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복음화를 향한 그루터기를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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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복음화를 향한 그루터기를 주셨습니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3.07.26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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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방 // 202경비단 경찰선교회 ‘경복궁교회’

202경비단, 대통령실 외곽 경비책임 최정예 경찰
예배처 못찾아 광야생활…6천만원 들여 리모델링
경복궁교회는 대통령실과 202경비단 이전으로 광야교회 같은 생활을 하다 새로운 예배처를 확보할 수 있었다. 리모델링을 마친 후 직전 선교회장 박종익 안수집사, 이경욱 목사, 신영숙 전도사, 현 선교회장 강민석 집사(왼쪽부터)가 함께 사진을 찍었다.
경복궁교회는 대통령실과 202경비단 이전으로 광야교회 같은 생활을 하다 새로운 예배처를 확보할 수 있었다. 리모델링을 마친 후 직전 선교회장 박종익 안수집사, 이경욱 목사, 신영숙 전도사, 현 선교회장 강민석 집사(왼쪽부터)가 함께 사진을 찍었다.

대통령실 외곽 경비를 책임지고 있는 202경비단의 자긍심은 남다르다. 경비단원이 되기 위해 경찰 내 치열한 경쟁도 거쳐야 한다. 국가수반의 안전을 담당하고 있다는 책임감도 막중해 늘 긴장 속에서 근무하고 있다. 

1988년 4월 25일 창립된 경복궁교회(담임:이경욱 목사)는 202경비단원들이 주님을 만날 수 있는 예배처일 뿐 아니라 잠시 휴식할 수 있는 쉼터 같은 곳이다. 202경비단 경찰선교회를 중심으로 약 50여명 단원이 경복궁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소재 202경비단 내 경복궁교회를 방문했다. 경비단 3층에 자리한 교회는 막 리모델링을 마친 깔끔한 상태였다. 이곳에서 경비단원들은 주일에는 예배를 드리고 주중에는 일대일 성경공부와 셀 훈련, 교제를 나누고 있었다. 

‘광야생활’ 넘어 채우시는 은혜
잘 정돈된 교회 모습이지만 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과거 전·의경이 사용하던 세탁실과 목욕탕이던 장소다. 방치된 것처럼 허름한 공간이었다가, 경복궁교회를 만나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경비단도 따라오게 됐고 경복궁교회는 예배를 드릴 공간을 다시 찾아야 했습니다. 이전 초기에는 업무시설도 부족한 터라 이곳저곳을 떠돌며 예배를 드려야 했는데, 갑자기 이 공간을 만나게 된 겁니다.”

올해 5월까지 그야말로 광야 생활이었다. 어디 자리가 났다 하면 그곳으로 달려가 예배를 드리다, 또 다른 곳으로 옮겨 다녀야 했다. 3~4평 공간이라도 감사하게 사용했다. 지금의 교회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던 건 은혜라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처음부터 쉬웠던 건 아니다. 담당자들을 만나며 이경욱 목사가 충분히 소통하고 설득한 끝에 사용 허락을 받아낼 수 있었다. 리모델링에 들어가는 예산은 모두 교회가 감당하기로 했다. 

“전체 6천만원이 소요됐는데, 완전히 새로운 곳이 됐습니다. 주중에는 경비단원들을 위한 교육, 체육활동을 위해 얼마든지 내어줍니다. 단원들이 드럼과 같은 악기를 배울 수 있도록 우리 교회 집사님이 자원봉사하고 있습니다. 아래층 다른 업무공간에 방해되지 않도록 방음을 각별하게 신경 썼습니다.”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마침내 허락된 경복궁교회 예배실 모습. 리모델링을 마친 후 주중에는 경비단 교육과 체육활동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교회는 경비단원들을 위해 드럼과 바이올린, 기타 등 악기를 가르쳐주고 있다.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마침내 허락된 경복궁교회 예배실 모습. 리모델링을 마친 후 주중에는 경비단 교육과 체육활동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교회는 경비단원들을 위해 드럼과 바이올린, 기타 등 악기를 가르쳐주고 있다.

40평 예배 공간 옆에는 15평 규모의 소예배실과 5평 규모 사무실도 별도로 갖췄다. 광야교회 생활과 비교하면 상상할 수 없는 은혜다. 주중에 경비단원들이 예배당을 사용하면, 교회는 소예배실을 활용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살림이 넉넉지 않은 경복궁교회로서는 리모델링에 소요된 6천만원은 엄청난 재정이다. 

40년 동안 경찰청 경무행정관으로 근무하다 작년에 퇴직한 신영숙 전도사(백석대 신대원 3학년)는 “이경욱 목사님은 항상 하나님께서 다 주시니까 걱정 말라고 늘 말씀하신다. 결재해달라는 전화를 받을 때면 긴장되지만 또 늘 하나님께서 채우셨다. 이 목사님이 솔선수범하자 선교회원들이 헌금하며 2천만원을 모았고, 외부 후원 2천만원도 더해졌다”며 “이제 추가로 필요한 2천만원도 금방 채워주실 것으로 믿고 기도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하나님이 준비시킨 사역자
대통령실 이전 과정에서 경복궁교회는 사라질 수 있었다. 하나님께서는 선한 일꾼을 미리부터 예비해 놓으셨던 걸 지금에 와서 깨닫는다. 

