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서 해설] 하나님의 사랑에 패역한 행위로 대응한 이스라엘 백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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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서 해설] 하나님의 사랑에 패역한 행위로 대응한 이스라엘 백성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3.07.1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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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92) - “과연 그렇게 하였느니라 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겔 16:19)

죄를 지적하는 예언이 숨고르기를 한 후, 이스라엘의 완고함을 꺾으시는 풍자가 이어집니다. “인자야 포도나무가 모든 나무보다 나은 것이 무엇이랴… 그 나무를 가지고 무엇을 제조할 수 있겠느냐 그것으로 무슨 그릇을 걸 못을 만들 수 있겠느냐 불에 던질 땔감이 될 뿐이라”(15:2~4) 포도나무가 이스라엘을 상징한다는 것은 명백합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택하신 것은 그들이 잘나서 쓸모 있어서가 아니라는 지적이고, 자신의 무용함을 깨닫지 못하고 자만하는 이스라엘을 심판에 던지시겠다는 통렬한 경고입니다. 포도나무가 땔감으로 불 속에 던져진 뒤에야 깨닫게 됩니다. “불이 그들을 사르리니 내가 그들을 대적할 때에 내가 여호와인 줄 너희가 알리라”(7절) 몸에 불이 붙은 후에야 깨달으면 되겠습니까? 늦기 전에 회개해야 할 터인데, 이스라엘은 자신이 포도나무라는 사실도 알아채지 못합니다.

그들의 근본을 깨닫게 하는 아픈 지적이 계속됩니다. “네 근본과 난 땅은 가나안이요 네 아버지는 아모리 사람이요 네 어머니는 헷 사람이라”(16:3) 혈통을 중시하고 족보를 자랑하는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매우 모욕적으로 들렸을 문장입니다. 이 말이 외국인이 아니라 그들을 ‘내 백성’이라 부르시는 하나님께서 하셨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는 충격이었겠지요. 이스라엘을 향한 하나님의 ‘디스’가 계속됩니다. “네가 난 것을 말하건대 네가 날 때에 네 배꼽 줄을 자르지 아니하였고 너를 물로 씻어 정결하게 하지 아니하였고 네게 소금을 뿌리지 아니하였고 너를 강보로 싸지도 아니하였나니 아무도 너를 돌보아 이 중에 한 가지라도 네게 행하여 너를 불쌍히 여긴 자가 없었으므로 네가 나던 날에 네 몸이 천하게 여겨져 네가 들에 버려졌느니라”(4~5절) 베이비박스도 아닌 들판에 유기된 신생아! 우리 눈을 찌푸리게 하는 이 강렬한 이미지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베푸신 은혜를 설명하는 밑그림입니다. 생명은 모진 것이어서 버려진 아기가 필사적으로 버둥거리고 있습니다. 들판을 지나다 아기를 본 이가 경악하며 말합니다. “이 핏덩이를 버려두다니. 아가야, 제발 죽지 말고 살거라”(6절)

아이를 거둔 분의 탄식이 이어집니다. 아이가 자라 어느새 여인이 되었습니다. 젖가슴이 나오고 거웃이 생겼는데도 여전히 벌거벗은 몸이었답니다(7절). 고대 세계의 문법대로 혼처가 없고 보호자가 없는 처지를 묘사하는 그림입니다. 결국 아이를 살린 이가 여인을 거두어 아내로 삼습니다. “내가 네 곁으로 지나며 보니 네 때가 사랑을 할 만한 때라 내 옷으로 너를 덮어 벌거벗은 것을 가리고 네게 맹세하고 언약하여 너를 내게 속하게 하였느니라 나 주 여호와의 말이니라”(8절) 혼인예식은 성대하고 예물은 호사스럽습니다. 왕이신 하나님과 혼인한 이스라엘은 왕후가 되었습니다(9~14절). 그 결말은 어땠을지요. “그러나 네가(15절)…” 맹세하고 언약하여 부부의 연을 맺고 함께 살아왔는데, 어떻게 되었길래 하나님의 목소리에 서운함이 배어있는 것일까요. ‘배신’. 이 한 단어가 모든 것을 설명합니다. 목숨을 살려주고 평생의 동반자로 삼아 사랑했는데, 살만해진 아내가 바람이 난 것입니다. “그러나 네가 네 화려함을 믿고 네 명성을 가지고 행음하되 지나가는 모든 자와 더불어 음란을 많이 행하므로 네 몸이 그들의 것이 되도다”(15절)
슬프지만 친숙한 이 이야기는 끝 모를 곳으로 독자를 데려갑니다. 아내는 남편이 준 금은 패물을 녹여 우상신을 만들고, 남편이 입혀 준 예복으로 간부(우상신)를 단장시킨 뒤, 남편이 애써 마련해준 고급진 음식을 우상의 신당에 태워 향기로운 제물로 바쳤답니다. “과연 그렇게 하였느니라 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19절) 어이없는 전개에 첨부된 이 한 마디가 어찌 이리 가슴 아픈지요.

백석대·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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