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를 맞추면 다음세대 마음의 문도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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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높이를 맞추면 다음세대 마음의 문도 열립니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3.07.18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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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사역자들이 청소년 위해 헌신, 후속 프로그램도 제공
구호는 넘치지만 관심은 부족 … 전문 사역자 양성 돼야

아이들이 없는 학교를 상상해보라. 웃음소리가 넘쳐야 할 교실은 텅텅 비어있고 관리되지 않은 운동장에선 흙먼지만 날리는 쓸쓸한 모습을. 날로 심각해지는 저출생 기조가 유지된다면 머지않아 미래가 될 풍경이 교회에선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교회학교가 없는 교회는 절반을 훌쩍 넘고 다음세대 복음화율은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한국교회 다음세대는 절체절명의 위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있다. 오는 8월 3~5일 천안 나사렛대학교에서 열리는 ‘월드미션캠프 – 청소년 캠프’에는 말씀을 사모하는 다음세대 700명이 모여 뜨겁게 하나님을 찬양하고 교회학교의 회복을 부르짖는다. 이마저도 공간의 한계로 700명으로 제한했을 뿐 마감 이후에도 밀려오는 참가 신청을 어렵사리 거절하고 있는 상황. 다음세대 부흥과 회복의 길을 이곳에서 발견할 수 있을까. 월드미션캠프를 기도로 준비하고 있는 총괄디렉터 이임엘 목사(하기오스선교회 대표)를 지난 13일 만났다.

하기오스선교회와 월드미션캠프로 다음세대를 섬기는 이임엘 목사는 눈높이를 맞추고 복음을 삶으로 보여줄 것을 강조했다.
하기오스선교회와 월드미션캠프로 다음세대를 섬기는 이임엘 목사는 눈높이를 맞추고 복음을 삶으로 보여줄 것을 강조했다.

알맹이 없는 구호들

유독 다음세대가 눈에 밟혔다. 백석대 신대원에서 신학을 공부하던 시절, 목표를 잃고 방황하는 캠퍼스의 청년들을 도무지 그냥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기독교학부에 재학하던 학생들과 신앙상담을 하면서 동기, 후배들과 힘을 모아 청년들을 깨우기 위한 찬양팀을 조직한 것이 다음세대 사역 단체 ‘하기오스 선교회’의 씨앗이 됐다.

청소년 사역을 시작하자 교회 안에서 왜 다음세대가 사라지고 있는지 원인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예전처럼 친구 손잡고 자연스레 교회로 향하지 않는 달라진 분위기 탓도 있겠지만 교회의 책임도 적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문제의식을 느낀 지점은 다름 아닌 다음세대를 향한 관심 부족이었다. 한국교회 여기저기서 다음세대의 위기를 부르짖고 대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는데 관심 부족이라니 웬 말일까.

“교회에서 다음세대에 대한 이야기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구호는 많이 외치잖아요. 하지만 정작 실제 다음세대를 바로 세우기 위한 후원과 관심은 너무도 부족한 실정입니다. 변화를 일으키고 운동을 만들어가려면 인력과 재정, 관심과 역량이 투입돼야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위기를 외치는 목소리의 크기에 반해 실제 관심은 너무 적습니다.”

오직 다음세대를 위해 헌신하며 섬길 전문 사역자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원인은 두 가지. 첫째로는 다음세대 사역자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과정의 부재다. 대부분의 목회자 양성 과정은 성인 신도들을 위한 목회와 설교에 집중됐고 다음세대 목회 전략과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았다. 두 번째 이유는 사역자 본인에게도 있었다. 목회자들도 교육부서를 교구, 혹은 담임목회로 향하기 위한 징검다리로 생각할 뿐 진정으로 다음세대 사역에 헌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렇다면 다음세대를 향해 교회는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이 목사는 메신저의 중요성을 꼽았다. 복음이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고 매력적인 메시지임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메시지의 매력이 분명함에도 선택받지 못하고 있다면 메신저에게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이 목사의 생각이다.

“요즘 청소년들은 ‘좋은 말’을 듣고 싶은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의 말’을 듣고 싶어합니다. 부모님의 잔소리는 귀찮아하지만 같은 말을 오은영 박사님이 한다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요즘 아이들이거든요. 다음세대에게 다가가려면 교회 선생님과 사역자들이 먼저 좋은 사람이 돼야 합니다. 설교자가 강대상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복음을 보여줘야 하죠.”

