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수 박사의 영화 읽기]누가 이 사람들의 이웃인가?
상태바
[최성수 박사의 영화 읽기]누가 이 사람들의 이웃인가?
  • 최성수 박사(문화선교연구원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8.16 16: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켄 로치, 드라마, 12세, 2016)

켄 로치 감독은 영화 <불쌍한 암소>(1967)로 데뷔, 영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이며 칸 영화제가 총애하는 영화감독 중 한 명으로, 역대 최대인 14회나 초청받은 거장 감독이다. 그는 노동 계급이나 아일랜드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사회성이 짙은 성격의 영화를 많이 만들었다.

영국의 사회보장제도는 1948년부터 시행되었다. 이 제도를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기반은 근로자의 강제보험이다. 근로자는 봉급의 1%를 보험료로 지불하고 고용주도 근로자의 보험료로 일정액을 지출한다.

이를 바탕으로 근로자는 실직했을 경우나 병으로 일을 할 수 없을 때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영화는 마거릿 대처에서 존 메이저 총리로 이어지는 영국 보수당 정부의 신자유주의 이론에 기초한 사회보장제도가 얼마나 허구적인지를 폭로한다.

켄 로치는 노동 계층의 열악한 현실을 초래한 영국 보수당 정권의 정책들을 비판했다. 보수당은 공공부문의 규모를 축소하고 재정 부담을 줄이고 행정 내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추진했다. 그 결과는 가난한 노동자 계층에게 고스란히 나타났는데, 켄 로치 감독은 일상생활의 세세한 부분과 노동 계급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를 통해 모순으로 가득 찬 세계를 성찰하고 변혁하려는 의지를 실천해 왔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 역시 이런 성격의 영화라 볼 수 있다. 한 노동자의 삶과 죽음을 통해 영국의 사회복지 제도를 비판하면서 인간은 사육되는 존재가 아니라 존중되어야 한다는 걸 강조한다.

국가는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 국민의 생존권은 국가가 베푸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인간다움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의무이다. 그러나 국민을 위한 제도가 국민의 형편과 사정을 배려하지 않고 원칙과 형식을 고집하여 결과적으로 국민의 자존심이 상실하게 될 때 이건 더는 복지가 아니라 폭력이 된다. 영화는 바로 이점을 부각한다. 복지 기관이 인간 존중에 기반을 두지 않고 효율적 행정 처리를 위한 기관이 될 때 가난한 사람들은 국가의 폭력을 경험할 수밖에 없음을 폭로한다. 신자유주의에 따른 보수당 정책을 비판한 것이지만,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와 그들의 삶에 대한 공감적 이해의 필요성을 강하게 부각한 영화다.

1948년 발표한 유엔 인권선언은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는 믿음을 반영한 것이었다.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인간은 어떤 경우 어떤 이유에서도 인간다움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도우심은 인간을 통해 실행된다. 이것이 남자와 여자의 관계에서 처음 드러났지만, 선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에서도 드러났다. 내 이웃은 누구인가? 이 질문에 대답하시면서 예수님은 질문을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은 누구인가?’ 이 질문으로 바꾸셨다. 그건 나를 중심에 둔 이웃 개념에서 도움이 필요한 자를 중심으로 이웃을 재정의하신 것이었다.

영화는 한 편으로는 돕는 이를 통해 회복되는 가정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국가가 돕는 일을 제대로 실행하지 않는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를 폭로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