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사학 자율성 회복, 어떻게 할 것인가?’ 주제로 토론
한국교회법학회(회장:서헌제 명예교수·중앙대)가 지난 22일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에서 ‘기독사학의 자율성 회복,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제31회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세미나는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와 CTS다음세대운동본부가 함께한 가운데 진행됐다.
장로회신학대학교 박상진 교수(기독교교육학)는 “사립학교의 자율성은 종교계 사립학교를 포함한 전체 사립학교가 그 정체성대로 건학이념을 구현하기 위한 기초이다. 그런데 현재 기독교 사립학교는 공교육 체계 속에서 정체성에 대한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과연 한국에서 기독교 사학이 존립할 수 있는가 하는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고 현실을 진단했다.
박 교수는 “종교계 사립학교가 자율성을 보장받고 종교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은 교육과정 편성, 학생선발, 교원임용, 등록금 책정, 학교법인 구성 자율성에 있다”면서 “헌법 제20조 제1항에서 보장하고 있는 종교교육의 자유가 있는데도, 기독사학 자율성을 제약하는 교육정책과 법 개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구체적으로 박 교수는 기독교 학교가 건학이념을 구현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애물로, ‘일방적인 평준화 제도’를 비롯해 사학 교원임용을 교육감에게 의무 위탁하도록 한 ‘개정 사학법’, 종교계 사립학교의 ‘종교교육 자유를 제한하는 국가교육과정’, ‘자사고 폐지 방침’, ‘고교학점제 실시’ 등을 언급했다.
특별히 박상진 교수는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시작되면서 추진되었던 ‘사학공영화 정책’은 국가가 교육 주체가 되어 교육 전반을 통제하려는 것으로 교육의 주체로서 부모와 교사, 개별 학교의 자율성을 무시하거나 제한해 교육 국가주의 성향을 띠게 된다”고 비판하면서 “기독교 사립학교 정상화를 위해서는 사립학교를 다시 재건하는 마음으로 교육정책과 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독사학 정상화를 위한 대안으로 박 교수는 “종교교육 자율성을 위해 법적 투쟁을 하면서 현실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존에는 법원 판결을 기다리기만 했다면, 이제는 현실을 바꿔 법에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이 일을 위해 학부모가 일어나야 하고, 기독교가 다른 종교와도 연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기독 사학이 깨끗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정화가 필요하고, 기독사학의 장점을 잘 소개하고 보여줘야 한다. 기독교 사학의 지금 겪는 위기가 고통스럽지만 정체성 회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시사했다.
숭실대학교 이상현 교수(국제법무학)는 기독사학 예배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와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분석하면서 ‘기독교 대학의 채풀 운영에 대한 국가기관 개입 문제점과 개선안’에 대해 발표했다.
이 교수는 “기독교 대학에서 MZ세대 관점을 고려해 복음을 전하는 데 있어 다양한 채플방식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통적인 집합 채플방식의 영성강화를 위한 예배와 비기독교인의 기독 교양적 가치 전달을 위한 비예배로 나누는 접근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제안하면서 “다른 종교의 세계관을 비교하며 기독교의 우수성, 성경지식, 신앙을 삶으로 살아내는 지혜에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를 예를 들어 토론 중심의 소규모 채플, 문화공연 채플, 동문이나 연예인 초청 메시지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해 대학생들에게 설득력 있게 접근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사학미션네트워크 함승수 사무총장은 “기독교 학교가 직면하고 있는 강력한 위기의 실체는 법과 제도에 기인한 도전이다. 특히 21대 국회에서 개정된 사립학교법은 교원임용 1차 필기시험을 시도 교육감에 강제 위탁하도록 하면서 모든 사학의 존립 근거를 훼손하고 있다”면서 “교원임용권을 제한하는 것은 기독교 학교의 존립기반 자체를 무너뜨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함 교수는 “한국교회와 기독교학교는 개정 사립학교법으로 수세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본래 건학이념을 구현하도록 존립 기반을 적극 확립해야 한다”며 “한국 근현대사에 기독교학교의 공헌에 대해 긍지를 가짐과 동시에 사립학교 현실을 통감하고 교육의 공공성을 증진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재진 교수, 명지고 김종화 박사, CTS다음세대운동본부 변창배 목사가 지적 토론자로 참여했다. 앞서 개회예배에서는 경동교회 박종화 원로 목사가 ‘성령이 주시는 자유’를 제목으로 말씀을, 학회장 서헌제 명예교수는 인사말을 전했다.
서헌제 명예교수는 “기독교 사학은 국가의 지나친 규제정책으로 기독교적 가치관에 입각한 인재양성과 선교라는 본래 사명을 다할 수 없는 한계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기독사학의 자율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 기독교 사학 관련 모든 단체가 현명한 지혜를 모으고 긴밀히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