다음세대의 ‘본진’이라고 할 수 있는 SNS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임엘 목사는 출석자가 단 6명에 불과하던 청년부를 맡아 사역한 경험이 있다. 어찌하면 좋을지 고민하던 이 목사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청년들과 소통하고 유튜브도 시작했다. 그 결과 이 목사가 사역지를 옮길 때는 32명으로 늘어나 있었다. 포인트는 다음세대와 눈높이를 맞추고 그들과 호흡하는 것이다.

“정말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옷을 신경 써서 입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길에서 아이들을 만났을 때 반갑게 인사하고 친구들에게도 우리 교회 목사님이라고 소개해줄 수 있는 정도라면 아이들도 목사님의 메시지를 가볍게 여기지 않죠. 먼저 눈높이를 맞추고 마음을 열면 아이들도 마음을 열고 복음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오는 8월 초 열리는 월드미션캠프에는 700명의 청소년들이 참석해 다음세대 회복과 부흥을 위해 뜨겁게 기도한다.
오는 8월 초 열리는 월드미션캠프에는 700명의 청소년들이 참석해 다음세대 회복과 부흥을 위해 뜨겁게 기도한다.

세상에 맞서는 하나님 나라의 가치관

이번 캠프의 주제는 ‘정면충돌’로 선정했다. 흡사 전장에 나서는 장수의 출사표와 같은 비장함과 단호함이 엿보인다. 다소 공격적이라고 읽힐 수 있음에도 ‘정면충돌’을 주제로 잡은 것은 다음세대의 문화를 지배하려는 세속적 가치관에 맞설 하나님 나라의 가치관이 아이들에게 절실하다는 믿음에서다.

“지금 우리는 가치관의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날이 갈수록 세속적 가치관이 교회 안으로도 침투해 다음세대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죠. 무한한 경쟁으로 몰아넣고 쾌락을 쫓게 하는 세속적 가치관이 아니라 하나님이 얼마나 너희를 사랑하고 귀하게 여기시는지, 외모와 성적과는 전혀 관련 없이 한 명 한 명이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인지를 가르쳐주고 싶었어요.”

사실 청소년을 위한 캠프는 즐비하다. 그럼에도 마감 이후까지 참가 문의가 쇄도할 만큼 많은 교회에서 월드미션캠프를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 목사는 캠프의 가장 큰 강점으로 섬기는 스태프들을 꼽았다. 대부분의 청소년 캠프는 교회 청년들이 잠깐 봉사자로 참여하는 반면 월드미션캠프는 하기오스 선교회에서 훈련된 사역자들이 헌신적으로 청소년들을 섬긴다. 전문성을 갖춘 사역자들이 진정성있게 아이들을 섬기니 월드미션캠프를 찾을 수밖에 없다.

또 다른 강점은 후속 프로그램이다. 청년부터 장년에 이르기까지 교회 안에 있는 많이 이들이 이미 숱한 수련회와 캠프를 거쳐 갔다. 수련회 현장에서는 불같이 뜨거웠고 눈물로 변화를 다짐했지만 수련회에 참석한 모든 이들의 삶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수련회의 감동과 영성을 일상에서 이어갈 후속 프로그램이 없었기 때문이다.

“월드미션캠프는 교사와 아이들이 모든 일정을 함께합니다. 그리고 캠프가 끝난 후에 교사들을 위한 세미나를 따로 열죠. 교사들이 다시금 교육을 받고 아이들에게 일상 속 영성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에요. 캠프에 참석했던 교회들을 돌며 후속 집회도 열고 유튜브 콘텐츠도 제공하면서 캠프에서 받은 은혜를 이어갈 수 있도록 애쓰고 있습니다.”

이임엘 목사는 캠프에 참석하는 교회들도 충분한 기도로 캠프를 준비해줄 것을 당부했다. 릴레이 기도를 하며 전심을 다해 캠프를 준비했던 교회의 아이들은 캠프 현장에서 흡수력이 남다르다는 것. 캠프 이후 후속 프로그램을 제공하긴 하지만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 역시 교회들의 몫이다.

“수련회는 비유하자면 치킨에 가깝습니다. 가끔 맛있게 먹고 입맛을 돋울 수 있지만 매일 먹는 것은 결국 집밥, 즉 교회 생활이죠. 캠프에 참석하는 것도 좋지만 캠프 이전과 이후를 기도로 준비해서 캠프의 은혜와 영성이 아이들의 일상 속에서도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이번 캠프를 통해 하나님 나라의 가치관이 자라나는 모든 다음세대에게 잘 심겨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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