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고 영아 생명 지키려면, 보호출산제도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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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고 영아 생명 지키려면, 보호출산제도 반드시 필요하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3.07.11 0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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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보호출산법, 7월 임시국회에서 다뤄질까?

‘출생 미신고 영유아’ 전수조사, 전국 939건 수사
“익명으로 출산 가능, 아이는 국가가 지원 보호”
아동권리 침해, 출산 기피 우려, 복지부 수정안도

출생 기록은 있지만 출생 신고가 되어 있지 않은 영아 34명이 사망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살해 가능성까지 고려해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영아만도 11명이나 된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질병청, 경찰청, 지방자치단체와 공동으로 ‘출생 미신고 영유아’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전수조사는 올해 3월 감사원이 보건복지부 정기감사를 실시하면서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는 체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후 추진됐다. 당시 감사원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출생한 미신고 아동은 2,236명으로 확인하고, 이 중 1% 23명의 무사 여부를 확인했다. 안타깝게도 23명 중 3명이 살해 또는 사망하고 1명이 유기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7일 오후 5시 기준 전국 시도 경찰청에 접수된 출생 미신고 영아 사건은 1,069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사망 11건, 소재 불명 782건, 소재 확인 146건 등 총 939건에 대해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다.

연일 미신고 영아의 사망과 유기, 학대 관련 뉴스가 보도되면서,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하는 국민적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보호출산법시민연대는 지난 6일에는 국회 정문 앞에서 보호출산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법안 필요성을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보호출산법시민연대는 지난 6일에는 국회 정문 앞에서 보호출산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법안 필요성을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출생통보제-보호출산제 병행해야”
이번 전수조사 결과는 참담했다. 미신고 영유아의 생명을 보호할 기본적인 시스템조차 갖추진 못한 대한민국 민낯이 확인됐다. 이 때문에 최근 국회에서 가결된 ‘출생통보제’와 함께 ‘보호출산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도입된 출생통보제는 일년 후부터 의료기관이 출생 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에 의무적으로 통보해 이른 바 ‘유령 아동’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제도이다.

유기되는 영아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며 주목되고 있는 보호출산제는 임신부가 익명으로 아이를 출산하도록 하고, 낳은 아이는 국가가 제도적으로 지원하도록 하는 제도로 7월 임시국회에서 다뤄질지 여부가 관심이다.

베이비박스를 운영하고 있는 주사랑공동체 대표 이종락 목사와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 오창화 집사 등을 주축으로 ‘보호출산법 시민연대’가 결성된 가운데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과 보호출산제 도입을 위한 입법화를 위한 작업이 진행되어 왔다.

전국입양가정연대에 따르면, 2012년 입양특례법이 만들어지면서 강제출생 신고제도가 도입됐고,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해 출산 아동수와 유기 아동수 비율을 따져본 결과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두 배 이상 유기아동 비율이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특히 출생신고를 할 수 없거나 하고 싶지 않은 임산부들을 노리는 불법 브로커가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도 최근 밝혀지기도 했다.

보호출산법 시민연대는 “보편적 출생등록제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제도로 보호출산제의 병행입법을 해야 한다”며 “법과 제도의 문제로 희생당하는 아이들이 더 이상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의지를 입법부가 이번 7월 임시국회에서 증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종락 목사는 “출생신고 사각지대에 있는 미혼모가 극단적인 시도를 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태아의 생명을 안전하게 지키고 보호할 수 있는 출산보호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2년째 국회 계류 안타까워”
보호출산법 시민연대는 지난 6일에는 국회 정문 앞에서 보호출산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전국입양가족연대 오창화 대표가 사회를 보는 가운데 참여 단체 대표들은 입장을 밝히며 법 제정 필요성을 강력하게 호소했다.

한국가온한부모복지협회 박리현 대표는 “출생신고를 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두고 간다는 편지가 수북하다. 성폭행, 근친, 외도, 불법체류자의 출산 등 출생 신고를 피하고 싶은 사연들은 아무리 막으려고 해도 생겨나는 부조리한 현상”이라며 “이번 임시국회에서 보호출산제를 반드시 통과시켜 출생통보제의 사각지대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스더기도운동 이예진 간사는 “2020년 김미애 의원이 발의한 보호출산제는 2년째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그동안 영아살해, 영아유기, 낙태, 병원 외 출산 사건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산모와 영유아를 보호할 수 있는 보호출산제 도입에 국회의원들이 적극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K 프로라이프 송혜정 대표는 “임신 출산을 숨기고 싶지만 아기 생명을 보호하려는 여성들이 눈물만 흘리게 해서는 안 된다. 국회는 출생통보제 시행할 경우 반드시 보호출산제를 병행하도록 해야 한다. 위기 임산부의 출산과 태아의 태어날 권리를 보장하는 보호출산법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호출산제 반대도 "아동 권리 지켜져야"
반면 보호출산제의 부작용에 대한 입장도 있다. 보호출산제가 아동들이 친부모에 대해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임신부가 양육을 쉽기 포기하도록 하는 문제를 만들 수 있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제기하는 것이다.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등은 “미혼모들이 양육을 결심하고 입양을 보낸 후에도 다시 찾는 경우도 있다. 미혼모 출산 기록이 비밀이 된다면 경제적 부담과 주변 시선 때문에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성급하게 아이와 헤어지는 결정을 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7조은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돼야 하고, 가능한 자기 부모를 알고 부모에 의해 양육받을 권리를 갖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보호출산제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반대단체 입장이다.

이런 논란 때문에 출산보호제는 최근에도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달 27일 보건복지위원회는 보호출산제를 추후 다시 논의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보호출산법 제정에 나선 보건복지부는 찬반 논란을 고려해 최근 수정안을 만들기도 했다. 수정안에 따르면 보호출산제가 적용돼 태어난 사람이 성인이 되면 아동권리보장원장에서 친부모 인적사항 등 출생정보가 담긴 ‘보호출산증서’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친부모가 정보공개에 동의하지 않으면 인적사항을 제외한 정보만 공개된다. 단 의료목적 등 사유가 있다면 전부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아동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국가가 출생 관련 기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여야는 7월 임시국회 일정을 10일 개회로 정하고 18일 본회의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의혹, 대법관 인사청문회 등 첨예한 안건이 산적한 가운데 국민의힘은 이달 30일, 더불어민주당은 21일 임시국회 회기를 종료하자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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