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공동서신에 세상을 이기는 교회의 해법 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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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공동서신에 세상을 이기는 교회의 해법 담겨”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3.06.29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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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대 채영삼 교수// [공동서신의 이해 시리즈] 총6권 완간

“그동안 공동서신(야고보서·베드로전후서·요한123서·유다서)은 복음서나 바울서신에 비해 잘 연구되지도 않고, 목회자들의 설교에서도 도외시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신학적으로나 정경적으로 공동서신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오늘날 세상 속에 신뢰를 잃고 영향력을 잃어가는 한국교회에 주는 ‘적실한’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종교개혁가 마틴 루터는 야고보서를 가리켜 ‘지푸라기 서신’이라고 칭했다. 오직 믿음과 하나님의 은혜를 강조하는 바울 서신들에 비해 ‘행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야고보서에는 은혜의 복음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행위’가 빠진 값싼 복음을 강조한 오늘날 교회의 모습은 어떤가. 선한 행실을 잃어버린 교회는 사회적인 신뢰를 잃고 세상과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 한국교회가 다시 세상의 희망이 되기 위해서는 이 지푸라기와 같은 ‘공동서신’을 집중적으로 조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채영삼 교수는 책 [공동서신의 이해(이레서원)]을 통해 공동서신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채영삼 교수는 책 [공동서신의 이해(이레서원)]을 통해 공동서신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6월 대한성서공회 성서학 전문지 <성경원문연구> 편집위원장으로 선임된 채영삼 교수(백석대학교 신약학)는 지난 2012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공동서신에 대한 연구작업을 마치고, 최근 총 6권의 시리즈 <공동서신의 이해(이레서원)> 책을 완간했다. 흥미로운 점은 각기 저자가 다른 공동서신에서 일관적인 주제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8일 천안 백석대에서 만난 그는 공동서신의 일관된 주제가 “세상과 맞닥뜨린 교회”라며, “오늘날 코로나19를 지나면서 세상 속에서 새롭게 교회의 본질을 찾아야 하는 한국교회에 그 무엇보다 ‘적실한’ 정경”이라고 확신했다.

야고보서와 함께 베드로전후서, 요한123서, 유다서의 공동서신은 초대교회 시대, 특정 교회나 개인에게 보내진 메시지가 아닌 로마 전역의 흩어진 교회를 향해 보내는 메시지였다. 그렇기에 당대 특정 교회와 지역에 전달된 바울의 서신과 비교했을 때에도 그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세기 말까지 학계의 연구나 가르침에서 오랫동안 소외시되어 왔다.

채영삼 교수는 “루터가 말한 것처럼, 신약 성경 중 오직 바울 서신, 그중에서도 로마서와 갈라디아서를 ‘정경 중의 정경’의 위치를 차지한다고 믿는 경향이 짙다. 이런 문제는 교회가 직면하는 모든 도전과 해결책을 ‘오직 바울서신 안에서만’ 찾는 경향에서 잘 드러난다”고 밝혔다. 그로인해 상대적으로 공동서신에 대한 조명은 약해졌다. 하지만 공동서신은 세상을 상대하는 교회를 위한 복음의 재해석, 적실한 교회론, 그리고 이에 부합하는 윤리적 가르침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오늘날 교회에 던지는 시사점이 있다.

그는 4년간의 연구 끝에 2017년 <공동서신의 신학> 책을 출판했으며, 국내에서는 드문 연구로 내용의 탁월성을 인정받아 한국기독교출판문화상 우수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의 신작 <공동서신의 이해 시리즈>는 공동서신의 각 권에 대한 본문을 성실히 주해할 뿐 아니라 목회자들이 쉽게 설교할 수 있도록 장과 절의 의미를 낱낱이 풀어낸 책이다.

채 교수는 “오늘날 많은 그리스도인도 행함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 천국에 간다는 사실을 안다. 그러나 막상 세상 속에 살아갈 때는 쉽게 실패하고 유혹에 넘어진다. 공동서신은 그러한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목회적 전략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역설적이게도 바울은 이방인의 사도로 부르심을 받았지만, 주로 유대인과 율법주의자들과 논쟁을 벌였다. 그렇기에 그의 서신에서도 ‘이신칭의’의 교리를 강조했다. 그러나 ‘칭의론’이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아니라는 것.

