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60대, 80대 ‘소명’ 달라…노인들도 ‘또래 친구’ 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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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60대, 80대 ‘소명’ 달라…노인들도 ‘또래 친구’ 원해요”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3.07.11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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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니어 부서의 ‘연령별’ 조직을 제안하다
한국교회는 젊은 세대처럼 고령 성도들도 ‘같은 나이대’ 교인들과 교제할 수 있도록, 시니어 부서의 연령별 조직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올해로 65세인 A 씨는 스스로를 아직 건강하고 세련됐다고 여기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는 은퇴 후에도 시간 강사로서 제2의 활기찬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교회 안에서는 열정을 함께 나눌 또래가 별로 없다. 시니어 부서라는 조직 아래 80~90대 어르신들까지 늘 한데 모이면서 공감대를 형성할 믿음의 친구를 찾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비단 A 씨만의 고충은 아닐 것으로 짐작된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노인들은 모든 시니어를 그저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 대우받길 꺼리는 양상이다. 이들도 젊은 세대처럼 훨씬 다양한 기준으로 공동체가 나뉘길 바란다.

특별히 연령은 시니어 그룹을 세분화할 효과적인 기준 중 하나다.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각 교회의 시니어 부서나 소그룹 구성을 연령별로 구별하자는 제안이 나온다. 그런가 하면 벌써 실행에 옮긴 현장 목회자들도 있다. 이때 시니어 조직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지 않도록 온 세대간 교류도 함께 추구한 전략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노인연령 기준의 상향
바야흐로 사람의 평균 수명이 120세까지 기대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기네스북에 따르면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 산 사람은 122164일을 살고 간 프랑스의 잔느 칼망(1875~1997) 할머니다. 과학기술의 발달 등으로 향후 기대 수명은 더욱 빠르게 연장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해 유엔은 2015년 새로운 생애주기별 연령지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5단계로 구성된 지표에서 0~17세는 미성년자 18~65세는 청년 66~79세는 중년 80~99세는 노년 100세 이상은 장수 노인으로 정의했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노인으로 인식하는 기준 연령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실제로 서울시가 발표한 <2022년 노인실태조사>에 의하면 서울의 만 65세 이상 인구가 생각하는 노인 연령은 72.6세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72세쯤은 넘어야 비로소 자신을 노인으로 간주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보건복지부가 <60대와 70나이듦을 말하다>란 제목으로 게재한 유튜브 콘텐츠에서도 이 같은 의식이 엿보인다. 영상에서 67세 이복순 할머니는 80세 정양화 할머니에게 어르신, 연세에 비해 굉장히 젊어보이세요라고 말한다. 그러자 정양화 할머니는 제가 제일 듣기 싫은 말이 어르신이에요. 그냥 편하게 언니라고 불러주세요라며 호탕하게 웃는다.

이처럼 노인으로 자각하는 시기가 점점 늦어지는 현상은 자연스레 전기 노인과 중기·후기 노인이 동일한 범주로 묶이길 지양하는 바탕이 되기도 한다. 노년세대 중에서도 노화의 정도 혹은 연령대에 따른 고민은 다 다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사회보다 더 빨리 늙어가는 교회 안에서는 시니어를 양육하기 위한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지난해 내놓은 <고령 성도 신앙의식 조사 결과>는 이 사실을 뒷받침한다. 당시 고령 교인들이 교회에 바라는 점은 같은 나이대 교인들과의 교제 및 소그룹 활동46.9%로 가장 많았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정재영 교수는 “203040대의 성향과 특징, 니즈가 전부 다른 것처럼 시니어 세대도 마찬가지다. 다만 현재 한국교회에서 아동·청년 등 다음세대 부서는 비교적 연령별 조직이 잘 이뤄지는 데 비해 시니어 부서는 대개 60세 이상 신자들을 포괄적으로 모아 운영하는 경향이 짙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스로 고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60대 초반의 성도가 70, 80세 성도와 섞이면 당연히 동화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물론 너무 작은교회는 연령별로 나눌 때 전체 교회의 공동체성이 오히려 약화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시니어 사역을 다채롭게 이끄려는 시도는 꼭 요청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온 세대 따로 또 같이
이 가운데 시니어 부서의 연령별 조직에 발 빠르게 뛰어든 교회들이 있어 이목을 끈다. 먼저 분당우리교회다. 이곳의 시니어 사역은 65~74세 성도를 섬기는 브라보 시니어75세 이상 성도를 섬기는 행복한 모임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특히 브라보 시니어의 장점은 시니어들로 이뤄진 임원단과 더불어 이들이 직접 순장을 맡는 제도다. 또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3시간이 넘게 오직 시니어만을 위한 예배를 드리고 공과를 진행하며 영성의 깊이를 더해간다.

분당우리교회 시니어 사역 담당 곽규호 목사는 “6070은 위로는 부모 아래로는 자녀와 손주까지 돌보며, 3~4대를 책임진다. 더불어 성숙된 신앙 인격과 경륜을 바탕으로 중대한 사명을 갖고 제2의 전성기를 시작하는 세대로 8090 층과도 구별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연령별로 부서를 나눈 까닭에 대해 “60, 70, 80, 그리고 90대의 사명이 제각기 다르다시니어 성도 한 명 한 명이 하나님께 받은 소명을 재발견하고 감당할 수 있도록 세워주는 것이 교회의 역할이고 임무라고 믿는다고 소신을 밝혔다.

포항제일교회도 팬데믹을 기점으로 시니어 부서를 기존의 지역에서 연령별 조직으로 전환한 사례다. 포항제일교회는 56~63세 마가공동체 64~71세 누가공동체 72세 이상 요한공동체를 개설했는데 이중 요한공동체는 코로나19 이전 100명이던 신자 수가 현재 400여명으로 부흥하는 결실을 거뒀다.

포항제일교회 담임 박영호 목사는 연령별 상황과 고충 혹은 원하는 바가 전부 상이하다예를 들어 마가공동체는 보통 은퇴 후 인생 2막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새로운 꿈을 꾸는 성도들이 많다. 누가공동체는 오랜 신앙생활을 이어온 분들로 여전히 교회나 선교회에 기여하고 싶은 열망이 높다고 부연했다.

따라서 포항제일교회는 공동체별 맞춤 프로그램과 양육 및 훈련을 제공한다. 가령 마가공동체는 부모교육·은퇴교육·부르심과 사명에 대한 교육, 누가공동체는 죽음준비 또는 웰다잉 교육을 진행하는 식이다.

그런데 눈여겨볼 대목은 세대 간 단절을 막기 위한 노력이다. 시니어를 위한 독립된 부서를 운영하는 것은 좋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노인 소외를 걱정하기도 한다. 이에 포항제일교회는 3.1, 추수감사절, 성탄절 등 특별한 행사나 주요 절기마다 각 세대가 돌아가며 주관하는 연합 예배를 드림으로써 자연스레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박영호 목사는 성탄절 예배만 해도 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모든 세대가 함께 장기자랑을 선보이는 등 예배에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참여한다노인과 청년 간의 접점을 만들고 교류의 장을 확보는 일은 중요하다. 교회는 궁극적으로 각 지체들이 연합하여 그리스도의 한 몸을 이루는 하나 됨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재영 교수도 교회 안에서 세대 간 연결될 수 있는 장치들이 필요하다이는 노인과 청년 사이의 갈등을 극복하고 노인에 대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개선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 청년과 노인은 다른 세대가 아니라 이어진 존재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길을 함께 걸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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