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약 없는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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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약 없는 약속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3.07.2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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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기자.
김수연 기자.

언제 밥 한 번 먹자!” 한국인이 가장 흔히 하는 거짓말 중 하나다. 인사치레로 가끔 던지던 이 말은 허공에 흩어지는 기약 없는 약속이 될 때가 더 많아서다. 어쩌다 상대방이 그래, 언제 먹을까?”라고 진지하게 물어오면 오히려 당황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필자가 이를 떠올린 까닭은 얼마 전 밀알심장재단 이정재 목사와의 인터뷰 때문이다. 전 세계 심장병 어린이들에게 무료 수술비를 지원하는 사역도 인상 깊었지만, 지난 36년간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아이들에게 다시 보러 오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켰다는 고백 또한 가슴에 깊은 여운으로 남은 덕분이다.

당시 그는 우리를 끝까지 사랑하고 책임지시는 하나님을 조금이라도 닮고 보여주고 싶었다고 짧게 설명했다. 여기에는 자신을 기다릴 아이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과 더불어 수술 후 진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변화된 아이들의 삶을 보고싶어 하는 그의 진심이 담겨있는 듯 했다.

인터뷰를 계기로 필자도 스스로를 돌아봤다. 다소 비약적일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나는 선교지에서 내뱉은 말들에 얼마나 큰 책임을 지며 살고 있을까? 나아가서는 현지인들에게 무심코 던진 말들로 상처를 주고도 정작 나는 몰랐던 일은 없었을까? 등을 말이다.

필자 역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정들었던 현지인들과 헤어지며 꼭 연락하고 지내자고 인사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은 기약 없는 약속이 돼버린 것 같아 조금은 아쉽다. 현지인 가운데 누군가는 연락도 없고 다시 돌아오지도 않은 선교팀을 기다리다 끝내 상처를 입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팬데믹으로 2~3년간 막혔던 하늘길이 뚫렸다.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면서 올 여름 본격적으로 단기 선교가 재개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활기를 되찾은 선교 사역에 반색을 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한국교회 단기선교팀이 예전의 실수들을 답습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비단 기약 없는 약속과 같은 언행에만 국한된 사안은 아니다.

단기선교팀이 떠난 후 뒤처리는 오로지 현지 선교사들의 몫으로 돌아가는 만큼 보다 신중하고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역을 펼쳐야 할 것이다. 한국의 단기선교팀이라면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거나 사랑을 주러 갔다가 서운함만 안기고 오는 선교여서는 안 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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