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를 열며] 녹피왈자(鹿皮曰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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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를 열며] 녹피왈자(鹿皮曰字)
  • 송용현 목사
  • 승인 2023.06.2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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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현 목사
송용현 목사

사슴가죽에 쓴 글자 가로‘왈’(曰) 자는 잡아당기는 대로 날‘일’(日)도 되고 가로‘왈’(曰)도 된다는 뜻이다. 일정한 주견이 없거나 일을 법대로 처리하지 않았을 때 흔히 쓰는 말이다.

당기는 대로 펼쳐지는 편리한 가죽처럼 신앙을 그리고 하나님의 뜻을 그렇게 이용하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 성도들이 ‘주님의 뜻’이란 말을 자주 사용하고 있는데, 자기 입맛대로 둘러 붙이는 편리한 말장난이 되지 않도록 해야겠다.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란 말처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거리가 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때때로 이 말이 좋은 뜻으로도 쓰일 때가 있다. 속담에 ‘안방에 가면 시어머니 말이 맞고, 부엌에 가면 며느리 말이 맞다’는 말처럼 한쪽에 치우친 해답은 편협함으로 화합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요즈음 담양에 가면 한창 죽순이 올라오는 시기이다. 대나무 죽순은 5월 말부터 약 한 달 동안이 수확 적기로 이 시기가 지나면 죽순이 세져서 먹을 수가 없다.

대나무는 종류에 따라 50~100년 만에 한 번 꽃을 피운 후 죽는 모노카르픽(Monocarpic, 一稔性)식물이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자라는 왕대나 맹종죽은 약 60년에 한번 꽃을 피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나무 꽃에 관한 2가지의 이야기가 다음과 같이 전해진다.

1950년 초, 전라북도 남원의 한 마을은 그곳의 모든 대나무가 꽃을 피운 후 말라 죽었는데, 그해 6월에 한국전쟁이 일어나서 마을은 온통 쑥대밭이 되었다. 그 마을 사람들은 지금도 대나무꽃이 피면 전쟁이나 대재앙이 일어난다고 믿고 있다.

반면에 지리산 자락의 전라남도 구례는 1894년 동학농민혁명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그 해에는 보리농사마저 흉년이 들어 마을에서는 밥짓는 연기를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견디다못한 마을 사람들은 산으로 들로 다니며 초근목피로 연명하고 있을 때 얼마 전 꽃이 피고 말라 죽은 대나무에서 열매가 열렸다. 보리쌀과 비슷하게 생긴 죽실을 가루내어 수제비와 죽을 끓여 춘궁기를 넘겼다. 그 후 구례 사람들에게 대나무꽃은 구원의 상징이 되었다.

같은 현상과 사건이지만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상황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6.25 한국전쟁 발발 72주년이 되었고 아울러 정전협정 70주년이 된 지금이다. 우리사회가 전후세대로서 갈등을 겪고 있지만 서로의 입맛대로만 골라 먹어선 안 될 것이다. 성경말씀 마태복음 10장 16절에 “보라 내가 너희를 보냄이 양을 이리 가운데로 보냄과 같도다 그러므로 너희는 뱀 같이 지혜롭고 비둘기 같이 순결하라”고 말씀하고 있다.

뱀 같은 지혜로움만 있어서도 아니 된다. 냉철한 이성 속에 따뜻한 가슴을 품어야 하는 것처럼 지혜 속에 순결한 신앙을 밑거름 삼아 주님이 주신 말씀의 깊이와 넓이를 더욱 확장시켜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서 세한송백(歲寒松柏)-‘소나무와 잣나무는 엄동에도 변색되지 않는다는 말로 군자는 역경에 처하여도 절의가 변하지 않는다’는 뜻처럼 믿음의 군자가 되어 좌로나 우로나 치우침이 없이 오직 한 길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는 믿음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한 주간도 변함없는 신앙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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