서울경찰청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지춘경 목사는 평소 경찰 선교에 관심이 컸던 이경욱 목사에게 경복궁교회를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 2021년이었다. 앞서 2002년에는 신영숙 전도사에게 백석대 신대원에서 신학을 공부하도록 적극 권유하고 교회 사역을 섬겨달라고 당부했다. 

지춘경 목사도 보안수사대장, 공보반장 등 요직을 거쳐 서울경찰청 총경을 지낸 경찰 가족 출신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믿을 만한 사역자가 필요했다. 

“서울경찰청교회는 경찰 선교를 위한 지도목사를 파송하는 역할도 합니다. 제일 목회를 잘하는 분이 누굴까 생각하다 이경욱 목사님께 부탁하게 된 거죠. 총회 사무총장을 하면서도 방배경찰서 사역을 책임졌던 경험도 있는 분이니까요.”

경복궁교회 소예배실은 주중에서 기도회와 소그룹 모임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경복궁교회 소예배실은 주중에서 기도회와 소그룹 모임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이경욱 목사는 총회 사무총장 퇴임 후 백석대 강단에서 강의하고 있었기 때문에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사명을 따라 순종했고, 백석대 설립자 장종현 총장도 목회의 길로 나가도록 흔쾌히 도와주었다. 이 목사는 지금 자비량으로 목회하고 있다. 

이경욱 목사는 “개척하는 마음으로 부임해 지금까지 행복하게 목회하고 있다.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고 하나님만 본다는 각오로 나아가면서 반드시 채우시는 하나님을 만나고 있다”며 “교회를 함께 섬기는 아내와 큰아들이 있어 든든하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경욱 목사가 부임한 후 부활절, 추수감사절, 성탄절마다 직원들에게 나누던 선물의 격을 최근 크게 높였다. 선물을 위해 더 많은 모금이 필요하지만, 정성스럽게 준비한 선물에 교회를 바라보는 시선부터 바뀌었다고 선교회원들은 입을 모은다.

참 좋은 위안이 되는 교회
경복궁교회를 하나님께서 세우신 가장 큰 이유는 경비단 소속 경찰이다. 그들이 교회 안에서 주님을 만난다. 특히 4교대 근무를 하는 경비단에서는 요일에 맞춰 주일예배를 드리기 쉽지 않다. 근무처 안에 교회가 있기 때문에 언제든 와서 기도하고 휴식할 수 있다.

교회를 만나 삶과 신앙이 바뀐 이들도 많다. 경비단에서 근무하는 8년 동안 경복궁교회에서 선교회장을 든든히 맡았던 박종익 안수집사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올해 종로경찰서로 옮긴 박 집사는 2015년부터 경비단에 근무하며 약 40명을 전도한 열성 교인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모태신앙이었지만 한때 교회를 떠난 삶이었다. 그러다 경제적으로 큰 위기를 겪은 가운데 경복궁교회에서 신앙을 회복했다. 같은 위기를 겪고 있는 후배 경찰은 없는지 그는 늘 세심하게 살펴보고 있다. 

“어느 날 불교신자로 알고 있던 후배가 찾아와서 엉엉 우는 겁니다. 하나님께 어떻게 기도하는 것이냐고 물으면서요. 코로나 기간 아내가 말기암에 걸려 어찌할 바를 몰랐던 거죠. 함께 교회에 나가 기도를 시작했어요. 신영숙 전도사님과 소그룹 모임도 하면서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아내의 병까지 호전되면서 기도의 열매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은혜의 간증은 현재 선교회장 강민석 집사에게서도 들을 수 있었다. 강 집사는 근무지로 나가기 전 교회에 잠시 들른 참이었다. 편안한 인상의 그는 결혼 7년이 지나도록 자녀가 생기지 않아 크게 낙담했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양천경찰서에 있는 선배가 갑자기 자녀가 생기도록 기도해주겠다는 겁니다. 하나님을 믿으면 자녀도 얻을 수 있다고요. 그 때 경복궁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게 됐고, 지금은 2명의 아이를 둔 아빠가 되었습니다. 교회에 나와서 드럼과 바이올린을 배우는 것이 즐거웠고 기도하고 교제하는 것이 지금도 참 좋은 위안이 되고 있습니다.”

경복궁교회는 경찰 복음화를 향한 든든한 그루터기였다. 경비단원들은 홀로 찾은 교회에서 주님을 만나고 기도하며 믿음을 지켜가고 있었다. 주님을 그렇게 한 교회를 지키셔서 사용하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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