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걸음 아닌 함께하는 ‘선교’ … “지금, 이곳에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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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걸음 아닌 함께하는 ‘선교’ … “지금, 이곳에서부터”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3.08.14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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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11일 포항 한동대서 ‘2023 선교한국 대회’ 개최
여전히 중요한 공동체의 가치, 선교 지평 확장에 기여
지난 7~11일 한동대학교에서 '2023 선교한국 대회'가 열렸다. 둘째 날 저녁집회에서 메시지를 전하는 박현주 선교사의 모습.

대형집회나 대규모 수련회는 여전히 유효할까.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의 전 지구적 확산은 인류의 생활양식 전반을 뒤바꿔놨다. 사실 기존의 일상에서 핸들을 급격하게 꺾었다기보다는 애당초 맞닥뜨렸어야 할 변화를 향해 가속 페달을 밟았다고 하는 편이 정확하겠다. 코로나 이후 우리는 대면보다는 비대면이, 집단보다 개인이 편해졌고 살갑게 오가는 악수보다 화면 너머로 주고받는 눈인사가 더 익숙해졌다.

‘모이는 것’에 목숨을 걸었던 교회 역시 시대의 강물을 역행하기는 어려웠다. 한국교회의 상징이자 폭발적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대규모 집회는 차츰 자취를 감췄다. 코로나19가 종식됐다고 해도 무방할 지금까지도 위축된 분위기는 여전하다. 젊은이들이 더 이상 열정적으로 모이지 않는다거나, 세련되지 않은 집회에는 눈길을 주지 않는다는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하지만 5년 만에 대면으로 모인 선교한국 대회는 ‘함께’의 가치를 다시금 증명해냈다.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포항 한동대학교에서 모인 1천4백여 명의 청년들은 뜨겁게 하나님을 예배하고 복음 전파와 선교에 삶을 드릴 것을 다짐했다. 한반도를 덮친 태풍도 잠재우지 못한 열정의 현장 이모저모를 들여다봤다.

 

오감으로 느낀 ‘선교’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 같이 나도 너희를 보내노라”(요 20:21) 올해 선교한국 대회의 주제다. 하나님 아버지께서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신 것은 곧 죄사함의 복음이었다. 이제 예수님께서는 그와 같은 방식으로 우리를 보내겠다고 말씀하신다. 성부 하나님이 성자 예수님을 보내신 것이 복음이었다면, 예수님이 우리를 보내시는 것은 ‘땅끝까지 복음을 전파하라’는 선교의 명령이다. 즉 복음과 선교는 다르지 않다. 선교한국 대회는 바로 이 진리에서부터 출발했다.

이전 선교한국 대회의 분위기와는 달랐다. 짧다고 말하기는 힘든 5년이라지만 그 사이 팬데믹이라는 광야를 지나야 했기에 유독 길게 느껴진 시간이었다. 그동안 ‘선교’의 개념도, 선교한국 대회의 대상인 ‘청년’들도 많이 달라졌다. ‘사역자를 선교지에 보내 교회를 세운다’는 전통적 선교의 개념이 옅어졌고, 코로나 기간 단기선교와 같은 선교 기회를 접하지 못한 청년들의 마음밭도 이전과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올해 선교한국 대회는 선교의 본질과 트렌드,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애썼다. 첫날과 마지막 날을 제외한 3일에 각각 ‘전방개척 선교’, ‘이주민 선교’, ‘총체적 선교’라는 타이틀을 내걸었다. ‘전방개척 선교’에서는 지금도 여전히 절실한 미전도 종족 선교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이주민 선교’와 ‘총체적 선교’에서는 코로나 이후 달라진 선교의 흐름을 짚었다.

각 주제를 뿌리 깊이 경험할 수 있는 아침 성경강해, 미셔널 세바시와 Q&A, 미셔널 멘토링, 아름다운 땅끝 소식, 저녁 집회 등 프로그램이 촘촘히 배치됐다. 저녁 집회 강사로는 윤태호 목사(JDM 대표), 화종부 목사(남서울교회), 박현주 선교사(WEC선교회 부대표), 김요한 목사(둘로스네트워크 대표)가 뜨거운 메시지로 청년들의 잠든 영성을 깨웠다.

