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자에게 주는 냉수 한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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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소자에게 주는 냉수 한그릇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3.07.1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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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백석 신대원 출신의 유튜버 이종찬 전도사가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종리스찬tv>에는 한 실험영상이 올라왔다. 비 내리는 주일, 교회 문 앞에 웬 노숙자가 자리를 잡은 채 앉아있다. 허름한 옷과 얼굴의 검은 얼룩까지 영락없는 거렁뱅이의 모습이다.

예배를 드리기 위해 노숙자 옆을 지나쳐야 하는 청년들은 힐끔 쳐다보더니 그대로 교회 안으로 들어간다. 몇몇 청년은 그의 안위를 살피고 몸이 아픈 것은 아닌지 묻는다. 길거리를 지나는 한 여성은 음식이 담긴 봉지를 그의 손에 쥐어주곤 자리를 떠난다.

이윽고 교회 앞에 앉아있던 노숙자 차림의 남성이 교회의 강단에 등장한다. 가발과 겉옷을 벗은 이종찬 전도사가 곧바로 말씀을 전한다. 그는 하나님을 예배하기 위해 교회에 나오기 전, 주변의 ‘한 사람’을 돌아보는 일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였는지 한번 생각해볼 것을 촉구한다. 단순히 노숙자를 도우라는 메시지가 아니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사랑한다 말하면서도 정작 눈에 보이는 ‘한 사람’에겐 무관심했던 우리의 모습을 반성하게 만드는 영상이다. 이번 영상을 보면서 ‘환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환대는 기존의 집단과 어울리지 않는 낯선자들을 대하는 그리스도인의 바람직한 태도이자 모습이다. 예수님은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마 25:40)”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오늘날 교회에서는 이와 같은 ‘소외된 자’들을 많이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한번 상상해보라. 더럽고 허름한 옷에, 게다가 퀴퀴한 냄새까지 나는 노숙자가 자신의 옆자리에 나와서 예배를 드리는 모습을. 늘 그럴듯한 사람 옆에서 예배를 드리며, 그럴듯한 사람을 예배의 자리로 초청했던 나의 모습을 반성해본다.

레티 M 러셀은 책 <공정한 환대>에서 “환대란 세상을 치유하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낯선 자들과 연대함으로써 하나님의 환영을 실천하는 일이며, 이야말로 성경 메시지의 근본이자 기독교 영성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소자 중 하나에게 냉수 한그릇이라도 주는 자는 진실로 결단코 상을 잃지 아니하리라(마 10:42)” 다시 한번 나에게,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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