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목회자를 만난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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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목회자를 만난 복
  • 이복규 장로 / 서경대 명예교수
  • 승인 2023.08.0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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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규 장로(서울산성감리교회, 서경대학교 명예교수)
이복규 장로(서울산성감리교회, 서경대학교 명예교수)

복 가운데 좋은 사람 만나는 복이 최고다. 회고해 보면 내가 바로 그런 복을 누리는 사람이 아닌가 한다. 가족, 친구, 선배, 후배, 스승, 목회자 등등 내 삶의 마디마디에서 꼭 필요한 분들을 그때그때 하나님께서 만나게 해 주셨다.

내가 만난 좋은 목회자는 어떤 분일까?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상경한 1974년부터 지금까지 50년째 출석하고 있는 교회의 원로목사님이 그분이다. 내가 집사에서 장로에 이르도록, 가까운 거리에서 모시며 특별한 모습을 많이 보았다. 직접 들은 사연도 많다.

이따금 부흥집회를 다녀오면 그 사례금을 모두 교회에 헌금으로 바쳤다. 환자를 위해 기도하고 받는 사례비도 마찬가지였다.

부흥회 때 은혜 받은 사람들이 편지할 경우 한 번도 답장하지 않았다. 편지가 오고가서 친해지면, 본교회의 목회자를 경시하거나 관계가 소원해져서 그 교회에 덕이 되지 않는다고 보아 그랬다고 한다. 그 교회 목회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교회에 다니던 분이 우리 교회로 옮겨오는 것을 꺼렸다. 멀리 이사 왔다든가, 이명증서를 해 왔다거나, 분명한 사유가 있어야만 허용했다. 요즘 문제가 되는, 이른바 수평이동을 반기지 않았다. 순수하게 새로 믿어 나온 분들을 환영하였다. “나중에 천국에 가서 주님한테 ‘양 도둑놈’이라는 책망을 들을까 봐 그랬다.”는 게 그 이유이다.

목회생활 30년 동안, 고향 부모님 모시고 잠잔 게 딱 하루라고 한다. 교회일로 내려갔다가 차가 없어 부득이 부모님 댁에서 자고. 첫차로 상경해 새벽기도회를 인도했다고 한다. 어느 날엔가는 새벽기도 인도 후 부모님께 내려가 집안일을 돌봐 드리고 저녁 때 상경하려고 하자, 그 어머니께서 다른 것도 고장 났으니 고쳐주고 다음날 올라가라고 부탁하셨으나 거절했다고 한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그런 말씀 하시면 제 마음만 괴롭습니다.” 목회자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이분은 빚지고는 못 사는 분이다. 누가 밥을 사든가 돈을 드리든가 무엇을 해드리면 반드시 갚는다. 그 까닭을 여쭈니 하신 말씀이 있다. “이 지상에서 누리면 천국에서 받을 상이 없다.” 하늘에 보물을 쌓으라는 성경말씀을 백 퍼센트 믿고 사는 분이라 하겠다.

우리 교회 예배당을 증축할 때의 일이다. 세월이 흘러 층도 높이고 길이도 늘이는 공사를 할 때, 나는 신혼으로서 가난한 시간강사 처지였다. 건축헌금에는 참여해야겠고, 부부가 앉아 고민하다가, 아내가 제의했다. 아내한테 선물로 끼워주었던 결혼반지를 바치자는 것이었다. 미안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기에, 예배 시간에 헌금 봉투에 넣어 바쳤다. 교회는 계획대로 증축되었고, 그 반지는 까마득하게 잊고 살았다. 은퇴하시기 직전 어느 날, 예배 후 우리를 부르시더니, 금고에서 무엇인가를 꺼내서 주시는 것이 아닌가. 예전에 바쳤던 반지였다. "아니, 그때 팔아서 증축헌금에 보태시라고 바쳤던 것인데 도로 주시다니요?" "그 정성이 중요한 거야. 그 정성을 하나님이 받으셔서, 이 반지 안 팔고도 교회 증축 잘 되었잖아? 평생에 한번 주고받는 결혼반지를 어떻게 팔아서 쓸 수가 있단 말인가? 정성 바친 걸로 되었어. 가져 가.”

때때로 어리거나 젊은 사람을 위해 기도할 경우에는 당신의 생명을 걸곤 했다. “저는 살 만큼 살았으니, 제 생명을 떼어서라도 살게 해 주세요.” 이런 기도 때문일까? 다시 소생한 교우들이 있다.

이 목사님은 교인들한테 무엇을 시키기 전에 솔선수범하셨다. 헌금도 가장 많이, 기도도 가장 자주 길게 하셨다. 지금은 연로하여 요양병원에 계시지만, 교회 안팎의 수리와 청소는 물론 화장실 변기가 막히면 서슴없이 맨손으로 뚫곤 하셨다. 설교와 삶이 겉돌지 않는 분이었다.

이런 목회자를 만나, 그 삶을 직접 보고, 그 삶에서 우러나온 설교를 듣게 하신 하나님의 은혜 감사하기 짝이 없다. 물론 부작용도 있다. 이렇지 않은 목사는 목사로 보이지 않으니 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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