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에큐메니칼의 몽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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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에큐메니칼의 몽니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3.08.1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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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임시총회에서 예장 통합이 추천한 김종생 목사가 총무로 선출됐다.

김종생 목사는 오랜 시간 구제와 봉사에 힘써왔으며 한국교회봉사단 사무총장으로 태안 기름유출 사고 당시 한국교회가 서해안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일을 진두지휘했다. 3년 간 디아코니아 현장을 떠나 일선에서 목회를 하다가 명성교회 산하 재단인 ‘소금의집’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을 돌보는 일을 계속해왔다. 그러나 김종생이라는 사람이 걸어온 ‘디아코니아’의 한 길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가 명성교회 소속기관에서 녹을 먹고 있다는 사실만을 문제 삼았다.

교회협 실행위원회 현장에서 피켓을 든 청년들은 “명성교회와 세습 옹호하는 김종생 목사를 반대한다”는 문구를 내걸었다. 명성교회는 세습한 교회이고 김종생 목사는 그 속에서 일하고 있으니 세습을 옹호한 당사자로 몰아간 것이다. 그가  세습을 옹호했는지 사실관계는 중요치 않은 듯했다. 명성교회 소속은 곧 ‘나쁜 사람’이라는 공식만 내세웠다. 실행위원회에서 통과되자 이번에는 총회때 몇몇 기관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김종생 목사가 명성교회 산하기관의 상임이사를 맡고 있기에 배후에 명성교회가 있다는 억지 주장을 펼쳤다. 그를 총무로 선출하는 것은 “맘몬의 권세에 굴복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명성교회를 향한 식지 않는 증오가 제3자에게 칼을 겨누고 있는 모양새였다.

이들의 반대는 김종생 목사가 대형교회 산하기관에서 일한 것이 문제인지, 대형교회 후원을 받는 것이 문제인지, 그 대형교회가 세습교회인 명성교회이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가 있는 것인지도 명확치 않다. 그저 몽니를 부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동안 교회협은 명성교회를 비롯한 대형교회에 손을 벌렸고, 대형교회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벗어나곤 했다. 직전 총무가 대형교회 후원 관행을 끊었지만, 돌아온 것은 무능하다는 비난과 막대한 부채였다. 에큐메니칼 정신은 포용성에 있다. 그런데 작금의 에큐메니칼은 확증편향과 내로남불에 빠져 있다. 비난은 쉽게 하고 협력에는 거리를 둔다. 에큐메니칼 정신의 회복 없이는 에큐메니칼 운동이 살아날 수 없다. 교회협의 모습이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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