둘째 날 강사로 나선 박현주 선교사는 “주제 말씀을 듣고 무슨 생각이 드셨나. 내 얘기는 아닐 거라는 생각도, 주님께서 나를 부르셨다는 감격도 있을 수 있다. 무슨 생각이든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우리 주님은 발로 뻥 차며 선교로 보내시는 분이 아니다. 그분은 우리를 보내시며 세상 끝날까지 함께 있겠다고 약속하셨다”면서 “우리는 지금, 모든 민족에게 나아가, 주님의 온전한 사랑을 가르쳐야 한다. 지금 이 순간도 복음을 접해보지 못한 수많은 생명이 꺼지고 있다. 우리의 삶이 예배가 되고 예배가 삶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이주민 선교를 감당하고 있는 안드레이 전도사는 “고려인 사역을 10년째 하고 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한국인 사역자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전 사실 중국 선교에 비전이 있었다. 그런데 중국으로 나갈 수가 없다. 제가 아니면 고려인들을 섬길 이들이 없기 때문”이라면서 “이 자리에 여러분이 와야 한다. 한국교회의 관심밖에 있는 고려인들이 너무 많다. 이곳에서 일어나는 선교의 놀라운 역사를 여러분이 경험하셨으면 한다”고 도전했다.

코로나19로 선교를 직접 경험할 기회가 적었던 청년들이 선교가 무엇인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됐다. 대회 기간 내내 집회장 맞은 편에 설치된 선교박람회에서는 34개 선교단체가 부스를 마련해 청년들과 소통했다.

다이나믹 배움터는 선교와 청년들의 거리를 한층 좁혀줬다. VR 기기의 시선을 빌려 선교지 거리를 직접 보기도 하고, 보드게임을 통해 난민 선교가 무엇인지 배울 수 있었다. 직접 철창 안에 들어가 보는 인도 감옥 체험은 선교사가 어떤 마음으로 헌신해 타국에서 복음을 전하는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밖에도 선교선 체험, 회심자 간증, 선교지 거리 체험, 이주민 선교 사진전 등 선교를 오감으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부스가 준비됐다.

현장에는 VR 체험과 보드게임 등 선교를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부스들이 마련됐다. 

 

함께하는 ‘선교한국 대회’의 가치

선교한국의 수확은 무엇보다 대회에 참석한 청년들의 선교를 향한 결단이다. 결국 청년들이 ‘선교’라는 단어에 가슴이 뛰지 않는다면 화려한 프로그램도, 뜨거운 집회도 소용이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터. 결과적으로 이번 선교한국 대회는 청년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청년들은 서로의 모습을 보며 위로를 얻었고 선교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5년 만에 대면으로 모인 선교한국 대회는 공동체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함께 하나님 나라를 꿈꾸는 청년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됐다. 김우석 청년(숭실대)은 “캠퍼스에서 선교단체 활동을 하고 전도를 하면 외롭고 힘들 때가 많다. 학생들로부터 배척도 많이 받는다. 그런데 이곳에 와서 한국과 열방을 위해 뜨겁게 기도하는 청년들, 성도들이 많이 계시다는 것을 알았다. 예배를 드리며 마음에 큰 위로를 얻었다”고 털어놨다.

부르심에 확신을 주는 시간이기도 했다. 직장인으로 이번 대회에 참석한 정한나 청년(상주시민교회)은 “선교라는 것이 멀게만 느껴졌다. 명확한 부르심이나 마음이 없어서 ‘나는 선교로 부르지 않으셨나보다’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아브라함이 갈 바를 알지 못하고 순종했다’는 말씀을 들으며 선교에 대한 마음이 달라졌다”면서 “교사로 불러주신 학교의 자리가 곧 선교지라는 확신이 생겼다. 하나님은 공동체를 통해 선교를 이루신다는 것을 알았고 하나님의 크심을 다시 한 번 깨닫는 벅찬 시간이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선교계 내부에만 머물러 있던 새로운 선교 전략과 담론이 청년들에게까지 확대됐다는 점도 의의가 컸다. 특히 ‘이주민 선교’와 ‘총체적 선교’를 메인 주제로 내건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김재준 청년(한동대)은 “제가 아는 선교는 직접적인 복음전파밖에 없었다. 선교는 당연히 해외에 나가야 하고 전방에서 활동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오지라고 생각했던 아프리카는 기독교인 비율이 높았고, 반대로 내 주변에 있는 이주민들이 복음을 모르고 소외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들으며 신선했다”면서 “제 생각 안에 가둬두었던 ‘선교’의 개념을 다시 본질로 회복할 수 있었다. 일상으로 돌아가 주위에서 이민자들을 만난다면 친구가 되어 자연스레 복음을 전하고 싶다”고 나눴다.

선교한국 대회에 참석한 청년들은 선교에 열정을 가진 이들과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얻었다고 고백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정한나 청년(가운데), 김재준 청년(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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