국교회는 분명한 죄과가 있다. 감리교, 장로교, 성결교 등 공교단이 신사참배를 결의했다. 목회자들은 신사를 참배하고 신도 침례까지 받았다. 

공교회의 역사적 잘못에 대한 반성이 공교단이 모인 기념예배에서 빠졌다. 기념사와 성명서, 목회자 발언 어느 곳에서도 회개는 없었다. 

문득 오야마 레이지 목사의 말씀이 떠올랐다.

“이제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계속 사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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