초기 교회는 저마다 강렬하고 위협적인 세상(로마)의 유혹과 도전에 직면했다. 그러한 세상 과 복음 속에서 ‘두 마음’을 품는 교회에게 던지는 사도들의 메시지가 공동서신이다. 또 공동서신이 궁극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영원한 생명(영생)’에 대한 예수님의 가르침이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공동서신을 재발견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동서신의 저자는 모두 다르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한 사도이자 초기 교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친 지도자였다. 채 교수는 “당대 중요한 선교 구심점은 두 곳이었다. 하나는 사도 바울이 선교의 전초기지로 활용했던 안디옥과 초기 선교사역 전체를 관할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의 예루살렘이 있었다. 예루살렘의 중심 지도자가 바로 야고보와 베드로, 사도요한, 유다로서 공동서신의 저자들”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사도행전 15장 ‘예루살렘 공의회’의 장면에서 주의 형제 야고보는 예루살렘 교회 뿐 아니라 로마에 흩어져있는 초기 교회 전체를 관할하는 유력한 지도자였다”고 밝혔다. 바울의 서신은 회신자가 일부 교회와 지역으로 한정돼 있다면, 공동서신은 수신자가 특정되지 않는 책들로 당시 시대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졌다.

이러한 그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는 것은 초기 교회가 4복음서와 사도행전 다음으로 공동서신을 먼저 읽었다는 점이다. 채 교수는 “지금까지 남아있는 신약의 사본 95% 이상이 모두 사도행전 다음에 공동서신을 위치시키고 있다. 4세기 중반 기록된 아타나시우스 정경 목록이나 예루살렘의 씨릴 그리고 라오디게아 공의회 정경 목록에서도 사도행전 다음 공동서신이 나온다”고 전했다. 최근 캠브릿지에 있는 틴데일하우스에서 출간한 <헬라어 성경전서>(2017)는 이런 초기 교회의 신약 정경 순차를 그대로 복원해 사도행전 다음 야고보서를 배치했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교회에 대해 바로 알고 싶다면, 사도행전을 읽은 후 예루살렘 정통 사도들이 설명한 공동서신을 먼저 읽을 것을 권면하고 싶다”며, “이후 바울서신을 읽으면 바울의 이신칭의에 대한 복음을 오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렇다고 해서 공동서신의 내용이 바울 서신과 충돌한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보완하고 균형 잡힌 신앙과 신학을 제시하며, ‘온전한 신앙과 교회’를 세우도록 돕는다.

채 교수는 “신약의 정경 모음집인 바울서신과 공동서신은 각기 고유한 가치와 역할이 있다”며, “이 두 정경모음집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균형있게 사용될 때 교회의 신앙이 ‘온전한 정통 신앙’의 자리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서신이 전하는 신학적·교회론적 메시지는 요한 서신에서 절정에 이른다. 야고보서는 ‘말씀과 자유의 율법 그리고 지혜의 공동체’를 제시하고, 베드로전서는 ‘나그네와 행인’, ‘제사장 나라’로서의 교회를 강조한다. 베드로후서는 ‘올바른 성경 해석 공동체’와 ‘신적 성품의 교회’를 제시한다. 요한일서는 보다 근본적으로 ‘삼위 하나님과의 코이노니아’로서의 교회를 제시한다. 공동서신의 교회론은 각 권에서 다양하게 드러나지만, 종합적으로 요한의 서신이 제시하는 ‘코이노니아’ 안에 모두 포함돼 있다.

도서 [공동서신의 이해 시리즈]
도서 [공동서신의 이해 시리즈]

이러한 공동서신에 대한 연구와 묵상이 오늘날 한국교회에 어떠한 메시지를 던질까. 채 교수는 “베드로전서에서는 그리스도인은 이 땅의 나그네와 행인으로 선한 행실과 양심에 따라 살아갈 것을 촉구한다. 이처럼 교회의 선한 행실은 오늘날 굉장히 중요한 선교적 과제”라며 “하나님의 신적 성품에 참여할 것을 요청하는 성경 속 가르침을 다시 상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례 없는 위기를 겪은 것에 대해서도 “‘숙고(熟考)되지 않은 고난은 반복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며,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한국교회는 복음의 축소와 선한 행실의 결핍, 신적 거짓 가르침에 대한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이는 세상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결과”라고 진단했다.

마지막으로 채 교수는 한국교회가 ‘정경적 편향성과 폐쇄성’을 극복해 ‘모든 성경’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종교개혁의 가르침대로 교회가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성경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는 ‘모든 성경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교회가 말씀을 편식하지 않고 모든 성경을 균형적으로 묵상할 때 세상을 향한 선교적 공동체로서 사명을 감당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10년 간의 긴 연구를 끝낸 소회로 그는 “하나님의 섭리로 완성된 이 책이 한국교회에 공동서신을 돌려주는 디딤돌을 놓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한국교회가 공동서신을 더욱 연구하고 가르쳐 ‘세상을 이기는 교회’로 세워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채영삼 교수는 연세대학교에서 철학을, 총신대 신대원에서 목회학(M. Div.)을 공부한 후에, 미국 미시간 주 Calvin Theological Seminary에서 신약학을(Th. M.), 시카고에 있는 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에서 마태복음을 연구했다(Ph. D). 박사 학위 논문인 Jesus as the Eschatological Davidic Shepherd는 독일 튀빙겐에서 분트 시리즈(WUNT 2/216, 2006 Mohr Siebeck)에 선정 출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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